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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시간

by 이문웅

우리가 사는 시간은 흔히 ‘현재를 사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무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눈앞의 찰나를 붙잡았다고 믿는 순간,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고, 다가올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그림자처럼 멀리서 흔들리기만 한다. 그러니 인간의 삶이란 결국, 멈추지 않는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가며, 어느 날 조용히 그 여정을 마치는 긴 시간여행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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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하루가 길었다. 방학의 낮은 유난히 길게 늘어졌고, 해는 도무지 지지 않을 것 같았다. 여름날의 열기 속에서 친구들과 웃던 오후, 그때는 시간이란 것이 끝없이 주어진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세월이 몸에 새겨지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계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고, 올해의 봄은 작년의 봄과 다르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같지 않다. 그것은 단지 나이를 먹은 탓이 아니라, 우리가 이제 시간의 유한함과 무게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 속을 헤엄치듯 살았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시간을 붙잡으려 애쓴다. 우리는 시간을 관리하려 하고, 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럴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간다. 왜일까. 아마도 시간을 계산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그 흐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는 물이 아니라, 직접 흘러야만 느낄 수 있는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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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打誤 저서 : 동아시아오딧세이, 행복의 공식,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네오젠, 네오젠시티, 네오갱, 사미예찬, 트레 뻬르소네, 라이프캡슐 예명 : 이타오 AI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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