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빅픽쳐(5)

5. 기혁의 오열

by 이문웅

기혁은 그날 아침 뉴스를 보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TV 화면에 떠오른 긴급 속보는 그가 예상치 못한 참혹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중앙서버 센터 폭발 사고… 수십 명 사망, 수많은 부상자 발생.”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렸다. 기혁은 잠시 화면을 응시하다가,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가슴은 급격히 두근거렸고, 손은 떨렸다.

"말도 안 돼..." 그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화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폭발로 인해 파괴된 서버 센터의 참혹한 잔해들이 화면에 클로즈업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그곳에 천수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침 일찍, 국정원 요원들은 이미 기혁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 했었다. 그들은 새벽에 천수가 그 폭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국정원 내부에서도 이미 긴급한 조치가 취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국장은 기혁이 너무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요원들에게 즉각적인 연락을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국장님, 이건 기혁 님께 즉시 보고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한 요원이 신중하게 말했지만,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안 돼. 기혁이 너무 힘들 거야. 아침에 뉴스를 보고 그때 전해도 늦지 않아.” 국장의 단호한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이 깔려 있었다. 그는 기혁이 천수와의 특별한 인연을 알고 있었고, 그 소식이 그를 얼마나 무너뜨릴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혁은 그 누구보다 먼저 그 뉴스를 직접 확인했다. 폭발 현장의 잔해와 수많은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출하는 장면은 그의 시야를 뒤덮었다. 기혁의 머릿속은 하얘졌고, 손에서 리모컨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그는 온몸이 마비된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앉아 있었다.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것은 천수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천수는 그때도 아무런 이상한 낌새를 보이지 않았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기혁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기혁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찾아 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몇 번이고 전화를 다시 걸어봤지만, 그 끝은 차가운 음성 메시지만이 돌아왔다.

“제발, 받아줘… 천수야… 받아줘…” 기혁은 간절히 말했다. 하지만 아무 응답도 오지 않았다.

그 순간, 기혁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수는 이미 떠났고, 그가 남긴 것은 이 참혹한 폭발의 잔해뿐이었다.

기혁은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서둘러 차로 향하며 핸드폰을 다시 꺼내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혁..." 전화를 받은 국장의 음성은 평소와는 달랐다. 침울하고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마치 미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국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천수가 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말해주십시오!" 기혁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는 차에 올라타며 핸즈프리를 켰다. 엔진이 켜지자마자, 기혁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차는 빠르게 폭발 현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혁...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게나. 그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아무도 몰랐네. 우리도 미처 막지 못했다." 국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은 슬픔으로 잠겨 있었다.

기혁은 차 안에서 핸즈프리로 국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게나..."라는 말은, 마치 천수가 떠났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정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기혁은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그를 압도했다.

차창 밖의 세상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기혁의 머릿속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는 여전히 천수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와 그가 남긴 말들을 떠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야, 기혁.” 천수가 했던 그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국장님, 도대체 왜! 왜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기혁은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핸들을 힘껏 잡고 있었다. 차는 계속 빠르게 달렸고,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조차 천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했다.

국장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를 막을 수 없었다네, 기혁. 우리가 막으려 했지만... 천수는 이미 너무 멀리 가 있었다." 국장의 목소리는 무기력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혁은 가슴속에 퍼지는 분노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점점 뜨거워졌고, 차 안은 마치 천수의 잃어버린 삶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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