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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글샘 Jan 31. 2023

평생 하고 싶은 엄마의 안부

나의 롤 모델 울 엄마

여유로운 아침, 커피타임을 하고 있었는데 단톡방에 영상이 보내져 왔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중에 올케와 자매들이 부른 노래란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가을밤’이란 동요였다. 그녀들은 오순도순 둘러 앉아 마치 십대 소녀들처럼 어찌나 흥겹게 부르던지 오랜만에 나도 동심의 세계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가사 중에서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라는 대목에서는 주책맞게 눈물도 났다.




다 부르기가 무섭게 때마침 친정 단톡방에서도 엄마의 영상이 배달되어 왔다. 

모임에서 엄마는 하모니카로 해바리기의‘사랑으로’를 힘차게 부르고 계셨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이젠 당신이 건재하심을 보여 주시는듯한 모습이 어찌나 고마웠던지...


몇 해 전부터 무더운 여름 에어컨을 트는 시기가 오면, 엄마는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셔서 바람 한 점 조차 용납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리신다. 처음에는 냉방병인줄 알았는데 말초신경부위가 손상을 받아 그러신다고 했다. 좌우 대칭성으로 팔꿈치 아래부터 손 끝부분까지, 무릎 아래부터 발 끝부분까지가 칼에 베이는 것 같은 아린 아픔을 느끼신단다.

  

올 여름 그렇게 폭염으로 무더웠는데도 불구하고 에어컨 바람, 선풍기는 고사하고, 곳곳에서 부는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엄마는 만반의 준비를 하셨다. 

여름을 알리는 초복과, 가을을 알리는 입추의 간격은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항상 혈기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엄마가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계시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멀리 있는 나로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시때때 안부전화만 하는 수밖에 없어 애가 탔었다. 그런데 드디어 여름과 안녕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셔서 더할 수 없이 감사했다. 오늘도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에 햇살은 사라져 쓸쓸했지만 내 사랑하는 엄마와의안부 전화와 함께 훈훈한 대화는 날 따뜻하게 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노라면 그녀가 처음 학교 교사로 부임한 나이는 스물 네 살 이었다고 한다. 열정적으로 생활을 하신 덕분인지 그녀는 50대 초반에 인천에서 처음으로 여교장에 취임했다. 절대 권위적이지 않았기에 교장실은 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학생들의 아지트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인천, 그리 좁지 않은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 제일 붐비는 신포동 거리를 그녀와 거닐라치면 아주 오래전 제자들도 서슴지 않고 너무나 반갑게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항상 그녀의 어깨는 쫙 펴져 있었고 발걸음도 아주 당당했다. 그녀에게선 자그마한 키의 외모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던 그녀는 새벽 5시쯤이면 변함없이 일어나 평생지기와 함께 나지막한 동네 산으로 매일 등산을 했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그렇게 규칙적으로 운동한 게 평생 건강을 유지해 온 자산이란 것을.  


지금은 그렇게 꼿꼿했던 허리도 몰라보게 굽어 있으셔서 이젠 나의 한 팔로 엄마를 폭 안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무더운 이 여름과 꿋꿋하게 싸우셔서 이겨내시는 모습 보면 젊었을 때 열정적이고 강인하신 그때의 엄마 모습이 불현 듯 떠오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서슴지 않으셨던 엄마셨기에 나는 엄마가 평생 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그런데 요즘 들어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센서가 고장이 나는 거야. 참 많이도 사용했지 세상 사는

 순리대로 받아들여야지”하시며 당신의 아픈 곳을 담담히 받아들이신다.


그런 엄마가 오늘도 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쉴 새 없이 당신의 하루 일과를 또 들려주신다. 귓가에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게 평안을 주는 엄마의 안부가 나의 동심을 되찾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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