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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Jan 26. 2021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해봅시다

중독

'나도 못 내려놓는데 무슨'

맞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 돼겠다. 나부터라도 스마트폰 절제해야지' 싶다가도, 이내 자신이 없어져서 폰을 집어들며 '어쩔 수 없지' 하고 마는게 2021년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연락창, 은행, TV, 정보서칭도서관, 게임방, 영화관, 피트니스, 식당. 

모든 곳이 되어준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건, 음식 간맞추기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편리함을 한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다. 더 이상 스마트폰은 내가 '사용해야지', '사용하지 말아야지'를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누리던 편리함 중 어느 것 하나 누리지 못하게 되어도, 삶이 엄청나게 불편해지는데다가, 무언가 모를 불안감까지 느껴지게 한다. 폰을 두고 나온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 첫 기분을 기억하는가?


Photo by Patricia Prudente on Unsplash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사용해야지', '사용하지 말아야지'를 선택할 대상이 아니다. 알림장 기능부터, 정보서칭, 친구들과의 교제, 취미생활 등 아이들의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2020년도는 학교생활까지 기기를 통해 해야했던 1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길어진 아이들의 온라인 생활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 상황이 나아져도 어떤 이유로 인해 온라인 라이프가 또 다시 일상화될지 어떨지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아이들에게도 '기기의 사용'이 이미 일상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사용하도록 두면 안되는 이유라도?

인류가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데, 왜 우리는 아이들의 기기사용에 유독 불안감을 느끼는 것일까? 불안감이 아니라면 우리는 왜 구지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하려할까? 구부정하게 스마트폰만 하고 있는 게 한심해 보여서? 시력 나빠질까봐? 해야할 공부를 안해서?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해야할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해야할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전두엽 기능의 저하' 때문이다.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진들이 스마트폰 사용이 전두엽기능을 저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20년 7월 KBS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71일간 사용하지 않기 실험을 했었는데, 스마트폰을 71일간 사용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계속 스마트폰을 이용한 학생들에 비하여 전두엽 기능이 우수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Photo by McKaela Taylor on Unsplash


우리가 가진 모든 조절능력은 전두엽에서 관리하고 있다. 행동을 조절할 때도, 충동을 조절하는 것도, 감정을 조절할 때도 모두 전두엽이 힘을 발휘한다. 전두엽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렇다. 우리는 '화'를 조절하지 못해 분노조절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쇼핑/게임/도박/섹스 등 모든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중독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될 것이다. 사회적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맺는다는게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주의집중력도 전두엽의 영향을 받는다. ADHD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전두엽 기능을 보완해주는 약물을 처방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뿐인가. 전두엽은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을 돕는 부분이기도 하며, 계획을 세우거나 자신의 행동에 의해 이어질 상황을 유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쯤되면 거의 제대로된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필요한 모든 조건을 다 전두엽이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중책을 맡고 있는 전두엽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니,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도를 낮춰야할 분명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전두엽의 발달은 유년기부터 성인기에 막 이르기까지 계속 된다고 하니, 그 시기까지 아이들의 전두엽을 최대한 지켜줄 의무가 우리 부모들에게 있는 것 같다. 



오늘부터 너 스마트폰 금지야


그렇다면 이 방법이 먹힐까? 이미 압수작전을 써보신 부모님들은 그 결과를 알 것이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아이들은 부모님의 눈을 속이고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숨.어.서. 원하는 욕구를 채우게 된다. 그리고 더욱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간절함이 불타오르게 된다. 원래 모든 인간은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더 열망을 가지게 되는 편이지 않는가? 

게다가 서서히 또래로부터도 고립되어 간다. 요즘은 또래문화가 스마트폰으로 집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부터의 고립은 또래로부터의 고립이 되기도 한다. 대화의 주제가 끊기고, 점점 그 문화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진다. 그 뿐인가? 스마트폰으로 얻어지는 지식과 정보도 알게모르게 많기 때문에, 그 부분도 어느 부분 포기해야만 한다. 요즘은 학령전기 아이들도 스마트폰 교육컨텐츠를 통해서 말, 언어 등을 배운다. 더 빨리 언어를 습득하는 아이들을 보면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교육컨텐츠에 일정시간 노출된 아이들이 많은 것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에 비해 스마트폰 노출이 아예 없던 아이는 언어나 특정 지식에 대한 발달이 느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부모님들 중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될까봐 강박적으로 스마트폰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시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방법은 실패다. 일시적으로 아이의 사용을 멈춰줄 수는 있지만, 아이는 못하게 하면 할수록 스마트폰에 더 집착하게 될 것이다. 



압수말고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요?

있다. 전두엽을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적정 시간 아이가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매체를 아예 접하지 못하게 하기보다는, 조절하는 힘을 길러주는 훈련을 통해 스마트폰의 순기능만 모조리 뽑아내보도록 하자. 


1-2세까지는 최대한 늦게 노출  2살까지는 최대한 미디어노출을 자제하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좋다. 미디어로 무언가를 학습하고 배우지 않아도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심심할 틈이 없다. 엄마와의 눈맞춤으로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뒤집고 걷고 뛰고 자기 신체 기능들을 하나씩 습득하기 바쁘다. 세상을 둘러보고, 냄새를 맡고, 입으로 탐색해보고,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나 노래소리를 통해 청각능력을 키우고, 손으로 만지며 오감을 발달시키는 놀이에 집중한다. 일단 한번 스마트폰을 제공해주면, 직접 오감을 충족하지 않아도 쉽게 청각적 시각적 자극을 주는 스마트폰을 또 찾게 되므로 무조건 노출을 늦춰보자.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학령전기 3-7세 TV와 어플위주, 하루 30분 노출  3세부터 아이들은 언어, 공감능력, 사회규범, 사회성 등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습득하기 시작한다. 이 때 적절한 교육어플이나 TV프로그램에 미니멀한 시간만큼 노출시켜주면, 아이는 언어발달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지식을 얻기도 하며, 사회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대리경험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지를 학습하기도 한다. 하루 30분을 권장하며, 하루 1시간을 보여주기로 결정하더라도 30분씩 쪼개서 두번에 나누어 노출 시켜주는 쪽이 좋다. 해외에서 한 연구팀이 피실험자를 스마트폰에 40분 노출시킨 후 전두엽의 변화를 관찰하였는데 전두엽의 기능이 둔하여 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의 결과를 인용하는 이유는 30분이 옳다, 40분이 옳다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혼자 멍하니 긴 시간을 TV나 스마트폰을 보게 하는 것보다 TV내용에 대하여 부모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시청하여 주는 쪽이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시청시간이 너무 짧게 되면 아이가 '충분히 보았다'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우며, 그렇게 TV나 어플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앉은 자리에서 30분의 시간을,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부모와 이런저런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청하는 쪽을 권장한다.  


학령기 8세 이상 유튜브 컨텐츠 허용, 하지만 컨텐츠 필터링 필요  사실 유튜브는 아이들을 기기에 과의존하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매체이다. 'TV나 어플이나 유튜브나 다 비슷한 것 아닌가요?'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TV나 어플은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과 컨텐츠 안에서 아이들이 채널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TV 프로그램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어플의 경우에는 그 안에 제공되는 컨텐츠의 양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컨텐츠를 보면 그 시리즈물이 모두 나올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즉 현재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만한 컨텐츠를 알고리즘을 통해 파악해 아이의 눈앞에 표출시켜준다. 아직 조절기능이 완벽하지 않은 아이는 계속해서 유튜브를 통해 관심있는 프로그램에 노출되고, 다음 컨텐츠를 스스로 눌러 계속 시청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여줄 때는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채널을 마음껏 콘트롤해가며 보게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학령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래들이 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싶어할 때는, 부모가 먼저 필터링 후 아이에게 제한된 시간동안 허락된 컨텐츠 내에서 선택하여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내용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유튜브 노출을 허용하되, 어떤 채널을 시청할지는 부모와 아이가 부모의 필터링 하에 결정하고 그 범위안에서 자유롭게 시청하도록 한다. 간혹 허락한 채널이라 하더라도 욕설, 폭력적인 내용, 성적인 내용 등 비교육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부모가 시청을 중단시켜야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는 사전작업도 필요하다. 


Photo by Pixabay from Unsplash

청소년기 12세 이상, 함께 스마트사용 룰 세팅  아이와 상의하여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한다. 스마트폰때문에 학교에서 집중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집중력을 흐트려트리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 해보도록 한 뒤, 스스로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겠다 생각이 들도록 대화를 나눈다. 부모와 아이가 주중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면, 학교가 끝나고나 주말에는 게임이나 유튜브시청을 한 시간, 단, 시간을 쪼개서 하기로 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부모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스마트폰때문에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거나 수면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아이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저녁시간에 스마트폰 사용 자제하는 연습을 함께 해보자고 권유해 볼 수도 있다. 컨텐츠를 선택할 때도 또한 또래 친구들이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어떤 프로그램이 재미도 있으면서 부모도 믿고 시청하도록 맡길 수 있는지 부분을 함께 이야기 해본다. 스스로 정한 시간을 잘 지켰을 경우 칭찬이나 긍정적 피드백으로 아이가 스스로의 조절능력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중독된 아이들은 가망이 없는 것일까?

스마트폰 사용 시 아이들이 가장 중독증상을 많이 보이는 부분이 바로 유튜브와 게임이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부모와 대화조차 하려하지 않고, 해야할 일들을 하지 않아 부모와 자꾸 마찰이 생기고, 짜증이나 화 같은 감정조절에 문제가 보일 경우,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울과 관계가 있다  TV,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은 여러 정서적인 문제들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강박증, 가족 및 또래와의 갈등, 부모의 무관심, 높은 불안감, 낮은 자아존중감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도 우울한 감정과 연관성이 높다. 특별한 노력 없이 클릭이나 터치만으로 현실에서 도피케 해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현대 매체들은 우울한 감정을 잠시 완화시켜 줄 수 있어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중독수준이 심각해 질수록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되므로, 이를 통해 오는 좌절감은 더 큰 우울감을 주고 이에 더욱 매체에 의존하고 중독되어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중독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 계기, 가족 및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 등 정서적인 부분을 해소하고 나면 어느 정도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어설프게 도전하였다가 실패하고 또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실패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면 부모와 자녀가 모두 지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체 중독에 대하여는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을 것을 권장한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이 원인이라면 전문가(타인)가 아닌 부모가 강압적으로 자신이 빠져있는 무언가를 못하게 차단할 경우 관계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소지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게임이나 자녀가 빠져 있는 관심사 속으로 부모가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하는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일단 대화자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관심사 안으로 들어가 그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대화의 물고를 터내야 한다. 그렇게 서서히 대화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이후 어느 정도 관계가 개선되면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오프라인 대체 흥미활동을 하나씩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 대체활동이 없다면 아이는 다시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말은 쉽지만 막상 실행해보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마음상태가 어떻고 어떤 이유로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가면서 함께 앞서 언급한 과정들을 밟아나가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중독수준이 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문가가 자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독된 매체와 거리를 두게 할 수도 있고, 심리적인 부분의 치료와 함께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도록 도울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면, 성공경험을 하게 되면서 중독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기관 내 프로그램들을 통해 중독되었던 매체를 대신할 활동들을 교육받거나 체험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Photo by Suzy Hazelwood from Pexels

Main Image: Photo by Jessica Lewis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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