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괴로운 이유
막 40대가 되었다.
30대가 한창 익숙해져
이제 좀 알만할 때가 되니
40대가 되었다.
30대의 시간은
나의 커리어를 보상받는 시간이었고
전문성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던 나의 20대와는
확실히 다른,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이 있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보람된 시간들이었다.
20대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외모와 체력.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상황에도
꽤 유연하게 대응하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노련함이 생긴 시간이었다.
30대가 꽤 괜찮아서
40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설렘도 있고, 30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들을 기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이 조금 힘들었다.
매번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의 마음만 들여다봐 주다가
내 마음의 변화를 감지하고 당황했다.
한껏 성장한 자녀,
이제 나이 들어가심이 보이기 시작한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은 더해졌는데,
그에 반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은
체력과 함께,
눈에 보이지도 않을 크기의 구멍이 뚫린 풍선이 아무도 모르게 숨 죽어가듯,
그렇게 줄어들어가는 느낌이다.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자극보다는 익숙함, 편안함이 더 좋아졌다.
"그래,
변화를 겪는 건 누구나 힘들지.
너도 힘들겠다."
속으로 왜 내 마음이 괴로웠는지 둘러봐주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왜 힘든지만 알아도
이렇게 마음이 다독여지는 것을.
그날에 만났던 내담자들의 괴로움도 생각이 나면서,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힘든 이유에 대해서.
때로는 덮어두고,
때로는 회피했던,
그 다양한 괴로움들을
표면 위에 올려놓고 보면,
혹 이럴지 누가 알겠는가?
'아 별것도 아니었구나.
이 정도쯤이야 내가 흘려보낼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