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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y 22. 2024

Prologue.

내 마음이 괴로운 이유 


막 40대가 되었다.

어느 연주홀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 폭풍처럼 감정을 쏟아내는 연주자가 후련해 보였다.

30대가 한창 익숙해져

이제 좀 알만할 때가 되니 

40대가 되었다. 


30대의 시간은

나의 커리어를 보상받는 시간이었고

전문성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던 나의 20대와는

확실히 다른,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이 있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보람된 시간들이었다.

20대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외모와 체력.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상황에도 

꽤 유연하게 대응하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노련함이 생긴 시간이었다.


30대가 꽤 괜찮아서 

40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설렘도 있고, 30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들을 기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이 조금 힘들었다. 

매번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의 마음만 들여다봐 주다가

내 마음의 변화를 감지하고 당황했다. 

한껏 성장한 자녀,

이제 나이 들어가심이 보이기 시작한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은 더해졌는데,

그에 반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은 

체력과 함께, 

눈에 보이지도 않을 크기의 구멍이 뚫린 풍선이 아무도 모르게 숨 죽어가듯,

그렇게 줄어들어가는 느낌이다.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자극보다는 익숙함, 편안함이 더 좋아졌다. 


"그래, 

변화를 겪는 건 누구나 힘들지. 

너도 힘들겠다."


속으로 왜 내 마음이 괴로웠는지 둘러봐주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왜 힘든지만 알아도 

이렇게 마음이 다독여지는 것을.

그날에 만났던 내담자들의 괴로움도 생각이 나면서,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힘든 이유에 대해서.

때로는 덮어두고, 

때로는 회피했던,

그 다양한 괴로움들을 

표면 위에 올려놓고 보면,

혹 이럴지 누가 알겠는가?


'아 별것도 아니었구나. 

 이 정도쯤이야 내가 흘려보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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