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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May 24. 2022

천사처럼 날 인도한 에델바이스

Meaning Flower-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에델바이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가 있다.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꽃의 동요일지도 모른다. 누가 그 주인공 같은가? 장미나 백합? 아니면 아네모네나 민들레? 전부 아니다. 바로 하얀 솜털로 뒤덮인 작은 꽃송이, ‘에델바이스’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

귀여운 미소는 나를 반기어 주네

눈처럼 빛나는 순결은 우리들의 자랑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마음속의 꽃이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포스터. 오스트리아 배경의 풍경이 아름답다.>
<에델바이스를 부른 작중 대령이자 아버지, 폰 트랩의 노래 장면.>


이 노래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1965>의 수록곡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다. 작품의 배경인 오스트리아의 관광률이 기하급수적인 상승을 보였을 정도다. 다만 의외인 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저 아름다운 노래가 오스트리아의 국가나 민요가 아니란 점이다. 애국심이 투철한 남자 주인공 대령이 부르는 탓일까. 그 오해는 아직도 여전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선 에델바이스란 노래의 인지도가 낮다고 한다. 영화 자체가 미국에서 주도해 제작하고 흥행해서 오스트리아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젊은 층만 하더라도 아는 사람이 드물단다. 신기한 뒷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선 <사운드 오브 뮤직>을 모르는 20대를 찾기 힘들 정도가 아닌가. 음악책에 한 번쯤 실리고, 한 번쯤 흥얼거려본 명곡이 깊은 역사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아주 상징성이 뛰어났는데 어쩌다 등장하게 됐는지가 제일 의문이었다. 어쩌다 에델바이스가 나오게 된 것일까?   


사실 에델바이스라는 노래만 알았지 꽃은 실물도 낯설었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으리라 예상하고 찾아보았다. 내 기대는 벗어나지 않았다. 에델바이스는 하얀 솜털로 덮인 포엽(꽃을 둘러싼 잎이 변형된 것)을 지닌 식물로, 그 특성에 맞게 높은 산지에 산다. 알프스 같은 고산지대가 대표적이다. 알프스가 있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선 가장 대중적인 꽃인데, 우리나라의 민들레와 비슷한 인식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면서 친숙한 정이 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이런 꽃은 평화로울 때에 주목받지 않는다. 세상이 살기 힘든 시기에 그 본연의 꿋꿋함으로 눈길을 이끈다. 장미나 백합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짙은 향기와 고운 빛깔 대신 수수한 존재감이 마음에 더 와닿는 법 아닌가. 화사함은 기쁨을 더하지만, 오랜 친숙함은 위로를 선사한다. 에델바이스의 설화를 찾아보면 이런 위안이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님이 느껴진다.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의 천사가 알프스에서 지냈는데, 한 등산가와 우연히 만났다. 그는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렸고 많은 등반가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서 알프스에 오르다 추락사했다. 마침내 그녀는 '신'에게 기도하면서 자신을 꽃의 모습으로 바꿔달라 간청하게 되었다. 신이 소원을 들어주어 나타난 꽃이, 천사의 이름을 딴 '에델바이스'다.  

   

<에델바이스의 모습.>

숨쉬기도 힘든 설산에서 마주한 꽃이 얼마나 반갑고 예뻤길래 저런 이야기가 생겨났나 싶다. 천사가 변해 나타난 존재라니, 경탄과 안도가 뒤섞였었던 모양이다. 꽃말 역시 이 감성을 따라간다. “고귀한 사랑, 소중한 추억, 용기”. 험난한 환경에도 피어난 에델바이스를 보고 사람들은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거기다 작중 배경을 감안하면, 에델바이스의 등장으로 꽃말과 설화가 주는 대중적인 위로와 안심의 무게는 보다 확실해진다.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이 발발하여 조국을 지키지 못하는 위태롭고 무서운 상황에 대령은 가족과 탈출하려다 강제로 노래를 부르게 된다. 내내 무뚝뚝하고 엄한 모습을 보인 사람이 부드러운 ‘에델바이스’를 따스하게 풀어내는 장면은, 넘치는 명장면 중에서도 남다르다. 가족에 대한 고귀한 사랑과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소중한 추억, 강압에 맞서 애국심을 드러내는 용기 모두가 잘 드러난다. 다른 노래들과 다르게 드문 솔로곡은 귀에 유독 맴돈다. 복합적이고 위대한 감정이 모두 녹아나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외지인에겐 별 것 아닌 사소한 들꽃이지만, 그들에겐 남다른 꽃이 에델바이스다. 굳이 노래와 가장 멀게 표현된 대령의 입에서 에델바이스가 흘러나온 게 우연일까?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 남편으로서, 한 명의 국민으로서 대령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위기에 처해있었는지 보여주고자 감독이 노래를 부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에델바이스의 노래 가사는 시간이 흐른 지금 보아도 따스하다. 익숙함과 함께 어느새 한 송이 한 송이 가슴에 심어졌다. 설화 속 등산가가 느끼고 오스트리아의 옛사람들이 느꼈을 심정이 내게도 옮았다. 너무 가슴 아픈 상황에서 대령의 입을 통해 만났지만, 그들에게 어떤 가치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기뻤다. 에델바이스의 하얀 솜털이 계속해서 가락을 타고 위안을 이어 주기를 소망한다. 내게 이 만남은 그만큼 감명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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