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란 무엇이며 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가에 대하여
Die Kirche ist nur Kirche, wenn sie für andere da ist.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44년 7월 테겔 감옥에서 에버하르트 베트게에게 보낸 편지, 『옥중서신』(Widerstand und Ergebung) 수록
시즌 4를 거치며 관계가 지닌 여러 층위를 짚어보았습니다. 촘촘한 연결망 속에 갇혀 외로움을 호소하고, 타인을 도구로 취급하며, 다름을 감내하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신체를 소거한 접속에 의존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서둘러 관계를 끊어냅니다. 사람들은 관계를 철저히 자아 중심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재편하려 듭니다.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는 『자아의 원천들』(1989)에서 이 기형적인 욕망을 추적합니다. 그는 현대인이 겪는 고립을 단순한 도덕적 타락으로 취급하는 대신, 근대성이 빚어낸 구조적 현상으로 파악합니다. 근대 사회는 자아를 공동체에서 떼어내 원자화한 개인으로 빚어냈고, 타자 없이 홀로 완결성을 획득한다는 환상을 심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환상에 기대어 관계조차 자아의 편의를 위해 선택하거나 폐기합니다.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나치 폭력에 저항하다 처형당했습니다. 1944년 7월, 테겔 감옥의 차가운 벽 안에서 그가 친구 에버하르트 베트게에게 써 내려간 편지는 20세기 신학을 이끄는 핵심 문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회퍼는 예수를 '타자를 위한 존재(Being-for-others)'로 규명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구조를 통찰했습니다. 인간은 고립된 개인으로 머물 때 온전함을 누리지 못합니다. 근대 사회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홀로 완결성을 갖춘 상태를 이상적인 삶으로 상정하며, 관계망 밖으로 물러나는 고립을 자발적인 자기 보호로 포장했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따라 타자를 밀어낸 개인은 자신을 비춰볼 좌표를 상실한 채, 그의 내면은 서서히 고갈되어 버립니다. 무릇 인간이란 타자를 대면하고 부딪치는 틈새에서 비로소 고유한 윤곽을 드러냅니다. 타인의 음성을 듣고 낯선 아픔에 응답하며 다름을 조율하는 수고로움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냅니다. 자아는 곁을 내어주고 더 넓은 생명의 그물망 안으로 능동적으로 걸어 갈 때 고립의 장막을 걷어내고 충만한 온전함에 다다릅니다.
그러므로 "나" 곧 자아의 정체성은 타자와 맺는 관계 속에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습니다. 본회퍼가 말한 '타자를 위한 존재'는 자아를 지우고 타자에게 종속되라는 요구를 단호히 밀어냅니다. 타자를 향해 문을 열어젖힐 때 인간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때보다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 훨씬 충만한 자아를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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