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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Nov 13. 2024

심사를 하며 깨달은 그것

학생들이 국제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회 중 하나의 심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집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대회장에 도착했다.


대회 문제에 대해 미리 조언을 주고 수정을 봤기에 익숙한 문제 이긴 했지만


먼 길, 낯선 곳에서 나에게 익숙지 않은 도구로 주최 측에서 알려준 방식으로 채점을 매기 시작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내가 아는 문제였지만 규칙이 아직 익숙지 않아 전혀 다른 포인트로 보고 있다가 부랴 부랴 채점을 매기기도 하고,


채점 기준도 미리 마련하긴 했지만 하다 보니 수정할 만한 사항이 발견된다.


어떤 학생이 너무나 잘해서 부가 점수를 주고 싶어 진다.

그럼 중간에 부가 점수 제도가 도입된다. 그 이후에 잘한 학생의 경우 그 앞에 잘했던 그 학생 덕분에 이득을 보게 되는 샘이다.


심사를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첫 학생은 심사 위원들이 정신이 없는 와중에 시작하기 때문에 본 실력보다 점수가 덜 받을 수도 있겠구나.


또 신기한 것이 학생들의 외모도 영향이 있다.


머리가 더풀더풀하고 단정치 못하면 신뢰감이 떨어진다.


예전에 대학생 대표로 국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국제 행사를 주최권을 따내고자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자리였는데 그때 리허설을 감독하고 계시던 모 교수님께서 나의 머리에 대해 지적을 하셨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자꾸 넘기는 행위를 하지 말라며. 그분의 말씀이 유쾌하게 들리진 않지만 바로 그분의 의견을 반영해서 본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친구가 내 머리를 깔끔하게 따줘서 아마도 그분 눈에 깔끔한, 만족스러운, 단정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문득 그때 그 교수님이 생각났다.


같은 발표를 해도 그 사람의 차림새나 몸가짐에서부터 점수는 매겨지기 시작한다.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런 생각부터 드는 것은 나도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인가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인가.


심사를 하면서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싶기도 했다. 뒷부분부터는 채점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처음에 정신없게 채점한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다가 운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다랐다. 그 사람의 순서에 따라 심사위원의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결과가 조금 걱정이 되었으나 본선 심사가 다 끝나고 결선 심사가 되었다.


참 신기한 것이 나만 나의 심사 결과가 걱정된 건 아니었나 보다. 다른 심사위원께서 조심스레 물으셨다. 본인만 점수를 다르게 주지 않았나 물으셨다.

주체 측 학생 말이 흥미로웠다. 심사위원 세 명 점수가 비슷했다고 한다. 잘 한 친구가 결국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대회라는 것이 물론 운도 영향이 있고 본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심사위원의 컨디션이나 본인의 순서가 영향을 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실력이었다. 그 사람이 잘하면 결국 월등한 점수를 받게 마련이다. 비리가 있진 않는 한 잘한 사람이 1등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국가 간 다양화를 존중해서 한 나라 출신이 혜택을 볼 수는 있겠지만 본인이 잘하지 않았다면 그런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것.


결국 우리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심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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