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대학원 도전 일지 2️⃣
처음 ‘MOT’라는 분야를 알게 된 순간부터, 이 길을 가려면 도대체 어디 대학원을 선택해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다른 학교의 대학원도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관련 과정이 꽤 잘 갖춰져 있었지만, 솔직히 “기왕 하는 김에…”라는 마음이 컸다. 떨어지더라도 다른 기회가 있을 테니 처음부터 목표를 높여 SKY 이상의 대학원 위주로 알아보고 싶었다.
전일제 학생만 뽑는 곳을 제외하고 나니 KAIST와 고려대학교 두 곳만이 남았다. 다만, KAIST의 경우 토요일마다 대전 캠퍼스에 내려가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꽤 높았다. 그래서 고려대 MOT만 넣을 생각이었지만,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MOT를 할 거라면 그래도 KAIST가 가장 유명하다”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결국 나름의 전략적 욕심이 발동해서, 어차피 준비하는 김에 두 대학을 함께 도전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KAIST의 여러 과정 중 IMMS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과정은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에 좀 더 집중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었다. 내 커리어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어 한때 고민이 많았다.
결국엔 플랫폼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모이는 곳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봄 학기에 바로 지원이 가능한 I&TM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고려대학교 MOT와 KAIST I&TM을 함께 준비하게 되었다. 평소에 생각하던 목표와방향성이 나름 확고해서 자기소개서와 에세이 쓰는 작업도 의외로 수월하게 진행됐다.
두 학교에서 요구한 서류 항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고려대: 입학원서, 학업계획서, 졸업·성적·경력 증명서, 기타 서류
- KAIST: 입학원서, 키워드 및 자기소개서, 학사과정 이수표, 에세이, 학사 성적증명서, 공인영어성적표, 재직증명서,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
작성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어떻게 본인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카이스트는 자기소개서와 에세이에서 질문의 틀이 조금 정해져 있었고, 고려대는 학업계획서 한 편을 자유롭게—단, 글자 수 제한 내에서—작성하면 되는 구조였다.
이 차이점 덕분에 카이스트용 글을 먼저 완성하고, 이를 토대로 고려대 학업계획서를 약간씩 수정·보강하는 식으로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서류에 담은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 다섯 가지였다.
- A사와 B사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과 조율 능력을 갖췄다.
- 기술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리더가 되고 싶다.
- 실무 경험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전문적인 학습과 다양한 관점을 배우기 위해 지원했다.
- 비즈니스 모델, 규제 전략, 플랫폼 성장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계획이다.
-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등 미래 지향적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 IT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에세이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때엔 혹시나 MOT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인식이 될 점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실제 MOT 석사와 박사 학위에서 연구한 내용 중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 있는 논문들을 찾아서 읽고 각주로 넣기도 했다.
추가로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나 ‘기타 서류’로 나에 대해 좀 더 어필하는 자료 제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여기에 대학 시절에 여러 공모전에서 받은 상장, 취업 준비를 하면서 따둔 자격증, 인턴 시절에 동료들과 땄던 특허 등을 첨부했다. 더하여 이직을 준비하며 제작했던 포트폴리어를 각각 대학원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하여 작성했다.
이미 취업이나 이직을 거쳐 온 터라, “또 서류 준비냐”라고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꽤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가 왜 이 대학원에 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어떠한 길을 갈 건지 정리하면서 내 전체적인 커리어 방향을 한층 더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제출 버튼을 누르고 나니 나름의 뿌듯함이 밀려왔다. 서류 전형은 다행히 두 대학원 모두 합격하였다. 다음 글에서는 면접 준비, 그리고 최종 합격까지의 과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풀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