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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Apr 23. 2024

동네 책방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가가책방을 방문했다.


       가가책방은 공주 구도심에 위치한 작은 무인 서점이다. 책방, 올해 다양한 지역의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지역의 여러 가게들을 들렀다. 그러나 소규모 책방은 첫 방문인 것 같았다. 평소에 책과 서점을 좋아하여 들를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었는데 말이다. 은연중 책방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마음속에 감추었던 한 가지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발을 들이기가 어려워서이진 않았을까.


동네 책방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 의문은 근 몇 년간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져 왔다. 이러한 의문은 당연히 시장 흐름의 합리성에 기반하였다. 내 시선에서의 동네 책방이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을 거스르는 구시대적 가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전국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는 상수도 시설이 발전했지만 그 이전에 물을 실어다 팔던 물 지게꾼이라는 직업의 소멸을 가엾이 여겨 물 지게꾼에게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할까. 시장을 살리겠다고 대형 마트에 휴업을 강제한, 무능한 인간들의 정치질이 떠올랐다.


오프라인에는 대형 서점이 즐비하고 온라인에는 주문하면 하루 만에 문 앞에 책이 도착하는 이 시대에 과연 동네 책방은 어떠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지자체에서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세금이 그저 개인의 상업적 목적을 가진 가게에 빠져나가는 상황을 눈앞에서 직접 바라보며, 비슷한 행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며 나는 도저히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여러 동네 책방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책만 팔아서 책방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당연히 대형 서점과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단순 비교로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선 보통 정가의 10%를 할인해 주지만 동네 책방은 할인 없이 책에 적힌 정가 그대로 파는 경우가 많다. 책을 들여오는 입고 가격부터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네 책방은 책만 팔기보다는 책모임을 하거나 작가를 초대해 북토크를 열거나 음료를 파는 카페와 병행하는 등의 다양한 생존 방식을 택한다.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미술은, 음악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대체 우리의 예술은 왜 필요한가? 인간의 탄생과 함께 예술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그러나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일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쓰이는 것 말고는 자체로의 기능이나 효용성은 늘 의문이다. 이는 아마 죽는 날까지도 명쾌한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원 제도에도 불만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매년 일정 수의 가난한 예술가에게 무작정 돈을 뿌린다. 예술가는 불쌍하고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인가? 직접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돕는 것보다 돈 몇 푼 쥐어주는 게 편하니 현금성 지원을 택하는 것일까?


"동네 책방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납득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이다. 어제 방문한 미정작업실에서 듣고 나눴던 이야기 주제 중 북클럽이 있었다. 책을 읽고 공통된 주제와 이야기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느슨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북클럽에 참가해 본 적은 없지만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의 시대로 넘어가는 상황에 불특정 사람들의 유대를 만들어 주는 장치란 굉장히 소중하다. 또 하나는 다양성이다. 대형 서점이 독점을 해서는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의견. 어느 정도 이해는 갔지만 이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했다. 내 머릿속에선 다양성이 존재한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도움 없이 철저히 자력으로 생존해야 할 것이다.


책방과는 관련도 없는 한 인간의 의문에 누군가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의문을 가지든 말든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동네 책방을 열 것이고, 또 누군가는 동네 책방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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