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로등 하나만이 앞을 밝힌다. 큰맘 먹고 내디딘 강변길은 초점 없는 어둠 속에서 끝을 모른 채 이어져 있다. 힘차게 두 팔 흔들며 걷던 모습은 일찌감치 사라졌고 처진 어깨만 자리한다. 떨궈진 시선 앞에 풀린 신발끈은 안 그래도 더딘 발걸음을 거의 멈추게 끔 만들고 만다. 그만할까.
정말 잠시 멈춰서 본다. 가팔라진 숨이 귀에 꽂힌다. 눈을 감고서 크게 한번 들이쉬고 다시 내쉰다. 다시 찾은 안정에 휴대폰을 연다. 10,000걸음. 아직 더 할 수 있다. 이윽고 신발 매듭을 완전히 풀어헤친 채 차례로 묶어본다. 힘껏 묶고선 무릎을 피며 일어선다. 눈앞에는 당장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바닥이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