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며 부산을 떨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만 깔끔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 와중에 업체에서 받은 24년 달력이 눈에 띄었다.
'벌써 12월이네. 달력도 바꿔야 하려나.'
보통의 달력에는 1월이 아닌 그전 해의 12월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아직 해돋이도 보지 않았지만 새것으로 바꾸기엔 적기였다. 곧바로 때가 탄 23년 달력은 한쪽으로 치우고 반들반들한 새 달력을 펼쳤다. 너무 백지인 탓에 몇 글자라도 끄적여야 될 것만 같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고심 끝에 펜을 들고서 겨우 그린 12월 18일과 19일의 빨간 동그라미. 23년 마지막 휴가였다. 그래, 가장 중요한 날이니 어쨌든 표시하는 게 맞지. 그렇게 얼렁뚱땅 새 달력을 맞이하고서는 남은 청소를 마무리 지으러 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 달력은 1월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12월을 끼워두는 걸까. 결국은 '준비'할 여유를 주는 게 아닐까 한다. 체하지 말라고. 1월 1일 00시 00분이 지나자마자 달력을 넘기면 그 새하얀 백지를 맞이하는 것이 너무 버거울 테지. 오늘의 나처럼. 그러니 마음 정리를 할 시간을 주는 거다. 한 해 동안 있었던 갖은 일과 사념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 난 자리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새로이 펼쳐진 23년의 12월 달력이 넘어가기 전에 온전히 내년을 맞이할 자세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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