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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Dec 25. 2020

'Barakah meet 바라카', 사우디식 데이트?

영화로 떠나는 아랍 여행 - 사우디아라비아

오늘 같이 방문할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메카, 메디나 두 곳의 이슬람 최대 성지와 이슬람 왕정국가 등의 이미지 만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곳에서도 남녀의 꿈과 결혼, 랑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남인 남녀가 데이트를 한다면? 집안 어른들 사이에 맺어주는 중매결혼이 여전히 주를 차지하고 있고, 여성 운전이 허용된 지 얼마 안 되며, 풍기문란사범이라며 전통 보수 가부장제 문화를 어기는 것이 여전히 법의 제재와 관습의 통제를 받는 나라에서, 자유연애는 가능한 것일까?


그 궁금함을 이번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 영화는 편하다. 따스하다. 슬프다, 잔잔하다. 그런데 여운이 있다. 내 눈에 주연 배우나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도 애정도 담아낼 수 있다.



이 영화는?


Barakah Meets Barakah (بركة يقابل بركة‎ 바라카 요까빌 바라카, 2016), 감독 마흐무드 삽바그(Mahmoud Sabbagh)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젯다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다. 당연한 것인가? 여하튼, 그렇다. 이야기는 우연히 남남인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데이트를 하고, 난생처럼 데이트를 하고, 테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도 한다.


보호자 없이 남남인 남녀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나서도 안되고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더욱이 신체접촉을 하는 것은 완전히 금기사항이고 위법한 짓이다. 그렇기에 둘이서 만날만한 안전지대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왜? 비비가 자신의 가족 몰래하는 데이트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


'바라카'(بركة)라는 이름은 '축복'의 뜻을 갖고 있는데, 여성의 이름이다. 굳이 한국식으로 바꿔본다면, 복순, 복희, 복자 같은 이름이다. 그런데 남자인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바라카이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눈에 띄는 이름, 그런데 그의 직업은 시청 공무원 그것도 풍기문란 사범, 경범죄를 단속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연극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연극인이기도 하다.


그의 맞상대인 바라카는, '비비'라는 예명으로 불린다. 인스타그램으로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팬덤이 아주 대단한 영상 블로거이다. 그는 사회 비판적 이슈도 과감하게 다루는 인물이다. 이 둘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과 통념을 마주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바라카는 자신이 연극에서 햄릿이 아니라 오필리아역을 맡았고, 여장하고 연극을 했다고 고백한다. 비비는 이제부터 자신의 이름은 비비가 아니라 바라카 하리쓰라고 말한다. 자신이 고아라는 것조차 기자회견에서 다 밝혔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속 상징과 그림 언어


적지 않은 그림 언어가 자리한다. 이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폐쇄성에 대해 무겁지 않게 그리고 사회 비판의 시선을 감추지도 않는다.


이 영화를 통해 모든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이 호화 저택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본다. 평범한 서민지역에 사는 허다한 사우디인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사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 오프라인 세대와 온라인 세대, 그 세대 차이를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늘을 마주한다.


아래 그림은 비비 집안과 바라카 집안 사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거리감을 그리고 있다.


흥미로운 그림 언어는 아래와 같다. 풍자와 해학, 사회 비판이 담겨 있다. 무슬림의 어떤 모습과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규제에 대한 어떤 메시지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이다. 저녁 기도를 이끄는 한 무슬림(그가 무슬림 성직자인지 단지 기도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한 무슬림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꼈다. 그것도 저녁 예배를 앞서서 인도하면서 그렇게 했다. 감독의 사우디아라비아 무슬림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은 것 같다.



재미있는 장면이다. 처음 바라카가 비비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집안에 들어가는 곳에 걸려있던 그림과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그림(?)의 차이이다. 누군가의 정체불명의 x 레이 사진과 출산 기원 부적.. 아들 선호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영화 속 풍자, 그림 언어이다.


이 두 장면도 인상적이다. 여성 내의 그것도 붉은빛 가득한 내의를 선물하는 것이 이른바 '아재 세대'의 한물간 선물이라고 '비비'가 언급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붉은 여성 내의 선물은 사실 지난 세대, 가부장제 사회의 그림 언어이다. 밖에서는 노출을 못하게 하지만, 집안에서는 남편을 위해 야한 옷을 입기를 원하는 남성주의 시각을 비추는 그림 언어이다.

바닷가에 자리한 젯다, 잘 다듬어진 백사장과 풍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해안가에서 금지되는 사항 모두가 사우디인의 일상의 즐거움을 드러내는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수영금지, 롤러스케이트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영상 촬영 금지, 반려견과의 산책 금지, 음악 연주 금지, 축구 금지, 불 피우는 것 금지, 물담배 금지 등이다. 먹지도 피지도 걷지도 사진 찍지도 물놀이도, 취사도 모두가 금지된 공간은 그냥 눈으로만 잠시 보고 가라는 것? 영화는 이 같은 이상한 정책의 잔잔한 비판의 시선을 담아낸다.


물담배와 아랍 커피 그리고 몰래 마시는 술, 소박한 구멍가게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상을 그리는 그림 언어이다. 몰래 만든 음료는 그냥 물이 아니라 '술'을 그려낸다.


영화로 사우디 문화 익히기

바라카와 비비의 데이트 장면이 인상적이다. 남남인 남녀가 후견인이나 보호자의 동행 없이 만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사진과 영상 촬영의 경우는, 촬영 목적에 따라 정부, 주정부, 시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남녀의 데이트도 수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이성과의 데이트 한 번 해본 적 없는 바라카는 데이트에 얽힌 사회 금지 현실을 잘 모른다. 모태 솔로인 그와 비비의 대화 내용이 흥미롭다. 비비가 바라카에서 데이트 장소 고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예를 든다.

멋진 레스토랑에 가는 것? 낭만적인 첫 데이트 장소로 많은 커플이 그렇게 하듯이? 그렇지만 그런 장소는 기도 시간이 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 종교 경찰에 의해  규제와 단속이 이뤄진다.


해변 나들이? 해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그러나 그런 장소에는 풍기문란 단속반이 뜬다. 힘 있는 이가 되지 않으면 단속을 피할 수가 없다. 자동차 데이트?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거나 음악을 같이 듣는 것? 그런데 단속차량이 단속을 벌인다. 그래서 이 커플이 선택한 방법은 잡화상에서.. 그리고 나중에 바라카가 비비에게 제안한 방법은, 약혼하는 것.. 약혼 증명서가 있으면 보호자 없이 만날 수 있다.


비비의 양아버지가 자신의 동생과 비비를 결혼시키려고 한다. 집안에서 가부장에 의해 이뤄지는 결혼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결혼 신고서에 가장이나 집안의 후견인의 서명이 있어야만 한다. 당사자만의 합의에 의한 결혼할 방법이 없다.


정통 이슬람과 토착 또는 민속 이슬람? 차에 바라카처럼 꾸란을 올려놓고 무슬림 염주를 달고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꾸란 낭송 테이프를 틀어 놓고 다니는 경우도 본다. 그런데 동시에 어떤 무슬림들은 우리 식의 미신이나 금기 사항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부적 같은 것도 사용한다. 몸에 갖고 다니면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용한 부적을 제안하는 바라카의 숙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술이 금지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팔지도 사지도 못한다. 음주가 법으로 단속된다. 그런데 영화 안에는 비비의 양아버지가 잔에 포도주를 따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음주하는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있는 사람들의 음주 문화를 드러낸다.




영화로 사우디 아랍어 배우기


이 영화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독특한 표현이 담겨있을까? (조금 더 정리를 하려고 한다.)



열린 결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바라카가 비올레 색의 꽃다발을 갖고 등장한다. 이 꽃은 오필리아 역을 하면서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그리면서 사용했던 소품과 같은 종류이다. 이 꽃말은 새로운 시작이다. 바라카 우라비와 바라카 하리쓰로 처음 만난다.


인스타그램에 얼굴 아랫부분만 드러낸 비비가 그의 출생의 비밀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영화가 그려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재 그리고 미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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