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읽는 법> 김소영 지음 / 유유
어린이를 존중하는 어른, 어린이를 이해하는 어른, 어린이 책을 사랑하는 작가라고 하면 자동 '김소영 작가'가 입에서 나온다. 작가의 책으로 처음 만난 <말하기 독서법>은 읽기만 하고 말하기는 못하고 끝났다. 그 후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어린이를 향한 작가의 마음은 자식을 키우고 어린이를 보는 나의 마음을 정갈하게 가꾸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라고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 마음도 순수하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꽤 좋다.
어린이에게 책을 주는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린이를 평생 독자로 만들기. 결국 내가 아이에게 죽고 싶은 독서의 목표가 이것이었다. 성장해서 어떤 일을 하든 그 앞에 '책 읽는', '책 읽고 쓰는', '책 읽고 쓰고 소리 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읽는 요리사가 될 수도 있고, 책 읽고 글 쓰는 야구선수도 멋지다. 책 읽고 쓰고 소리 내는 시민이 된다면 더 좋겠다. 어린이를 평생 독자로 만들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 책 읽기 자리에 '나'만 넣어만 봐도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나의 독서 취향을 존중받아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다. 책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 감정을 알아주고,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를 만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없나 둘러보며 확장하고 함께 읽으며 책 읽기의 기쁨을 누렸다. 어린이도 내가 책을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 똑같다. 어쩌면 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엄마가 아이가 책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앗! 아찔하다.
수만 군데에서 추천 목록이라며 학년 별로 나눈 틀에 갇혀서 학기 초 동그라미 치며 도서관에서 빌렸다. (엄마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암) 아이의 책 수준을 파악하고 책을 고르고 사는 과정이 일처럼 느껴지는데 이렇게 목록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거 학교에서 추천한 책이야. 읽어 봐." 던져주면 던져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반납 문자가 뜨면 그대로 들고나가기를 반복했다. 던져준 책을 보면 사실 내가 봐도 재미없어 보이기에 더 권하지도 못했다.
작가는 책 읽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 이해를 깊게 하고 감상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를 잘 다루면 그 도구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나는 어떤 독자인지'를 알고 자신의 취향과 수준에 맞는 책 읽기, 실패를 하더라도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상황과 장소에 맞는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학교 아침 독서 시간에는 집중을 요하는 조금 어려운 책도 권하고, 여행을 갈 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흥미 위주의 책을 가져간다. 책을 읽는 이유도 생각하며 그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좀 더 효율적인 우리 아이만의 독서법을 찾고 싶단 생각이 든다.
초보 독자인 어린이에게는 이야기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식, 즉 도식이 필요하다. 정확히 말하면 도식이 여러 종류 필요하다.
’ 집을 떠나 고생하다 돌아오는 이야기‘,’ 용기나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오해를 푸는 이야기‘등 도식을 많이 알고 있으면 그 도식을 적용해 이야기를 짐작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주인공이 이기긴 할 텐데, 평범한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는 도식을 가질 수 도 있다.
<어린이책 읽는 법> P96
결국 나는 아이를 자세히 보아야 한다. 이건 책 읽기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필요하다. 책 읽기는 한 자리 차지할 뿐이다. 그런데 이게 또 양육자가 추구하는 것에 따라 전부가 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좀 더 힘을 내서 조금 더 책과 가까워지고 이야기 속에 아이의 생활을 넣어보고, 공감하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엄마의 전략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 읽다 ‘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읽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 즉 독자 스스로 기운을 내지 않으면 ’ 읽다 ‘라는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어린이책 읽는 법>52P
내게 맞는 수준, 좋아하는 책을 끌어 당기 듯 아이도 그렇다는 것. 억지로 읽는 건 나도 힘들다. 어려운 책은 함께 읽을 때 더 큰 세상이 열린다. 다른 사람의 책장도 훔쳐보며 슬쩍 볼까 하는 마음으로 봤다 푹 빠지는 경우도 있다. 나도 이렇게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 듯 아이를 추천 도서 목록에 껴맞추지 말고 아이에 맞는 독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동안 그 옆에 내가 있어야겠다. 스스로 '읽다'라는 행위를 성립시켜 평생 독자가 될 아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