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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책장 Apr 18. 2022

'타조알을 깨고 나왔을 쌈닭 정유정'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정유정 글 / 은행나무

책의 재미에 푹 빠지긴 했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몰랐다. 신간 코너를 쭈욱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다. <종의 기원>, <7년의 밤>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작년의 일이다. 책 세계 입문하면서 여기저기 들리는 종의 기원. 엄청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완전한 행복>을 읽었다. 아이의 공포에 잔인함을 느끼고, 깊은 숲속 어두운 다락방에서 혼자 숨죽이며 으스스 한 소리에 웅크리는 기분으로 진이 다 빠졌다. 내가 바라는 완전한 책은 아니었구나 하고 그렇게 정유정 작가의 책과는 안녕했다. 누구 마음대로? 독서 모임 책으로 다시 만났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소설 <28>을 내고 작가는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려 혼란스러웠다. 작가의 책 <내 심장을 쏴라>에서 주인공 승민이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로 자신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이때까지 전라도 땅도 벗어나 보지 않았다는 작가의 준비 과정을 보며 이게 가능해? 여행 에세이를 가장한 소설 쓴 거 아니야? 했다. 다 덮고 나서는 처음부터 가능한 여행이었다. 안나푸르나 쏘롱라패스를 통과하는 18일간의 환상 종주를 통해 고통의 끝에다 자신을 데려다 놓으면서 작가는 깨닫는다. 떠나올 때와 돌아갈 나는 똑같이 링을 좋아하는 쌈닭이라는 것. 죽도록 덤벼들었을 때 더 힘이 난다는 것.  작가는 달걀이 아니라 타조알을 깨고 나온 쌈닭일 것이다. 그것도 유쾌하게 언니! 오빠! 부르면서 콕. 콕.



 책을 읽는 상황이 늘 중요한데 우리 집 세 남자의 코로나 확진과 동시에 작가의 안나푸르나 1일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수발을 들으면서 작가의 쏘롱라패스를 오르는 일정에 맞춰 같이 잠을 잤다. 같이 지쳐 잤고, 같이 쏘롱라패스를 통과하듯 세 남자의 열이 끝나기를 바랐고, 비할 바 아니지만 온몸을 쥐어짜는 고산병에 시달릴 때 나도 몸살에 시달려서 코로나 증상 놀이를 했다. 신속 항원  검사를 하고 한 줄을 보고 쌍화탕 한 병과 진통제를 먹고 쓰러져 잤다.


   작가가 한 고개 넘을 때마다  환상 고통과 함께  넘쳐나는  에피소드와 지난 기억은  무심하게 정리하는데 환(상)장하게 웃겼다. 입안에 있던 밥알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내방 밖으로 고열과 인후통에 시달리는 남편을 두고 웃는 고통을 참아냈다. 내가 살아야 가족을 돌보지 않겠는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도 짐을 든 포터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그게 더 무서워서 심장이 터지든가 말든가, 숨 차 쓰러지든가 말든가 울퉁불퉁 박힌 바위들을 뛰어넘어, 질주해서 따라잡는다. 어렸을 적부터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특히 어머니가 투병을 하다 돌아아가신 후에는 가족을 등에 짊어지고 전투적으로 살아왔다.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울음을 참아냈던 작가는 자신을 만나는 신들의 땅에서 어머니를 보낼 수 있었다. 



작가는  쏘롱라패스에 올라 스스로 묻는다.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정유정의 환상 방황> p86



 열심히 달려오다 갑자기 이유도 모르고, 손쓸 수 없이 무기력하게 찾아온 고통에 맞서 더 고통스러운  땅으로 자신의 한계를 밀어 넣고서야 자신을 만났다.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과 마주한 기분. 그간 묵은 짐들이 환기되는 그런 느낌. 한껏 가벼워진 마음에 희망이 충만한 느낌. 작가는 행복했다  설산을 끌어안고 승민처럼 트위스트를 추고 싶었지만  계속 찾아온 요의로 팽팽한 배를 끌안안고 화장실이 있는 곳.45도 경사 1416미터를 50여 분 만에 내려왔다. 종주를 마치고 여유로운 쉼을 가지려는 일정 앞에 불안한 작가는 깨닫는다. 자신은 달려야 하는 쌈닭이었음을. 한국에서의 정유정과 안나푸르나를 만난 정유정은 똑같다고, 목표를 향해 달려야 살아있다는 것을. 앞뒤가 똑같은 정. 유. 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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