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사삭 May 20. 2023

조성진, 라벨 피아노협주곡 G장조

(Piano Concerto in G major)

2023년의 5월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네요. 날은 점점 무더워져 가고, 일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루틴한듯하면서도 분주한 삶, 한편으로는 여유로운 주말의 커피 한잔을 꿈꾸는 일상의 연속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

오래간만에 조성진의 최근 피아노 연주영상이 가뭄의 단비마냥 올라와 요즘의 저는 프랑스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틈날때마다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라벨이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주었던 미국 청중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와 그 당시 유행했던 재즈의 어법을 담아 1931년에 완성한 곡입니다. 1악장은 일반적인 피아노협주곡과는 사뭇 다르게  나무로 된 클래퍼의 "촥"하는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시작되는데 재즈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조지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곡의 템포라든가 분위기가 오버랩될 듯도 합니다. 


버라이어티하게 진행되는 1악장과는 달리 2악장의 템포는 '아다지오 아사이(Adagio assai)'로 송은혜 작가의 책 '음악의 언어'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나를 번잡한 세상에서 구원해 천상으로 데려가 줄 것만 같은 속도"로 진행됩니다. 


아사이(assai)는 '충분히 아다지오'로 연주하라는 지시어인데, 정말 2악장을 듣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음표 하나하나가 스며드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3악장은 프레스토(Presto)로 가장 빠른 속도로 연주되는데, 그 비트감에 몸을 싣고 듣다 보면 어느새 음악의 종착역에 가닿게 됩니다. 피아노 협주곡 G장조의 끝맺음은 의외의 반전처럼 정말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멈추는데, 절묘한 마무리 같습니다.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는 역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청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테크닉과 감성의 조화, 때로는 명료하고 때로는 밀당하는듯한 피아노의 터치, 긴장과 이완 속에 건반을 대하는 연주는 여전히 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하고, 먹먹하게도 만듭니다. 


2악장 도입부의 피아노 독주에서 관악기인 플루트로 넌지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만 울컥해지고 말았답니다. 뭐랄까.. 저만치 살포시 눌러놓았던 이름 모를 내면의 슬픔이 떠오르는 파트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장인 3악장..

저는 3악장의 빠른 템포 속에서 "구속되지 않은 자유"를 느꼈습니다. 작곡가 라벨이 재즈의 즉흥적인 면과 자유로운 형식을 차용하여 작곡한 피아노협주곡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3악장이 주는 자유로움을 조성진은 그만의 비트 있으면서도 리드미컬한 피아노 연주와 퍼포먼스로 입체감 있게 연주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진 라벨 피아노협주곡 연주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4xUNS5mD5bg

덧) 1. 1924년에 발표된 조지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도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900년대 초반 재즈의 분위기가 이런 것이었고, 라벨이 이러한 재즈를 그의 클래식음악에 접목한 것이구나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2. 간만의 피아노협주곡 영상에 감동하던 차.. 연주 후 앙코르곡을 위해 나와 무심히 툭.. 손수건을 피아노에 내려놓는 조성진의 모습에 또 한 번 심쿵했습니다.^^;;

이렇게도 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입니다. 


3. 앙코르곡은 그의 헨델프로젝트 앨범의 수록곡인 Minuet in G minor(빌헬름 캠프 편곡버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조성진,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