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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an 13. 2024

전세사기, 우리 모두에게 집이란?

번외 _1


2023년 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마당은 참 이쁘다.

겹벚꽃이 휘날리고, 내가 힘들게 구한 장미들이 꽃향기를 날리고 있고, 우리 집 마당에서 살고 있는 청개구리 ‘네오’는 언제나처럼 얼굴을 보여준다.


이 집엔 가압류가 무수히 걸려있고, 2023년 2월에는 3번째 경매안내문이 날아왔다.

이미 예상했던 경매 안내문이었다.


임대인 회사에 집을 관리하는 사람 좋은 팀장님이 월급을 몇 달을 못 받아서 생계가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힘들게 회사를 나오고 어렵게 우리에게 전화를 넣어 압류와 경매를 해도 되냐고 물었었다.


우리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냐고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 임대인은 그렇게 해야 그분들에게 밀린 월급을 줄 거 같았다.


그렇게 걸린 3번째 경매 안내서가 온 것이다.


전세사기 기사가 나올 때부터 저건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우린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 토지를 분양받았고, 청약에 당첨되었다.

그 해 여름.

해지통보를 했으나, 임대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2023년 11월  국토부에서 4가지를 충족하는 전세피해결정문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경매를 앞두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내가 이런 사기를 당했다는 걸 말하기 싫었다.

나름 알려진 일을 하고 있었고, 여기까지 올라온 내 자존심들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나는 피해임차인들 대표로 움직이고 있다.

임대인은 나이가 제일 어린 내가 임차인들 대표로 움직이는 걸 모른다.

피해자 중 꽤 유명한 연예인도 있다. 이 분도 보증금을 못 받고 나갔다. 이분만 월세였고,

우리 포함한 나머지 임차인들은 3억 5천 전세로 예상 피해금액은 추정 15억 정도 된다.

이 지역에선 꽤 큰 피해금액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가 법학학위를 가지고 있었고 써먹을지 몰랐던 NPL을 공부한 게 이렇게 쓸지 몰랐다.


그래서 우리 피해자들은 법조인 조력 없이 온전히 나의 서류로 통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임차인들은 모두 고학력자이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왜 그런 집에 들어갔냐고 물어본다. 하나같이 다 물어본다.


이건 명백히 사회적 재난이고, 잘못된 시스템 탓이다.

우리의 온전한 잘못이 아니고, 우리의 바보라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걸 ,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더 나은 삶,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전세사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이게 점점 쌓여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은행, 세무서, 법조인, 지자체, 시의원까지 만나봤지만, 다들 내게 오히려 그게 뭐냐고 물어보기만 했다.

결국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기록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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