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했던 나를 끌어안다

by 권성선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나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 컴퓨터를 꺼버렸다.
'나 같은 게 무슨 글을 쓰겠어.'
그렇게 나는 아무도 모르게 또 한 번 나를 밀어냈다.

노트북을 끄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읽다 만 책들, 어수선한 노트들,
그리고 몇 번이나 덮어둔 원고 파일.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아니라고 할까 봐,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모든 게 조용했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아주 천천히,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을 꺼내보았다.

지금은 서툴러도,
지금은 작아 보여도,
그렇게 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아직 나는 완벽하지 않다.
글을 쓸 때마다 두려움이 고개를 들고,
가끔은 스스로를 의심하는 마음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계속 나를 지키고 있다는 걸.

어쩌면 믿지 못했던 나를,
이제는 조금씩 끌어안아도 괜찮을 것 같다.
서툴러도,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펜을 드는 나를,
조용히 응원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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