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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타임노씨 Feb 06. 2023

사기캐 팀장님에게 배운 ‘마케팅’에 대하여

일하면서 휘갈겨 적어놨던 메모장을 꺼내 정리했다

직장에서 일 잘하고 성품까지 좋은 팀장을 만나는 것만큼 큰 행운이 또 있을까. 나는 최근 퇴사한 회사에서 짧게나마 그 행운을 맛봤다. 업무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팀장님이었다. 특히 업무 피드백이나 가벼운 면담에도 “아 이건 기록해놓고 업무적으로 꼭 적용해 봐야겠다” 싶을 때가 많았다. 그때는 지체 없이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열어 기록했다.


오늘은 메모장에 날것으로 잠들어 있던 기록을 꺼내 정리해 보려고 한다. (글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보고 때에 맞게 활용하기 더 쉽지 않을까. 우연히 이 글을 접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지만)


마케터는 회사 밖에서 배우는 게 더 많아야 한다.

팀장님은 늘 회사 밖으로 나가서 다양한 것을 많이 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가보라고 적극 권장하셨다. 어리석은 나는 “아 역시 회사 밖이 최고야”라며 그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좋아했는데, 팀장님의 깊은 뜻은 따로 있었다.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것은 브랜드가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쓴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된 공간인 만큼, 브랜드는 그곳에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낸다. 그러니 단순히 예쁘다, 재밌다 외에도 “저 브랜드는 왜 저런 것을 할까?”에 집중해 봐야 한다. 목적 없이 돈을 쓰는 브랜드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팝업스토어란 무엇일까. 자신의 브랜드를 좋아하고, 제품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공간 안에서 그 메시지를 풀어낸 곳이다. 만약 어떤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주된 심리가 '브랜드가 가진 특정 가치관' 때문인데, 팝업스토어에서는 가성비만 주구장창 강조한다면 어떨까. 소비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메시지를 녹여내거나 혹은 아무런 메시지 없이 ‘그냥 놀다가세요’ 수준의 팝업스토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휴지를 파는 마케터 vs 명품을 파는 마케터’의 감각은 다를까?

‘마트에 진열된 휴지를 파는 마케터’와 ‘백화점에 진열된 명품 백을 파는 마케터’를 비교해 보자. 명품 브랜드 마케터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을 가진 반면, 생필품 브랜드의 마케터는 그렇지 못할까? 아니다. 마케터가 파는 것과 그들의 감각은 무관하다.


좋은 마케터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원하는 이미지를 잘 캐치하고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즉 마케터는 자신의 감각보다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 감각에 의존하다 보면, 가성비 좋은 휴지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움을 어필하게 되거나, 반대로 비싸고 고급스러운 백을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성비를 어필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좋은 마케터는 남의 일에 참견을 많이 하는 사람

마케터는 상품을 어떻게 잘 팔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려면 잘 팔기 위한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제품을 누구한테 팔아야 하는지,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왜 사는지 알아야 한다. 길에서 접하는 모든 메지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저 브랜드는 왜 저런 걸 할까?”, “저 브랜드가 파는 건 뭘까?” 등.


만들어진 상품을 잘 파는 것은 기본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주관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상품 구성에 굿즈를 추가하면 조금 더 가격을 올려도 살 거 같아요. 그럼 이 굿즈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제가 콘텐츠로 풀어서 사게끔 할게요”처럼 말이다.


‘제품을 만들어 놓은 후 어떻게 팔지를 생각하는 것’과 ‘처음부터 어떤 타에게 어떻게 팔겠다는 전략을 짜고 상품을 만드는 것’. 당연히 후자가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마케터는 md,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참견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실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덤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일반인을 자극하는 콘텐츠’

팬덤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들이 있다. 그런 제품들도 100개 팔던 것을 200개 팔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팬을 더 모으는 방법도 있겠지만,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파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 말하는 제품은 팬 응원봉과 같은 제품이 아닌 크리에이터가 브랜드와 콜라보 한 제품이나 크리에이터가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한 박스에 넣어 구성을 새롭게 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이때 팬을 공략하는 콘텐츠와 팬이 아닌 사람들을 공략하는 콘텐츠는 노출되는 채널부터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노출되는 플랫폼이나 알고리즘을 생각해 봐야 한다. 콘텐츠 메시지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팬덤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의 애정이 듬뿍 담긴 제품이라는 점, 크리에이터의 굿즈가 들어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반면 같은 구성을 일반인에게 팔려면 제품 구성만 따져봐도 얼마만큼의 할인율이 들어갔으니 굿즈는 그냥 버려도 사야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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