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풍요의 공존
어린 시절 부모님은 자주 다퉜다. 이유는 생활비 때문이거나, 어머니가 융통성 없는 아버지의 언행에 대해 불만을 느낀 게 주였다. 늘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부모님이 큰소리로 언쟁을 벌이면 어린 오빠와 나는 방안 책상 아래서 숨죽이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이야 집안 사정이 안정되었다지만, 그동안 우리가 안정을 잃어버렸다. 불안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어 왔다. 부모님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동안, 우리는 무너져 내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우리집은 정신적으로 가난해.“
오빠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냉장고엔 먹을 것이 있고 살 집도 있고 그럭저럭 양호하지만, 우리는 만성적인 불안과 공허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거지.“
내가 말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받아들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질과 생존을 위한 과도기를 통과하며 책상 아래에서 숨죽여 울고 있던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대가를 치른 거다. 세상에는 꽁이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