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씨 Apr 04. 2023

찌질한 열등감과 싸워낸 시간

하나가 틀어지면 다 틀어진다?






 마음으로만 품고 있는 것들을 주변에 솔직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기서는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다. 이 오랜 백수생활 동안 내가 얻은 건 찌질한 열등감이었다. 타인과 비교해 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열등감과 불안감뿐이라고는 하지만 백수 기간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비교를 안 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부모님이 먼저 비교를 하며 타박을 주는 게 일상이 되면 일하지 못하는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지 못한 나는 한동안 주변에 조언을 얻으러 다니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학교 선배는 나의 상황에 ‘모두가 잘될 수는 없다’며 상황을 수용하기를 바랐다. 정말로 그랬다. 다른 동기도 한순간의 실수로 빚에 허덕이는 생활을 하는 걸 보기도 했으니, 나만 빼고 다 잘 된 건 아니지만 확실히 모두가 잘될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 괜한 질투심과 삐뚤어진 마음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또한 정말로 커리어가 승승장구하듯 잘 풀린 한 동기와도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그녀는 나와 비슷한 사례의 친구를 안다고 말했다. 그 친구를 보면서 그녀가 느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인생은 하나가 틀어지면 다 틀어지더라.”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는데 인생살이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불균형해진 멘탈 상태로 살다 보면 이성보단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순간순간의 판단을 잘못 내리면서 계속해서 겁에 질리고 인생이 꼬이고 또 꼬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 장본인은 나였고, 그런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것도 나였다.   





         

 ‘왜 그게 나야’라고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본디 이런 상황에 놓인지 십수 년이 되었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 속에서 살고 있다. 왜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지 못했던 걸까? 한때는 학창 시절 나보다 비슷하거나 아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직장 생활을 하고, 또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의 삶에서 거쳐가는 코스를 착착 밟아 나가는 걸 보다 보니 괴로움에 파묻히다가도 결국 살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인생은 자로 재듯이 착착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은 내려놓음의 반복이었다.       






 오죽하면 내 못난 마음으로 어떤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시집을 잘 가서 편하게 사는 모양새를 보면서 질투와 분노를 느끼고 세상은 왜 이런 걸까 하는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을까. 그러나 이런 사례에서도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세상이며 인생살이이며 모든 것에는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예상 가능한 자와 같은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다 자기 복이다’라는 결론이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찌질한 열등감에서부터 괴로웠던 생각과 마음을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나에게도 언젠가는 때와 운이 오리라는 작은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리라. 어쩌면 개인의 운기가 매우 좋지 않은 시기에는 어떤 오기와 노력으로 시도해 봐도 잘 풀리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이젠 나에게도 아픔이 점차 사그라들고 이성을 되찾아가는 이 시기가 마침내 찾아왔으니 낙담과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서 다시 시작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삶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과 시각에서 벗어나 생각을 바꿔볼 때다. 내 노력은 옳았다. 다만 때가 좋지 않았던 것뿐. 그러니 다시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해보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장기 백수로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