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씨 Aug 10. 2024

정신적 자유로 가는 샛길

마음에 날개 달기






오래전, 경제적 자유라는 키워드가 유튜브에서 유행이었는지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영상이 자주 떴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정신적 자유라는 키워드는 대체 언제쯤 유행하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아니, 벌써 오래전 부처님의 말씀으로도 알려져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종교에 깊이 파고 들어갈 생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다른 길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한동안 짧게나마 나도 돈과 저축, 투자 어쩌고 하는 물질 축적에 관심이 아주 많았는데, 그 목적의 끝을 향해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부유한 생활 추구보다도 내 마음이 안정되고 싶다는 뜻과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 물론 누구든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부인할 사람이 없겠지만 그 결과를 이루는 건 내게 너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로 어쩌면 얻을 수도 있다는 그 정신적 자유로 다다르기 위한 또 다른 샛길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에겐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 가장 도전적이고 재미있게 사는 것으로 보이는 친구가 있다. 단순히 소비지향적으로만 즐거움을 찾는 생활 방식이 아니고, 투잡이나 유튜브를 찍어본다든지,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경험해 본다든지 하는 호기심 가득한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까놓고 얘기해 보면 가진 돈은 내가 더 많은데, 세상을 즐겁고 재밌게 사는 건 내가 아니고 그 친구더라는 것이다. 역시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닐지도.     






 한때는 나도 20대 초중반에 해외여행이나 해외살이에 관심이 많아서 7개국을 여행이나 일과 관련해 짧게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느낀 건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고 일상이 되면 분명 지루할 것이며, 끝내 그런 활동으로부터 내 자아를 찾진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해외에 대한 갈망은 일종의 도피 의식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보게 된다. 30대가 된 후론 여권도 없고 해외를 나갈 일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안에서 찾을 걸 밖에서 찾아헤매고 있었다고 할까.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샛길, 그건 내 삶에서부터 도망치지 않고 지금 마주한 현실에서 집중할 수 있는 재밋거리와 할 일이 있을 때 생겨나는 건 아닐까 한다. 요즘은 단순히 유튜브를 시간 때우기 위해 보지 않고, 알고 싶은 정보를 직접 찾아보거나 해외 유튜브를 보면서 외국어 공부와 세상 돌아가는 공부를 해보니 재밌다. 학교 공부도 이렇게 재밌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또 머릿속을 비우고 자기 전에 조용히 명상하는 일도 좋다. 명상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동안 치료를 잘 받고 마음 비우는 연습을 많이 해왔는데 그게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쓸데없는 감정과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거 반추나 미움, 원망에서 벗어나 현재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렵지만 연습하다보니 조금씩은 살아가는 마음의 근육이 붙는다는 걸 느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자는 생각보다도 내가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내 만족이니까.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니까 매우 예민했던 내가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손해에 아무렇지도 않게 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함과 예의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이렇게 살았어야 했구나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뛰어난 재능이나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닌 나는 정말 보통의 사람이지만, 작은 부분에서나마 건강한 에너지로 사람들과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은 정말 처음이라 새롭고 어쩌면 이런 게 정신적 자유에 가까워진 건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십수 년 전, 대학교에서 만난 선배가 자신이 나중에 얼마나 성장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머리가 띵하고 외계어같이 묘하고 이상한 느낌마저 받았었는데 왜 그랬는지도 알았다. 자신을 마주하는 일로부터 회피하고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치워내기에만 급급했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도 선배와 같은 사고가 가능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태어나 처음으로 내 인생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뭐라도 하는 백수는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