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자신에게 투자하자
고향을 떠나 이사 온 지 3주 차가 되었다. 물건 없이 거의 맨몸으로 올라오다시피 해서 이것저것 마련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고작 2주 정도밖에 있지 않았는데 250만원을 넘게 지출했다.
먼저, 본가의 오래된 내 노트북은 부팅만 3-5분이 걸려 과감하게 새 노트북을 주문했다. 135만원 정도를 일시불로 내고 나니 빠른 속도와 깔끔한 디자인에 만족스러운 사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로 얼른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니 투자라고 볼 수 있겠다.
또 건보료 임의계속 가입자로 매달 8만 4천원을 내고 있고, 개인연금 15만원, 친구의 첫 내집마련 축하금으로 30만원을 지출했다. 그 외에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기에 기후동행카드 30일권을 5만 5천원에 끊고, 6천원이었던 폰 요금제도 앞으로 데이터를 많이 쓸 것 같아 무제한 3만 8천원대로 바꿨다. 또 서울 페이 앱을 설치해서 서울사랑상품권을 30만원 충전하기도 했다.
바깥 음식을 싫어하시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느라 못 먹었던 외식과 배달을 한동안 여러 차례 사 먹었다. 그런데 역시나 예민한 장이 못 버티고 탈이 나 컨디션이 망가지는 바람에 집밥으로 금방 돌아왔다. 희한하게도 외식비가 많이 나가려야 나갈 수 없는 체질이다. 그렇게 집밥 반찬을 직접 만들어서 오빠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주고 잘 먹었다는 말에 뿌듯해하기도 했다.
직장을 알아보면서 오빠 집의 집안일도 맡아 처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자취하는 기분으로 청소나 빨래, 설거지, 반찬 만들기까지 도맡아서 하니 역시 나는 살림을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꾸준히 돈 벌어가는 게 문제지 자취 생활에는 더욱 자신감이 커질 것 같다.
엄마가 종종 택배를 부쳐주시긴 하지만 살림가로 부지런히 지내면서 사는 곳 주변을 익히고 자취할 곳도 알아보러 다닌다. 처음 막 올라왔을 때는 자취할 곳부터 찾고 일을 구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반대다. 어차피 자취 시작하면 돈은 많이 들 게 뻔하니까 조금 얹혀살면서 직장을 구해 나가는 것부터가 베스트긴 하겠다.
절약가였던 나는 당분간 절약 모드를 해제하고 재취업과 홀로서기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투자하기로 했다. 앞으로 300만원이 더 들든, 500만원이 더 들든 자리 잡는 데까지 시간을 줄이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나갈 것이다. 필요하면 과감하게 운동이나 패션에도 새롭게 자기투자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도시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