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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Nov 19. 2024

인간관계처럼 쓸모없는 게 있나

초대는 사양, 나만 챙기고 살자



 주거지를 옮긴 후,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학교 동창들과 선배에게 이사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했는데, 자취방을 잘 찾아보라고만 하고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안 하는 걸 봤다. 멀리 살 때는 올라오면 만나자고 했던 사람들이 심심한 빈말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약간 실망감이 느껴졌다.




 인간관계는 대부분 계산적인 게 당연하다. 피곤한 세상살이에 시간에 쫓기며 사는데 가치 적은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쓰기 싫은 게 사람이다. 나 또한 계산적인 면이 있기에, 만났을 때 매번 얻어 먹으려고 하거나 너무 피곤하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 은근한 무시를 드러내는 사람은 관계를 끊거나 멀리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관계를 이어갈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끄덕끄덕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아직 남아있는 쓸데없는 인정욕구가 좌절된 듯한 섭섭함이 아예 없진 않은 것뿐이다.




 솔직히 주변인들과 가끔 만나고 지내면서 그렇게 득 본 적도 없다. 내 문제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나를 어느 회사에든 낙하산으로 입사시켜 줄 사람도 없다. 그 정도는 다 겪고 산다는 식의 어쭙잖은 위로에 상처를 받을 뿐.



 오히려 여기저기 결혼식 오라는 초대에 축의금 보내주거나 식장에 달려가고, 집 샀다길래 선물 사다 주고 돈 부쳐주면서 자랑하는 걸 들었으니 실이라면 실이겠지. 살짝 친한 사람의 결혼식은 했다 하면 그 후의 연락 두절은 언제나 코미디다. 심지어 돈을 잘 버는 친구가 쓸 거 다 쓰고 나에게 돈 빌려달라고 농담할 때는 정이 뚝 떨어진 적도 있다.




 고로 나만 챙기면 된다는 의식은 더욱 강해진다. 남은 남일뿐이고 나는 나의 남은 인생을 걸어 나가야 한다. 인간관계는 대체로 쓸모없는 관계가 많고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수다나 떨 정도의 관계만 조금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 득을 위한 길을 찾아가는 일에 집중하고, 일시적인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형성에는 발길을 들이지 않기로 한다. 그래봤자 얻을 거 하나, 아쉬울 거 하나 없고 앞으로 결혼식 초대나 집들이 초대를 받겠다 싶어서 슬슬 무심한 관계들도 미니멀할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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