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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Jun 08. 2023

고인물이 되어 간다는 것

고인물이 뭐 어때서 

16년 한 회사를 다닌 퇴사 준비생은 올해 초 6개월의 퇴사 준비 기간을 스스로 갖기로 하고 6월 중순말로 마음 속 퇴사일을 정했습니다. 

16년이 말해주듯 참는 거라면 도가 튼 사람인데 어느 순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고 이 부분이 잘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퇴사 밖에는 답이 없다고 결론을 내었고 6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을 주었던 거죠. (그 사이에 상황이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 스스로에게 여지를 주었습니다) 


퇴사의 이유는 스물다섯 가지는 족히 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제가 어느 순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소위 '고인물'이 되었다는 거죠. 뭐 사실 이것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습니다. 장난 삼아 누군가에게 고인물 고인물 하고, 자신의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거니까요. 최대한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면서 일 아닌 취미생활을 통해서라도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남이 아닌 자신의 눈을 통해 고인물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했던 잘한 일들과 성과가 공고히 쌓이기보다는 인정해 주거나 기억해 주는 동료나 상사, 타인이 없다면 하루아침에 무가치한 일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럴 때는 마인드가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거나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해 말 다니던 회사는 인수합병이 되었습니다. 

직원들의 반은 불안해했고 반은 새로운 기대감을 가졌는데 

저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변화는 대부분 저에게 설렘을 주는 경우가 많았나 봅니다.  

그래서 인수합병을 거치면 회사는 새로운 인수자의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고 

도태되는 것보다 거친 방식으로라도 변화가 있어야 그 안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 어떤 부분은 신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이걸 왜 이렇게 하지, 아니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지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들었고

몸에 밴 일하는 방식의 충돌이 생겼습니다. 

팀원들에게 변화가 많은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성장하려면 몸에 힘을 빼고 파도를 타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왔건만. 

파도를 맞고, 파도에 저항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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