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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Apr 15. 2024

아름다운 퇴사란 과연 존재하는가

나는 소진됐고, 갭이어가 필요하고, 나의 퇴사는 아름다워야 한다구! 

"고난은 어깨동무를 하고 온다"


퇴준생(퇴사준비생) 모드로 회사를 다니던 중 

회사 분위기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퇴사는 나의 의지에 의한, 내가 선택한 타이밍에, 나를 위한 퇴사였는데.. 

철저히 내가 주체가 되는 퇴사였는데. 

디데이를 향해 가는 나의 퇴사 여정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HR조직을 통해 조직의 모든 업무를 잘게 쪼게 보고 생산성을 따지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평가기간도 아닌데 말이죠.   

회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분명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가 좋지 않은 사인으로 느껴졌지요. 

팀원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업무인지, 현재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담당자의 연차와 경력에 맞는 업무인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을 파악하고 조직을 진단'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이렇게 진단한 팀이 생산성이 높고, 적임자들로 배치된 경우는 현상유지하고 

시니어가 생산성이 낮은 단순 운영업무를 하다거나 퍼포먼스가 낮고 중첩되는 비상시적인 업무를 한다고 판단된다면 업무조정 및 재배치를 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결정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는, 성과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와 수치와 함께 리더의 주관적 평가, 판단, 

허울 좋지만 결과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요즘 적지 않은 IT 업체나 유망 스타트업들도가 이러한 조직 진단을 통해 잦은 조직 개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너십이 없거나 업무가 사라지는 직원들이 나오게 됩니다.    


어제는 중요한 일이었는데 오늘은 가치가 없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끝없는 챌린지, 해내면 또다른 챌린지, 못해내면 낮은 평가와 재배치.. 

계속 해낸다고 해서 사람에게 로얄티가 쌓이지도 않고..


요즘 직장인 참 어렵습니다. 



내가 맡은 팀 역시 이러한 조직진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담당자별로 오너십이 명확하고, 높은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리더의 시각에서는 

여러가지 맞지 않고 부족하다고 판단했나봅니다. 

팀 내 여러가지 업무들이 중단되었습니다. 


조직장과 HR 조직은 이러한 (비상시적이고 효율이 낮다고 판단되는) 

업무들을 없애거나 줄이는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사라진 업무와 함께 하루 아침에 해야할 일이 없는 사람들- 유휴인력이 생겨났습니다.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생산성 제고가 인원 감축과 동의어라는 것을요. 



회사는 권고사직은 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조정되어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다른 업무가 주어지기 전까지 본 업무에 상관없는 팀에 머무릅니다.

이 과정은 강한 멘탈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나 꽤 힘든 시간입니다. 

이직을 하거나 자발적 퇴사를 하거나, 회사내에 다른 부서에 적당한 to가 생길 때까지 긴 호흡으로 버티기에 들어가야 하죠. 


그렇게 조정된 인원들에게 HR에서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조직이 효율성 제고 라는 명목으로 여러 조직과 업무가 사라지거나 재편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났습니다. 





다시 저의 퇴사 계획으로 돌아가면

저의 가장 큰 퇴사 동기는 번아웃이었습니다. 


저를 소중하게 여기고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퇴사를 계획했고 

원인이 조직내에 있다기 보다는 저 자신의 치유가 필요했기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리더로 일한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조직이나 팀원들에 대한 애정도 많은 편이었고 

그러기에 마음 정리, 정 때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회사의 분위기로 인해 저의 퇴사가 남은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만 같았습니다. 

회사는 팀원들에 대한 업무를 재평가하고 최소 인력으로 조정하여 부분 선택하기를 요구했습니다. 

현재의 업무 성과가 낮아 업무를 조정하거나 없애거나 담당자를 재배치한다면, 나는 그 결과에 대해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같은 기준으로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했고 

결과적으로 없어지기로 정리된 팀의 리더로서 이 상황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팀을 방어하려고 해보았지만 답이 정해진 것 같았습니다. 

무력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점점 성이 났습니다. 

딱히 대상도 없었지만 제 마음은 아우성을 쳤습니다. 


'내가 왜 내 손에 피를 묻혀야해. 난 그냥 내가 정한 타이밍에 퇴사하려던 계획이었다구. 

난 소진됐고 갭이어가 필요하고 끝은 아름다워야 한다구. 

난 피해자인데 왜 나를 가해자로 만드는거야. 

하고 싶으면 그냥 당신이 하라구.' 


대상도 없이 내 마음만 혼자 외롭게 싸웠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밀레니엄 경제라는 책에서 아래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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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서는 신기술이 개발되거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경우 조직개편을 이유로 기존 근로자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등 고용 불안이 상존해왔다. 2017년 7월 외국계 IT기업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가 노조를 설립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미국 본사 방침에 따른 주기적인 조직개편과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노조가 조직되었다. 이어 2017년 10월 한국오라클은 회사가 사업 방향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결정한 뒤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노조를 설립했다. 

2018년 4월 포톨 업체 최초로 네이버에서 노조가 결성되었다. 네이버의 노조는 네이버를 비롯해 라인플러스, 네이버랩스, 스노우.. 등 계열사 직원들도 하나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산업별 노조 형태다. .. 중략 

이어서 10월 카카오와 안랩에서 노조가 설립되었다. 중략 

IT게임 업계에서 노조가 조직된 이유는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인한 고용 불안, 과도한 장시간 노동, 비민주적인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때문이었다. 또한 워라밸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려는 직원들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IT 게임 업계 노조는 포괄 임금제 폐지, 장시간 노동 근절, 조직문화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기를 지향하며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강조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며 회사와 싸우려면 노조가 필요하겠다는 방향으로 연결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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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래서 노조가 필요한거구나. 

하지만 저는 전혀 납득 안가는 기준으로 사측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노조를 만들 자격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전투적으로 바뀌자 아이러니하게도 퇴사의 욕망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 즈음 번아웃을 겪기 시작한지 딱 일 년이 되는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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