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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밍키 May 28. 2023

장미꽃 가시 감사

감사일기를 쓰면 생기는 일

장미의 계절. 붉은 장미는 지나가던 발걸음을 세운다. 아무리 바쁜 중에도 꼭 멈춰 서서 구경하게 한다. 이런 팜므파탈이 없다. 사진 찍어놓고 이따가 다시 보는 것도 필수다. 매년 오뉴월이면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매년 감동적이다. 일상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길가에 장미꽃 감사~”라는 찬양 가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꽃말은 ‘애정’이라는데, 정말 애정할 수밖에 없는 꽃이다. 아침에 장미꽃을 보는 날에는 하루 종일 속으로 그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된다.


감사. 요즘 나의 잠들기 전 하나의 루틴은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로 삶이 바뀐 사람들의 간증 같은 것들을 수없이 들었지만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한 운동은 아니었다. 감사를 하다 보면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는 소리에 혹한 것도 있었고 단지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새해 계획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를 의식적으로 꾸준히 한 지 서너 달이 지난 지금, 내 인생에도 변화가 왔다.


최근에 나쁜 일을 겪었다. 도무지 손 쓸 수 없는 문제에 무기력했고 이 맘 털어놓을 이 없어 고독했다. 세안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말끔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엉켜만 갔다. 왜 이런 사태가 생긴 건지. 사실 낌새를 차린 지는 꽤 되었는데 내가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책성 의문들이 끊임없이 들었다. 우울했고 안 좋은 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혼돈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내 입에선 금세 감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이 해결된 게 아닌데도 감사가 줄줄 새고 있던 것이다.


길가에 핀 장미꽃을 보고는 누구나 감사할 수 있어도 장미꽃의 가시에 찔리고는 감사하기 힘들다. 장미꽃 가시에 찔리고 굳이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그건 어쩌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미꽃 가시에 찔리고도 감사가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나니 새로운 시선이 생긴다.

장미꽃 가시는 존재 이유가 있다. 장미에 해를 끼치는 벌레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그처럼 인생의 가시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고난을 통해 무언가는 배우고 성장할 것이고 판이 바뀌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난을 고난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나만의 꿀팁을 터득한 기분에 신까지 난다. 이게 다 감사일기를 쓴 덕분이다. 감사도 습관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감사를 하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감사일기를 더 열심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별할 거 없는 하루에도, 아무리 구린 하루를 보냈어도, 앞으로도 꾸준히 잘 써야겠다.


인생의 가시까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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