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일기장
얼마 전 잠에서 깸과 동시에 머리에 맴돌았던 말입니다.
가끔 이렇게 잠에서 깨면서 일어나도 잊지 말라는듯, 무의식중에도 몇번을 맴도는 생각이 있어요.
자면서 하는 생각들 중 중요한 것들인가봅니다.
요즘 통학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듣는데,
좋은 인풋이 많다보니 생각의 질이 향상된듯한 느낌이에요.
저는 대학 생활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한 편입니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누구보다 열심히 놀았고,
원하는 나라에서 1년을 살아볼 기회를 잘 활용했고,
그러면서 원하는 성과도 지금까지는 모두 얻었어요.
그래서 대학 생활에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 한가지 생겼습니다.
바로 좋아하는 일에 관련된 아웃풋을 꾸준히 내지 않은 것이에요.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아웃풋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시험을 보거나 면접을 보고, 커리어 스탭을 밟아나가는 것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아웃풋을 내는 대표적인 예시에요.
제출 기간이 정해진 과제를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성실성이 있다면 누구나 하게 되는 일입니다.
다만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는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해지기 마련이에요.
사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실력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중요한게 없는데 말이죠.
운이 좋게도 대학에 와서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발전시켜나갈 시간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패션 드로잉을 배워보기도 했고,
예술 경매 시장을 공부하며 예술가들을 만나기도 했고,
디자인 툴을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니즈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들 중 한 달을 넘게 간 게 없더라고요.
아웃풋의 예시로는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쓰거나,
작품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비주얼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가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에 관련된 '아웃풋'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첫째로 인풋보다 아웃풋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쌓이는 무언가가 주는 힘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팀 페리스 저자의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는 게 하루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게 시각적으로 보이는 침대 정리라면 일어나자마자 성취가 +1이 되어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에 만드는 성취들이 더 쉬워진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책을 본 이후로 약 두세달 동안 매일 침대 정리를 했는데,
첫 일주일만 하고도 평생 갈 습관임을 알았어요.
쉽고 뿌듯한 성취라 안 하면 손해본 느낌이고,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가면 침대가 예쁘게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큰 안도감을 줍니다.
그와 비슷하게,
좋아하는 일에 대한 아웃풋을 쌓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큰 성취를 느끼는 일, 가장 뿌듯했던 일이 무언가 생각을 해보니
너무 사소하지만 그간 꾸준히 작성한 일기였어요.
그 후에도 일기를 자주 쓰지만,
특히나 뉴욕에서 보낸 2020년 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일 년 간 357장이나 되는 일기를 썼어요.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이 빼곡히 적혀있고,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게 왜 그렇게 뿌듯한가 싶었는데, 제가 한 일들 중 가장 꾸준히 한 일이더라고요.
좋아하는 유튜버도, 아티스트도
모두 1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아웃풋을 꾸준히 쌓아올려간 멋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살면서 성취를 느낀 모든 일들,
동경하는 모든 사람들의 작업들은
모두 꾸준함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꾸준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러가지 일들로 바쁜 일들이지만,
창작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서 요즘은 3D 디자인을 배우고 있어요.
꾸준함의 중요성을 와닿게 배운만큼, 이번에는 꽤나 꾸준히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