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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예원 Oct 29. 2022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법

my favorite internet people

"Nobody is born with a style or voice.

We are kids without fathers. So we found our fathers on wax and on the streets

and in history. We got to pick up and choose the ancestors who would inspire the world

we are going to make ourselves."


- <Steal Like an Artist>, Austin Kleon 중에서



오늘은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집 근처에 Strand Bookstore라는 자주 가던 서점이 있었는데 그곳의 아트 코너에서 발견한 책이에요.

책의 콘셉트를 짧게 소개하자면, 우선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이전에 있던 것들을 베낀 것이고, 그걸 티나지 않게 잘 베낀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아는 창의적이고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티나지 않게 잘 베낀다'는 말은 표절을 하라는 말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의 스타일을 섞어 나의 것을 만들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Ancestor Trees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실제 조상이 아닌,

우리가 영향을 받고 싶은, 창의적이고 특별한 사람들을 여러 명 골라 그들을 내 창작의 조상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생각과 관점을 익히고 통합하면 나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글이 많이 없어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책인데

당시에 읽고 너무 신선하고 도움이 되는 관점이라고 생각해서 작가분께 이메일을 쓰기도 했어요.

작가님께 받은 답장입니다 :)


창작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막막한 분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책이에요.



창작의 Ancestors를 찾는 과정은 (어쩐지 '조상'이라는 표현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원어를 그대로 쓰겠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취향은 참 두리뭉실해서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어요.

가령 제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의 여부는 실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말로 맛을 표현해준다 한들 알 수 없겠죠.

보라색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지도 실제로 보라색 옷을 입어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 여행, 낯선 곳에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날 때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마다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누군가는 감흥이 없지만, 다른 누군가는 보고 또 보고 싶을 만큼 좋아하니까요.

자신의 Ancestors를 찾는 것은 자신이 너무 좋아하지만 두리뭉실해서 잘 모르겠는 스타일을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여 인지하는 과정입니다.


가령 저는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를 좋아합니다.

MoMA에 가서 바스키아 작품을 처음 봤는데 그 후에 바스키아 작품들을 보러 MoMA에 열 번가량 가고 바스키아 작품이 있는 예술 경매장에 찾아갈 만큼 제 취향이었어요.

Jean-Michel Basquiat. Glenn. 1985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의 어린이 아티스트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Leonardo Pastrana)의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는 2019년 KIAF 예술경매에 가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Leonardo Pastrana


이 두 아티스트를 통해 제가 낙서 같은 예술작품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낙서를 한다고 '내가 낙서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시각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저의 또 다른 부분을 하나 알았다고 생각해요.


원래 이 글의 제목은 my favorite internet people이었는데

서론이 길어졌으니 그냥 제목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찾은 창작의 Ancestor 중 제가 지향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창작을 하는 ancestor를 소개합니다.

Orion Carloto


Orion Carloto, 본명은 Orion Vanessa로 직업은 시를 쓰는 작가입니다.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 친구와 팟캐스트를 해서 처음 콘텐츠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 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콘텐츠를 올리는 크리에이터입니다.


샤넬, 구찌, 미우미우 등 하이앤드 브랜드들과 지속적으로 화보를 찍고 디너, 패션쇼에 초대받을 만큼 패션계에서 사랑받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orioncarloto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사진을 아름답고 개성 있게 잘 찍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Orion과 같은 무드의 사진을 찍는 사람은 찾지 못했어요.











@orioncarloto











오래된 무드의 필름을 이용하고

종종 자신을 이야기 속 주인공에 빗대어 작품 같은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합니다.














핀터레스트에서 사진을 보고 '이건 Orion 스타일인데?' 싶어서 방문해보면 실제로 Orion의 사진일 만큼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Poet + Fashion + Photography


이 세 가지의 합이 그녀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처음 본 Orion의 콘텐츠는 a letter to the one i love라는 영상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ZsqEJf-MvkA&t=82s 


a letter to the one i love - Orion Carloto

영상에 나오는 음악, 아날로그식으로 편지를 쓰는 연출,

크게 확대하여 초점을 빠르게 넘기는 촬영 기법, 움직임이 많지 않고 비교적 정적인 부분이 모두 마음에 들었던 영상입니다.



미학적인 사진과 영상에 Orion의 개성을 더해주는 것은 그녀의 시인적인 면모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의 사랑, 우정, 가족, 마시다 만 커피잔까지 언어를 통해 romanticize 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녀의 감각적인 사진과 그 사진에 스토리를 더해주는 시를 합쳐서 2020년 Film For Her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Film For Her by Orion Carloto, 2020


말과 글은 그가 부여된 작품에 3차원적인 면모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미적 감각과 창의력, 언어의 재능을 가진 Orion이 제게는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자신의 스타일에 영감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르고 골라 찾고,

영감의 원천들의 시야, 표현법을 익혀 그걸 섞으면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색깔'이에요.



여러분의 창작의 ancestors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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