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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예원 Nov 06. 2022

<Eat Pray Love> 책 리뷰

여행에서 그리 많은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소설책보다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다.

읽는데 며칠이 걸리는 책과는 달리 영화는 2-3시간 내에 가볍게 소비할 수 있으며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패션, 인테리어, 소품에 끌리기 때문이다.


거기에 몇 개의 예외가 있다면 이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다.

워낙 유명해서 Sex and the City 만큼이나 미국 여자들에게 바이블 같은 영화로 제작되어 영화를 

두 번이나 봤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서 책을 읽어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인지

책이 정말 의미 있고 깊었으며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까울 만큼 재미있었다.


짧게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시티 오브 걸즈>를 집필했다.

<Eat Pray Love> 영화는 꽤나 가볍게, 타임킬링 용으로 보았는데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깊은 내용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책 내용의 대부분이 저자이자 주인공의 독백과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소설로 훨씬 더 잘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새벽 도중 화장실 바닥에 앉아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밑바닥의 리즈로 시작한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워졌고,

오랜 시간의 사투 끝에 남편과 최악의 이별을 한다.

마음이 아픈 걸로 끝나면 덜했겠으나 그녀는 이혼 과정에서 자신이 이룬 재산, 집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모든 걸 빼앗기게 된다.

더불어 이혼 후 생긴 애인 데이비드와는 서로를 무너뜨리는 관계가 되어

매일 화장실 옆 바닥에 웅크려 울고 있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최악의 최악을 겪은지 2년차, 리즈는 1년간의 3개국 여행을 결심한다.


(전재산을 빼앗겼는데 어떻게 1년간의 여행을 계획했는가 하면,

리즈는 본래도 출장을 자주 다니는 잡지사 작가였으며 이번에도 한 출판사가

그녀의 1년간의 여행 경비를 대주며 글을 미리 샀다.

역시나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구간..)


앞이 우울의 연속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온갖 행복과 힐링의 시작.


이탈리아에 가서 1일 3 젤라또를 착실히 수행 중인 리즈


저자가 얼마나 표현을 잘하냐 하면,

새벽에 책을 읽고 나폴리 피자가 너무 먹고 싶어진 나머지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오븐을 켜고 마르게리따와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웠다.

리조 맛 젤라또도 먹고싶어져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에게 연락해서 지파시를 갔다.


세 나라 중 이탈리아가 담당하고 있는 건 '쾌락'.


리즈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힐링한다. 스페인어처럼 쓸모가 많은 건 아니지만, 단순히 이탈리아어로 말하는 것과 이탈리아 단어를 배우는 게 행복하다는 이유로.

Attraversiamo!


로마에서 온갖 미식을 경험하고, 언어 교환 파트너와 아름다운 이탈리아어를 구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추수감사절을 보내기도 한다.

리즈가 이탈리아에서 친구를 만든 방법은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아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번호를 받은 것이었는데, 꽤나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로마에서의 리즈의 삶을 보여주는 한 조각.


"한동안 나는 음식들을 건드릴 수조차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점심의 걸작,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예술의 진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내 점심의 아름다움을 흠뻑 빨아들인 뒤,

깨끗한 나무 바닥 위에 떨어지는 한 점의 햇살 속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러고는 이탈리아어로 쓰인 일간 신문의 기사를 읽으며 복숭아를 손으로 한 입씩 먹기 시작했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행복으로 충만해지는 기분."



친구들을 사귀고, 13킬로가 찔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4개월 후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인도의 아쉬람.


채식을 하고, 매일 바닥을 걸레질하고, 룸메이트와 같이 살고, 새벽 3시에 하루가 시작되는 아쉬람이다.


리즈는 영적인 사람인데, 이건 종교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어떤 신을 믿고 숭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비우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그를 안내해줄 수 있는 스승을 따르는 사람이다.


원래는 아쉬람에서 한 달만 있으려 했지만 결국 네 달 모두를 아쉬람에서 보내게 되었고,

중간에 텍사스에서 온 친구 리처드를 만나기도 한다.


솔직히 나에게는 아직 영적 탐구보다는 이탈리아의 쾌락 부분이 더 재미있기는 했다.


그러나 명상에 관한 리즈의 표현은

나에게도 살면서 한 번쯤 명상을 열심히 해보는 시점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인도는 영적인, '기도'를 상징하며, 아쉬람에서 배운 명상법은 이후에까지 그녀의 삶에 녹아든다.


그리고 마지막, 발리.



리즈가 발리에 오게 된 이유를 보면 참 대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리즈는 이전 출장차 발리에 온 적이 있고,

그때 우붓에서 한 치유사를 만난다.

그 치유사는 리즈의 손금을 보고 다시 발리에 와 자신의 영어 선생님이 될 것이라 말했고,

그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전화번호도, 주소도 모르는 그를 찾아간 것이다.


발리에서의 리즈를 보면 (어쩌면 가장 최근에 읽었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

리즈는 여행을 다닐 때 수용의 상태로 다니며, 모든 문화를 존중한다.

여행을 다닐 때 '수용한다'는 말은, 가령 양약만 받아왔던 리즈가 병에 걸렸을 때 발리 치유사의 말을 듣고

약초로 만든 물을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받아들임이 몸에 베여 있다.


여행에서 수용을 잘한다는 것은 그녀를 여행 작가로 만들어준 걸지도 모른다.

현지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하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 되는데,

그를 통해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나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늘어지고,

인도에서는 아쉬람의 규율에 따라 명상과 찬트를 하고,

발리에서는 그들의 약을 먹고 그들에게 둘러싸여 생일파티를 하는 것처럼.


앞으로 여행을 가면 조금 더 녹아들어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해보고 싶다.


사실 나는 발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가 꿈이라고 장난 반 농담 반으로 말하고 다닐 만큼 

발리에서의 삶에 대한 꿈이 있는데

그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


타지에서 살다가 발리에 와 살게 된 사람들에 대한 표현이다.


오즈의 양귀비밭 속에 있는 도로시.




발리의 상징은 '사랑'이다.


하필 발리에서 '사랑'이 나온 이유는 발리인들이 생각하는 균형과도 연관되는데,

내용이 길 뿐더러 잘 설명할 자신도 없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내 몸에 꼭 맞는 사랑'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혼을 겪고 사랑의 실패를 겪은 서른다섯의 리즈는 고민하지만

쉰두 살의 브라질 남자, 그녀의 몸에 꼭 맞는 사랑을 찾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과연 여행을 가서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있다.

물론 사진과 추억이 남고 그건 앞으로의 삶에 원동력이 되는, 또 행복한 기억이지만

그 외에 여행의 장점이라는 영감이라든가, 시야의 확장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리즈는 마치 퍼즐 조각처럼,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쾌락, 기도, 사랑을 지구의 세 도시에서 찾아왔다.

그로써 리즈의 삶이 균형을 잡게 되었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균형을 얻게 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데에는 두 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명확한 목적과 끊임없는 기록

리즈에게 이 여행이 휴양만은 아니었다. 이혼과 이별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것도 있지만,

작가로서 이 1년은 리즈에게 작품 활동 기간이기도 했다.

여행을 계획하기부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Eat, Pray, Love라는 콘셉트를 계획하고

그걸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들을 선정했을 것이다.

하나의 콘셉트가 있으면 정신이 팔리지 않고 그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끊임없는 기록을 하며 자신을 성찰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듭했을 것이다.


2.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

스페인의 카사 바트요도 좋고, 일본의 스시도 좋아한다.

온갖 건축물, 음식 등 세상에는 아름답고 신비한 게 많지만 정작 많은 영감은 사람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며 겹겹이 쌓은 경험과 생각은 평생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모를 만큼 깊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문화의 대부분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배우게 된다.

리즈는 이탈리아의 친구들, 아쉬람의 리처드, 발리의 와얀, 끄뜻, 그리고 펠리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관계 속에서 리즈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음 책으로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골랐다.


책이나 영화 리뷰를 쓰고 나면 항상 아쉬운 느낌이 들곤 한다.

내가 느낀 게 이렇게 적었나? 싶은 생각과 그 느낀 점은 제대로 표현되었을까? 하는 의문.

누군가의 가르침은 그를 통해 전해지지 않는 이상 절대 그 의미를 다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잠깐 쓴 이 글이 작품에 비해 너무 작아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Eat, Pray, Love 소설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자를 굽게 만드는 이 책을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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