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거림이 문장으로 태어나다.
제목: 웅얼거림을 문장으로, 1월의 노래 ‘Photograph’
2026년의 첫 페이지를 열며, 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하나 시작했다. 이름하여 ‘한 달에 한 곡 노래 부르기’. 남들은 만다라트를 채우며 대단한 성취를 계획할 때, 나는 그저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을 내 목소리로 온전히 담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작은 언제 들어도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에드 시런(Ed Sheeran)의 ‘Photograph’다.
나는 왜 그토록 에드 시런에게 열광하는가. 그의 음악에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강력한 ‘진심’의 질감이 있다. 길거리 버스킹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그의 서사는 차치하더라도, 통기타 한 대와 루프 스테이션만으로 채우는 그의 무대는 마치 내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툭툭 건드리는 듯하다. 특히 ‘Photograph’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시(詩)에 가깝다. 시간을 프레임 속에 가둘 수 있다는 그의 시적인 위로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늘 무언가를 놓치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사실 이전까지 나의 노래는 그저 ‘듣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입술 사이로 작게 웅얼거리며 멜로디를 따라갈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웅얼거림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입안에서 맴도는 소리들이 마치 내 내면의 억눌린 감정들 같았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삶의 태도가 내 목소리에도 묻어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이 아름다운 가사들을 내 기억 속에, 내 목소리 속에 새겨보자.’
그 다짐이 ‘부르는 노래’로의 확장을 이끌었다. 직접 입을 열어 가사를 뱉어내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가사의 온도가 훨씬 직접적으로 체감되었다. “Loving can hurt sometimes(사랑은 때로 아플 수 있어)”라는 구절을 내 목소리로 뱉는 순간, 그 통증조차 삶의 소중한 일부라는 사실이 가슴 깊이 박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이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들었다는 점이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고음을 내뱉고, 가사의 감정에 젖어있는 나의 표정에서 낯설지만 반가운 생동감을 발견했다.
이 작은 도전은 나만의 즐거움에서 멈추지 않았다. 집안 곳곳에 에드 시런의 선율이 흐르고 내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자, 가족들이 하나둘 화음을 얹어주었다. 특히 이제 곧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큰아이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를 때의 기분은 무어라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지난 15년 동안 세상의 수많은 경계를 긋고 나누는 일을 해왔다. 정해진 법규와 수치에 따라 엄밀하게 선을 긋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내 삶의 애잔함 앞에서는 그 어떤 수치로도 경계를 지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품 안의 자식에서 이제는 독립을 꿈꾸는 예비 중학생이 된 아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가슴 한편이 시큰해지는 일이다.
아이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마다 나는 이 노래를 떠올릴 것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공유한 이 노래의 선율과 사진 속의 온기가 서로를 지탱해 줄 것이라고. 1월 한 달, 에드 시런의 목소리를 빌려 내 마음을 밖으로 꺼내는 연습을 했다. 덕분에 나의 겨울은 애잔함에 잠식되지 않고, 오히려 그 애잔함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로 채워졌다.
이제 1월의 사진첩을 덮고, 2월의 뜨거운 고백을 준비하려 한다. 셀린 디온의 목소리가 들려올 2월에는 또 어떤 내 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