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살 수 있다면 (5)
고양이는 사냥을 좋아한다. 어쩌면 이것은 고양이와 강아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강아지와 고양이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래전 강아지도 사냥을 함께 나가며 사냥에 특화된 강아지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요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에겐 그런 모습은 찾기 어렵다.
몇 년 전, 아파트에서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봤다. 그런데 고양이가 혼자 가지 않고 그 옆에 쥐가 있었다. 쥐 바로 옆에 붙어서 쥐가 조금 걸어가면 고양이도 같이 걸어가고, 쥐가 멈추면 고양이도 멈췄다. 고양이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했던 나는 그 모습이 몹시도 신기했다. 사실 그 순간 ‘난 고양이랑 쥐가 친한가? 쥐를 돌봐주는 건가?’ 하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면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집에 와서 동영상을 다시 보면서 깨달았다. 그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으려고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냥감을 포착했지만 바로 덤벼들지 않는다. 잘 살핀다. 사냥감이 움직이는 모습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중요한 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길고양이의 사냥이 생존과 관련된 것이라면, 집고양이의 사냥은 참으로 귀엽다. 집에는 먹을 것은 풍부하다. 집사는 간식도 꼬박꼬박 챙기고 물을 많이 안 드실까 봐, 몸무게가 잘 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한다. 집고양이에게 사냥이란 그저 놀이다. 아, 세상도 그런가. 누군가에겐 회사가 생존이고 누군가에겐 취미생활 혹은 자아성취일 수 있으니.
고양이는 늘어져 자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집사가 장난감을 든다. 딸랑딸랑 종소리나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면 어느새 고양이는 가까이 와있다. 동공이 한껏 커진 동그란 눈을 하고.
장난감도 다양하다. 부드러운 털이 달린 모든 고양이의 사랑 오뎅꼬치. 비닐로 된 날개가 팔랑이는 벌이나 새 모양의 키샤키샤. 부드러운 연두색 솜털이 꿈틀대며 지나가는 스네이크 낚싯대. 강아지풀, 억새풀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놀아줄 땐 최대한 그 장난감의 특성을 잘 살려서 놀아준다. 벌이나 새 장난감은 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장난감을 살랑살랑 흔들어준다. 스네이크 장난감은 바닥에 붙여서 꿈틀꿈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움직여준다. 집사는 새가 된 듯, 뱀이 된 것처럼 움직인다. 그냥 막 흔들어대면 고양이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 집사야, 재밌게 놀아라’ 하면서 쳐다본다.
고양이의 사냥 과정은 이렇다.
1. 관찰 - 고양이가 납작하게 엎드려 유심히 쳐다본다.
2. 준비 - 사냥감이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를 씰룩씰룩한다.
3. 사냥 - 한 순간에 엄청난 속도로 뛰어서 목표물을 잡는다.
관찰할 때는 어딘가 뒤에 숨는다. 사냥을 하다가 갑자기 어슬렁거리면서 다른 곳으로 간다. 이건 놀이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다음 사냥을 위해 숨으려는 것이다. 어떨 땐 책상 뒤에 숨어서 지켜볼 때도 있고 눈에 훤히 보이는 어떤 막대기 뒤에 숨어서 웃음을 자아낼 때도 있다. 엉덩이를 씰룩씰룩거릴 땐 너도 나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그녀는 지금 엄청 진지하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잡을 때면 감탄이 나온다. 그녀의 젤리와 손톱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비닐로 된 장난감은 한번 발로 딱 눌러주면 손으로 빼도 잘 빠지지 않는다. 잡은 사냥감은 유유히 입에 물고 자기만의 공간에 숨기려고 한다. 난 또 고걸 빼서 흔들어주지.
고양이의 흥미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건 살살 움직이다가 숨기는 것. 책상 뒤, 소파 뒤, 다리 사이에 살짝 숨긴다. 그러면 어김없이 고양이는 뛰어든다. 호기심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나. 눈에 훤히 다 보이면 재미없다. 궁금증을 자극하고 보이지 않는 저편에 뭐가 있을까 하는 마음. 내가 모르는 세상이 알고 싶은 마음.
사냥감이 생기면 집중하고 준비해서 한 번에 뛰어들어 잡아내는 능력. 너의 이 놀라운 능력이 난 조금 부럽다. 이것저것 산만하지 않고 한 번에 하나만. 원샷 원킬. 느긋한 듯 보이는 고양이도 목표물이 생기면 완전히 달라진다. 고양이의 삶은 참 단순해 보여 좋다. 여유로우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너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