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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Aug 28. 2022

먹을만큼 먹는다.

고양이처럼 살 수 있다면 (5)

고양이는 음식의 양을 스스로 조절한다. 물론 식탐이 많은 고양이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많은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의 유튜브를 보면 유난히 식탐 많은 고양이들은 밥을 따로 주기도 한다. 먹을 것만 보면 달려드는 고양이들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귀엽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지나치게 먹지 않는다.     


우리 루미도 그렇다. 사료를 충분히 줘도 한 번에 다 먹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조금 먹고, 한참 있다가 또 조금 먹곤 한다. 우리 집 루미 밥 담당은 둘째다. 고양이가 자기를 따르는 게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이 고양이 밥을 주지 못 하게 한다. 어느 순간 루미도 깨달았다. 아침에 우리가 일어나면 따라 나와서 꼬리를 세우고 인사를 하지만 보채지 않고 느긋하다.      


둘째가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서 어찌나 반갑게 총총총 뛰어가는지! 우리를 대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둘째는 눈도 못 뜨면서 바로 캔을 가지러 간다. 아침이라 힘이 없으면 내게 캔을 따달라고 온 다음 그릇에 덜어준다. 루미는 밑에서 냐옹 거리면서 예쁘게 앉아있는다. 밥을 갖다 놓고 종을 땡! 울리면 허겁지겁 밥을 맛있게 먹는다. 아직 작은 고양이라 캔을 반 나눠 주는데 그마저도 한 번에 다 안 먹을 때가 많다. 분명히 맛있게 먹기 시작했는데 싹 다 비우는 건 가끔이다. 어떨 땐 그렇게 반갑게 기다려놓고 냄새 한번 맡고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소식좌 집에 들어와서 너도 깨작이니..     




우리 집은 대식가 집안이다. 술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 하는 것도 좋아한다. 가족모임을 하면 3-4시간 정도 식탁에 앉아있는 건 기본이다. 먼저 고기와 요리들을 술과 같이 먹는다. 이게 2-3시간. 마지막엔 꼭 밥을 먹는다. 그다음엔 과일이나 디저트를 먹는다. 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먹고사는 줄 알았다.      


한 번은 오빠와 엄마와 나 셋이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밥을 3개 시키고도 왠지 다른 게 더 먹고 싶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았다.      


“아 돈가스도 먹고 싶다.”

“시켜!”

“다 못 먹을 텐데.”

“내가 다 먹어줄게. 돈가스는 반찬이지.”

“냉면도 먹고 싶다.”

“냉면은 후식이지. 다 시켜.”     


우린 결국 음식을 5개 시켜서 다 먹었다. 잘 먹는 오빠와 밥 먹는 건 먹고 싶은 메뉴를 다 먹어볼 수 있는 좋은 찬스다.      


결혼을 하고 보니 우리 시댁 식구들은 많이 드시지 않는다. 오죽하면 첫 집들이 때 준비한 음식이 반 이상 남았다. 살이 찌는 사람과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느낀다. 살이 찌는 사람은 배가 부를 때 행복하고, 살이 안 찌는 사람은 배가 부를 때 괴롭다. 난 배부르게 먹고 누워있는 것이 세상 큰 행복이었는데, 남편은 맛있는 걸 해주고 조금 과식을 하면 “아 배불러! 아 배불러!”를 연발하며 돌아다닌다. 심지어 야식을 먹고 나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배가 너무 불러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이거 먹으면 잠을 못 잘 텐데.”      


열심히 먹을 것을 준비해준 난 서운하기도 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또 그런 소리 하면 이제 먹을 거 안 줄 거야!!!”     


아이들은 말해 뭐하나. 한 번에 많이 못 먹을 뿐 아니라 먹는 양 자체가 적다. 이제 아이들 나이가 10살, 13살이 되면 한참 먹을 나이지만 우린 아직 각자 1인분을 시킬 수 없다. 너무 적게 시켜서 눈치가 보일 때도 많다. 이런 식구들과 같이 살다 보니 나도 점점 양이 적어진다. 나이가 들어 소화가 잘 안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덜 먹게 된다.


많이 먹는 친정과 적게 먹는 시댁을 다 봤을 때 인생의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확실히 덜 먹는 게 좋은 것 같다. 먹는 게 인생의 낙인 줄 알고 살았는데 먹는 것 말고도 다른 행복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점점 살이 찌는 친정 식구들에 비해 시댁 식구들은 날씬함을 유지하고 있으니. 게다가 요리를 하는 수고는 어떤가. 엄마는 힘이 든다. 잊지 말자. 엄마의 수고를.     




식탐을 내지 않는 것. 

과하게 먹지 않는 것. 

내 몸의 상태를 살펴 내게 필요한 양만 섭취하는 것. 

음식의 맛보다 수고한 손에 감사하는 것.

남기지 않는 것.     


음식을 대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어릴 땐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의 즐거움을 위해 조절이 쉽지 않다.      


우리의 고양이 루미를 보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도 고양이처럼 먹고 싶은 만큼 말고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지. 욕심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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