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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Jan 17. 2024

무기력 속에서 산다

무기력하다. 해야 할 일이 쌓여있지만 늘어져있다. 꼭 해야 하는 일에 뒤늦게 움직인다. 나 자신이 게을러 보였다. 

아이들에게 밥을 해줘야 하는 시간을 놓쳐서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 나 이제 밥 먹어야 돼."


부리나케 일어나서 밥을 해서 겨우 먹인다.


"엄마, 나 이제 학원 갈 시간이야."

"벌써? 알았어."


부리나케 아이를 데려다준다.


"엄마, 어디야?"

"미안.. 엄마 지금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줘~"


"엄마, 빨래했어? 나 내일 이거 입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게으른 엄마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기 시작했다. 아이는 빨래를 돌리고, 나에게 먼저 말을 해준다. 그리고 게으른 나에게 이런 말도 해준다.


"괜찮아 엄마. 그럴 수도 있지."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괜찮지 않다. 이래 가지고 아이에게 뭘 가르치겠나 싶다. 

무기력의 끝은 무엇일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달려가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게 나다. 열심히 하고자 의지를 다진 게 아니라 열정이 샘솟아서 그랬다.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에만 열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의 일상을 단정히 살아가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열정이 다 식어버렸다. 내가 관심 있던 그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어떤 디자이너의 간증에서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봤다. 내가 만드는 디자인이 결국은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어서 일이 힘들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느꼈다.


'아, 나도 그렇구나.'


나는 정말 예쁜 케이크를 맛있게 잘 만들었었다. 쿠키도, 브라우니도 잘 구웠다. 매장을 크게 운영하는 전문가들만큼 알지는 못 하지만 남들과 다른 디자인의 멋진 케이크는 지금도 자랑스러울 정도로 잘 만들었었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너무 많이 먹는 걸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렇게 단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싫었다. 물론 좋은 재료만 사용했지만 설탕의 양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절대로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먹는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것이겠지만. 쓰레기도 엄청나게 나온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색소를 넣고 각각의 비닐 짤주머니에 담고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세상을 살리는 것보단 죽이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의 게으름은 세상을 사는 이유와 목적을 잃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는 것도 헛되고, 책을 읽는 것도 헛되게 느껴진다. 인간이 줄 수 있는 지혜의 한계다. 말씀을 읽고 싶은데 읽어지지가 않는다. 내게 주신 소명을 깨닫는 어느 날이 내 무기력의 끝일 것이라 믿는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나의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 하도록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밝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을 믿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나를 불러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의 노력과 열심이 아닌 나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 내가 있다. 그러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좌절하지 말고, 지금의 무기력한 나를 이대로 두시는 하나님의 뜻을 믿으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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