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요한 건 체력.
질문 :
대학생으로서 재무기획 업무 신입으로 들어가려면 어떤 경험 및 공부, 스펙이 필요할까요?
재무기획 커리어를 쌓으려면 어떤 직무로 시작해야 할까요?
답:
일단 영어로는 FP&A (Financial planning & Analysis ) 그리고 Finance controller 라고 하는 재무기획이라는 업무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 업은 "기획"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퇴사한 이형님 유튜브에도 기획이라는 업에 대해 브레인만 뽑는다는 직무라고 이름을 붙인 걸 보면, 어느 부서가 중요하지 않겠냐만은 조직의 운영 전략, 평가, 예산의 배부 및 승인을 하는 곳이다 보니 조직장들과 긴밀하게 일을 하는 부서이고 그래서 이 부서는... 일을 제대로 배우기에 가장 최적화 된 부서라고 할 수 있다.(퇴사한 이형 "기획" 부서에 대해서 https://yutu.be/UkOZpCKvI0k?si=nJ5E-pUclcruVLWK
그런데, 브레인만 뽑는다는 이 직무는 시장에서 TO가 매우 적다. 왜냐. 사실 중견 기업 이상이 되는 곳에만 존재하는 부서랄까? 보통 매출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경우엔 이 업무는 CEO나 CFO가 직접 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시장 상황이나 우리 기업 매출 예상을 바탕으로 사람을 어디에 얼마나 뽑을 지,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어느 부서에 책정할지, 어떤 시나리오 상황에서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줄일지 등등을 논의 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매출이 몇백억 조단위가 되버리면 매출을 예상하고 취합하는 것부터 엄청난 일이 되어 버려서 생긴 것이 재무기획 부서이다. 그래서 재무기획 부서에 처음 입사 하고 하는 일이 바로 매출 예상 취합하는 것이다 (물론 주니어들은 앵벌이 업무라고 평가 절하하여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일로 나는 큰 그림 그리기와 같은 프로젝트 및 조직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파트너링에 대해 다 배운 것이 바로 그 업무이다. 관련해서 너무나 잘 표현해 주신 율밤님의 블로그 및 인스타툰 참고
미생 (1) 부끄러운 과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그런데 나는 소위 말하는 브레인이 전혀 아닌데 (공부 머리 별로 없음)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내 케이스를 생각하며 힌트를 얻으셨으면 한다.
1. 내가 이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깨달은 것은 한국에서 스펙으로 보이는 책상에서 하는 공부는 사실은 기업에서 재무기획 업을 하는데 그다지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 일을 잘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받아서, 비즈니스에 의미있는 모델링을 만들 정도로 엑셀을 귀신같이 잘해야 하는데.. 이거는 학교에서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있는게 아니다 (유튜버 오빠두 엑셀도 엑셀 기술만 가르칠 뿐이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매트릭스 라든지, 기업의 KPI 같은 것들은 그 회사 가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즉 이 업은 어떤 부서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그 일을 내가 직접 하면서 얼마나 더 깊이있게 욕심을 가지고 해내느냐가 나의 전문성을 결정한다. 여기까지 하고 싶은 본능을 뛰어넘어서, 끝까지 파고 해결해 내는 독한 의지가 있으면 누구나 이 업무를 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2. 김승호 회장님이 항상 이야기 하시듯이, 나는 항상 "옆문" 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재무기획 업무를 하기에 나는 전혀 브레인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 기회조자 얻지 못했겠지만.. (예를 들면 서울대 경영학부 졸업한 분들이 공채로 들어가는 곳이랄까) 해외 법인에서 재무기획 업은 한국말만 잘하고, CFO CEO 와 함께 밤낮 안가리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정말 모셔가는 인재가 되기 때문이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비자로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
3. 공부 머리는 없었지만 일 머리는 있었다. 일 머리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주어진 일만 기똥차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복잡 다난한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일들 사이에서 틀/중심을 잘 잡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해내는 것이다. 이거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사회에서 내가 돈을 벌면서 쌓을 수 있는 스킬인데, 나는 대학 다닐때부터 돈을 열심히 벌었기 때문에 내가 1인 사업자로서의 관점을 갖고 있었다. 회사를 다녀도 이 관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일의 질이 달라진다. 대학생분들이 나랑 커피챗 할 때마다 말하는 게,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전공 지식이 필요한 개발직 이외)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대학생 신분을 활용해서 개인 사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나는 씨티은행 대출상담사로서 그렇게 했지만, 요즘에는 그거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사업을 해볼 수 있는 길이 많은 세상이니까 ). 아까 말했듯이 재무기획 업무는 CEO나 나CFO가 하는 업무인데, 대학생으로서 사업을 내가 직접 해봐야 정말로 그 부서에서 무얼 하는지 경험해보는 것이니까 말이다. 만약에 CPA 나 CFA 자격증을 따려는 유혹 (사실 그런 공부 하는게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유혹이라고 표현) 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재무기획 업무를 해보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그 자격증 공부가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4. 재무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그런 곳에 집중해서 인턴이든 아르바이트든 지원을 하셔라. 만약 재무기획 그 업 자체가 TO가 없다면 재무팀 안에서 라도 하시고, 거기서 일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면서 그 업무를 하는 분과 커피챗도 해보고 과연 내가 이 업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옆에서 봐도, 재무기획 팀은 정말로 지원 부서중에서 가장 빡세고 너무 힘든 부서라서 내가 젊은 20대-30대 초반에 회사에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넣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안 맞을 가능성 99.999999%)
5. 결국 중요한 것은 체력. 밤을 새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매년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왜냐.. AI 시대에 기업도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것이 피똥싸게 힘든 일이기 때문이며, 그 변화에 선두에 있는게 기획 일이니까. (나도 이번에 예산 작업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끝나고 나서 매니저 앞에서 광광 울었고, 또 정말 슬픈 현실이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병가를 내거나 그만두는 사람도 너무 많다.
좀더 자세한 재무기획 업에 대한 내용은 아래 엄청 공들여서 쓴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면 된다.
영어공부 & 재무기획 부서가 하는 일, 싱가폴..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취합 업무 하면서 큰그림을 그렸던 프로젝트에관해 썼던 글들.
큰 그림 그리기 (별 다섯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집요함 vs. 큰 그림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마음을 담아,
핑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