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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26. 2024

24년도 내 책은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 에세이 <보잘것없는 사람>

일터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뭔가 흥분된 목소리였다. 몰랐다면서 검색을 해봤다고 말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태도로 말을 했다.


"책도 내고, 글 쓰는 작가라는 걸 정말 몰랐습니다."


나는 그냥 웃으며 취미라고 대답했다. 업무와 무관하기에 놀라는 것도 이해가 되고, 평소 수다스럽지 않기에 더 신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이 많이 팔리냐고 궁금해하며,  이름까지 쳐봤다는 말을 계속 들으니 조금은 민망했다.


"많이 안 팔려요. 안 그래도 올해 출판사에서 계약종료 된다고 작년에 연락 왔어요."


세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2021년 4월 책이 출간되고 나는 한동안 들뜬 마음으로 살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이루고 나니 뭔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했다. 계획하고 쓴 책은 아니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어떤 책을 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2020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턱대고 목차를 만들고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과 낮시간에 집중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자전적 에세이라고는 독자분들은 말씀해 주셨다. 이제 와서 보면 그 말이 딱 맞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막힘 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넘치는 생각을 주체하지 못해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내용을 써 내려갔고 한 달도 안 걸려서 한 권의 책을 다 쓰게 되었다.


쓰다 보니 아버지에 관한 책이 되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2015년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5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그냥 숨겨두고 그리울 때 몰래 찾아가서 추억여행을 하곤 했다.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를 보내고 그리움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그래서 그 그리움과 후회, 추억들을 내 인생에 일부 사건과 엮어서 글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랑을 부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모든 내용을 썼다. 어쩌면 남들은 평생 감추고 살지도 모르는 그런 내용을 담았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뭔가 자극을 바라고 독자분들을 유혹하기 위한 기교도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게 전부였다.


출판사를 선택하고 퇴고를 하는 과정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쓰는 과정은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아마 몇십 번은 읽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책이 나오고 아쉬움은 있었다.


'이 부분에 내용을 이렇게 했더라면..'

'결말을 조금 다르게 했더라면...'

'도입부나 목차를 더 고민했더라면...'

'제목을 조금 더 신중히 결정했더라면....'



나는 수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성장을 했다. 이후에 브런치에 더 집중해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글쓰기는 내 삶에 충전소와 같은 장소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이 생겼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4년도 판매량이 저조하고, 보관비용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고 절판을 해야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가슴이 아팠다. 물론 입장 차이지만 내 책이 그것도 첫 번째 책이 상품으로만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서운했다. 팔리지 않는 것들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기에 그랬다.


책을 내고 독자분들과 나름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평단으로 모집하고, 손 글씨를 써서 책을 보냈다. 그리고 솔직한 서평을 써주시는 날을 기다리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행복했다.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고, 부끄럽지만 브런치 몇 번 공개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저조했다. 억울하지는 않았다. 단지 홍보의 중요성과 인지도 그리고 책이 주는 아주 정확한 메시지와 내용 등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웠다. 값진 경험이었다.


그냥 인터넷 서점에 책이 판매된다고 해서 저절로 팔리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어떤 이들은 책을 상품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책은 필수품이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 취향이 있고,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서 읽기 때문에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비 출판이 아니고 정식적인 계약을 통해 출판사에게 선택받은 책들이 더 유리하다. 상품의 가치를 보장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홍보를 적극으로 해준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고 출간을 한 것은 아니기에 인세 들어오지 않는 것에 민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를 이야기를 담은 가장 솔직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절판된다고 할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한테 괜히 미안했다. 사실 에세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책에 담긴 내용이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수많은 감정을 담았다. 내 삶의 일부분을 거짓 없이 풀어내고, 그동안 숨겨두었던 아버지의 치부를 글로 남겼다. 만약 어머니가 치매가 아니었다면 이런 과거사를 흔적으로 남겨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실명으로 책을 냈으니 더욱 그러했다.


이런 이유에서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를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국사회에 잔존해 있는 시선을 나 역시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출간하고 나는 독자분들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행복하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저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전혀 모르는 남남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치 내가 어디선가 만났던 사람 같은 연민이 들고, 점점 연로해 가시는 엄마를 생각하니 남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비슷한 나이, 상황이 아니더라도 본인에게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항상 옆에서 버팀목처럼 버티고 계신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 마지막 책장을 덮고 복잡했다.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떠한 문장으로 주인공의 인생을 말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 과거를 과거로 들여다볼 수 있는 힘!, 불편함과 원망, 속상함, 안타까움을 글로 쓰며 치유받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재발견하며 행복한 기억도 소환해 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 자신의 드러내며 타인과 공감하는 일은 무척이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한 일에 저자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가정사와 부모님에 대한 실수와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글로 표현하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고 좋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책을 보는 내내 가족이란 무엇이며, 어디까지 하는 것이 자녀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인가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고 나를 봐달라고 애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힘을 얻었다. 그러기에 24년 내 책이 죽음을 맞이하고 세상 뒤편으로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남는 듯하다.


어쩌면 첫 번째 출간한 책이라서 더 애정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뭣도 모르고 그냥 써내려 갔기에 다시 보면 약간의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솔직한 책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른 목적이 전혀 없이 순수한 내 감정과 인생을 그대로 남겼기 때문에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진솔함에 대한 과찬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첫 번째 이야기가 무대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슬프지는 않다. 내 삶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프지 않다. 단지 조금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몇 달 뒤에 다가 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되면 물류창고에 남은 내 책들이 그냥 폐기 처분된다고 들었을 때 감정이 좋지는 않았다. 버린다고 하는 것 같았다.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창고에 남은 내 책을 다시 내 돈을 주고 재 구매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남겨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냥 본질로 돌아가서 종이 취급을 받는 것은 계속 생각해도 정말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슬픈 결말을 내 책한테 남겨준다고 해도 나는 글쓰기를 계속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지만 다음 탄생에는 더 잘 지켜주겠다고 조용히 혼자 약속한다. 다음에는 출판사에서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말을 선물로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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