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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혁 Nov 18. 2021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

I wonder why. I wonder why.

왜 그런지 궁금해, 왜 그런지 궁금해.

I wonder why I wonder.

왜 궁금해하는지 궁금해.

I wonder why I wonder why.

왜 궁금해하는걸 궁금해하는지 궁금해.

I wonder why I wonder!

왜 궁금한지 너무나도 궁금해!


-Richard Feynman


 세상에는 흥미로운 일들이 넘쳐난다. 당장 본인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는 생화학이나, 우리가 사는 세계의 법칙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양자역학,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가 솟아나오는 소프트웨어 컴퓨터공학....하루가 24시간에 불과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전공 강의나 교양 강의뿐만 아니라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파인만, 아인슈타인, 파울리,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폴 디랙 등의 20세기 물리학 대서사시를 읽느라 정신이 없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TOEFL 강의에 시험을 보고 영어를 공부하는 이들하고 함께 어울리느라 정신이 없다(본인이 생각하기에 영어에는 시간을 크게 투자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지루한 영어 문법을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머리에서 당장의 시급한 일들이 튀어나와 수없이 경종을 울려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나의 비장한 사명감에 불을 지핀다).


 언제나 그랬었으나, 이번 글은 유난히 서론이 긴 듯하다. 그렇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장황한 변명이다. 아무래도 읽는 이가 보기에 복잡하고 따분한 글을 계속해서 쓰다 보니, 다음 글 역시도 뭔가 겉보기에 그럴 듯해보여야 하고 길게 써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다른 재밌는 일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글은 자신의 생각을 글자 하나하나에 담아 읽는 이와 소통하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하기에, 진솔함 없는 의무감만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글을 쓰지 않았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소통하며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해 무지한 사람조차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합성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해보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탄수화물은 carbohydrate로써 C,H,O의 원자로 구성된 생체 고분자 천연 화합물이고 photosynthesis는 엽록체에서 명반응과 암반응을 통해 대기 중의 CO2를 고정하여 빛에너지를 이용해 화학 에너지 연료로 만드는 과정인데, Calvin cycle의 Fixation을 통해 CO2를 3-phosphoglycerate라는 3탄당으로 바꾼 다음 이를 gluconeogenesis의 과정을 통해 hexose로 합성하여......"


 이렇게 쓰고 보니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 분명해보인다. 본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서 알 수 없는 고대 외계어를 늘어놓겠지만, 듣고 있는 사람은 '아, 저 친구 또 시작이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의 파동이 중추 신경계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청각 기관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전반사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교수님에게 물어보았을 경우, 교수님은 짤막하게 이렇게 비슷하게 대답하실 것이다.


"빛에너지로 탄소 연료를 만드는 것!"


 어떤 사람이 특정한 주제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사실 그 주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배우고 들은 내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뿐, 그 내용을 고민하고 사고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오랜 시간 그 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생각해본 사람은, 그 내용에만 생각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지식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고, 이 연결이 어떤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또 큰 흐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이 물 흐르듯 흐른다. 얽매이지 않고 틀에 갇히지 않은 채, 자유로운 사고가 끝이 없는 저 지평선 너머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본인은 그런 경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막 새로운 출발을 한 시점이고,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배우는 학문의 목적과 그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본다. 나무를 보면서도 한 걸음 떨어져서 숲을 보는 것이다. 어떨 때는 하루종일 우두커니 생각만 하다 과제가 여백의 미를 여실히 자랑하는 채로 공부를 끝내고 잠을 청한 적도 있다. 심지어 시험 1시간 전에도 관련 없는 고전 교양서를 탐독하다 시험장에 간 적도 있다. 시험 역시도 중요하기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나, 본인에게 있어 시험은 공부라는 과정의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정량적 평가로 순서를 매겨야하는 현실적인 필요로 인해 불가피하게 치르는 것으로, 시험을 잘 본다고 해서 그 분야를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며, 못 본다고 해서 잘 모르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열성적으로 공부에 임했음을 보여줄 정도로만 준비한다. A+를 받으면야 좋겠지만, 그만큼 추가적인 시간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A4 용지가 알루미늄 은박지처럼 구겨질 정도로 공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시간에 좋아하는 과목에 대한 책을 읽거나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마음이 맞는 친구와 즐겁게 대화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결정적으로, A+보다 한 글자로 완결된 A가 훨씬 예쁘다. 그렇다고 C와 F를 맞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는 부담을 크게 가지지 않고 이전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글을 쓸 듯하다. 시종일관 진지한 사람은 재미가 없다. 글쓰기는 작가와 독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인데, 자신만 흥미롭고 관심 있는 이야기만 한다면 어쩌면 독자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인생의 다른 대부분의 일과도 같이 수없이 시도하고 발전해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한 순간이며, 그 과정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Title) Richard Feynman – today’s icon. silvutolu. https://silviutolu.com/richard-feynman-todays-icon-1-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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