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소개
안녕하세요. 만드는 사람, 조직 밖 노동자 홍슬기입니다. 주로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로 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콘텐츠로 지속가능한 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직 밖 노동자는 ‘프리랜서’라는 말이 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만들어 붙이게 되었어요. 제가 벗어난 것은 ‘조직’이라는 울타리, 정규직, 하루 8시간 노동시간이었어요. 이전에 돈을 벌려면 당연하게 이런 조건 속에 맞춰서 일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번의 이직과 4번째 회사에서 상사의 가스라이팅을 겪고 자신만의 일을 만드는 분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일’에 대해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이기도 했죠. 그래서 20년 4월부터 저를 ‘조직 밖 노동자’로 부르며 가진 능력을 팔아 일하고 있습니다.
2.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로 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외주로 일을 받아 진행하기도 하지만, 조직 밖에서 직접 일을 만들어서 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진행했던 일로는 '소셜벤처 리브랜딩 프로젝트'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스토리 구축과 웹사이트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고, 여성창작자 인터뷰 모음집인 매거진에 객원에디터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흥미를 갖도록 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등 다양한 브랜드 채널을 운영했고 글, 카드뉴스, 영상 콘텐츠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독립출판물 작업도 하는데요. 가장 처음에 낸 책은 <오직 경험으로>라는 브랜드 에세이였고, 작년에 낸 <이 말을 겨우 내뱉었다>는 에세이집이었습니다. 텀블벅 펀딩으로 진행하고 책방 입고하며 판매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글쓰고 읽는 것을 사랑해서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고 영상도 좋아해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이 말을 겨우 내뱉었다>라는 책을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합니다. 모두 꼭 읽어 보세요!)
또한 조직 밖 노동자로 살기 위해 가장 먼저 노션으로 포폴을 만들었는데 그걸로 꽤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 참여하던 커뮤니티에서 강연도 하고 퍼블리에 ‘노션 포트폴리오 만들기' 관련 아티클을 썼습니다. 해당 글이 인기를 얻으며 제 메일로 완성한 노션 포폴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그분들의 포폴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피드백을 전해드렸습니다. 어떤 분은 면접관에게 포폴이 인상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셨고 어떤 분은 고민이 많던 시기에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주셨어요. 몇 통의 이메일로 요약되는 일이지만 가까이에서 변화를 관찰하고 교류할 수 있어서 보람도 크더라고요.
이걸 일로 이어가고 싶어서 요즘엔 직접 실습・피드백 중심 노션 포폴 워크샵 [포폴탈출] 워크샵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1기를 마치고 2기를 오픈했어요. 소수의 인원을 모집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아 매번 참여자가 없을까 매우 신경쓰고 있습니다. 모집이 되지 않는 것도 경험이고 워크샵이 운영되는 것도 경험이지만, 작게라도 시작하면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게 많아 어찌되었는 운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폴탈출 2기] 모집 안내 페이지 : http://bit.ly/notion_popol_2
4.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고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다.
지금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없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려고 조직 밖 노동자로 지내는거라 그런거 같아요.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지금은 없는데 언제든 생길 수 있죠. 특히 외주 일 같은 경우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보다는 내가 할 수 있을 일일 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노동으로 수익이 생길 수 있는 명확한 일이니까요. 내가 내 한 몸 벌어 먹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페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저에겐 충분히 의미가 있는데 ‘하기 싫다’는 것을 보상이 없어도 기꺼이 하겠다는 의미로 생각해보자면 하기 싫은데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거 같아요.
5. 내가 했던 가장 뿌듯한 작업은 '이것'이다.
시간 계약으로 성교육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에서 마케팅 파트너로 9개월 정도 일했었는데요. 그때 대표님과 함께 오프라인 중심으로 제공하는 성교육 서비스를 온라인 성교육 콘텐츠로 전환하며 콘텐츠를 촬영, 편집하고 상세페이지도 기획 및 구성했었습니다. 온라인 성교육 콘텐츠 관련된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 덕분에 양육자인 고객들이 어떤 문제와 어려움을 겪었고 그게 올바른 성교육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필요성으로 이어져 우리가 만든 콘텐츠로 자녀를 교육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궁극적으로 고객과 조직이 바라는 세상이 일치한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낀 시간이었죠. 이 인터뷰를 정리하고 브랜드 채널에 게시하는 과정이 뿌듯했습니다. 함께 일한 동료들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우리가 노력한 이 프로덕트가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게끔 기여한다는 걸 느껴서 참 좋았습니다.
6. 프리랜서로 살려면 '이것'은 꼭 해야 한다.
꼭 해야 한다는 게 있을까 싶긴한데 삼시세끼를 제때 잘 챙겨먹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서 하루를 온전히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이지만, 그 시간을 책임져야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때문에 수면시간이나 식사시간이 들쭉날쭉해지기 쉬운데요. 그럴수록 아침시간엔 아침식사를 점심엔 점심식사를 꼭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건 하루의 루틴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몸과 마음을 챙기는 중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너무 시간이 많아서 늘어져도 밥은 먹읍시다.
7. 내가 가장 억지로 했던 일은 '이것'이다.
가장 억지로 했던 일은 조직 밖 노동자로 일하겠다고 결심한 초반에 많이 불안해서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고 면접을 봤던 것이에요. 정말 오로지 내 불안을 무마시키고자 했던 행동 같거든요. 당장 수익이 없다는 막막함,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된 기분을 떨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으로 보건증도 발급받고, 빵집, 카페, 서점 등등에 이력서를 넣었어요. 그러다 동네 공공 도서관 자리도 발견하고 지원했는데 면접까지 보게 되었어요. 그때 3명씩 불러서 짧은 면접을 봤는데 그 중에 제가 가장 젊었던 거 같아요. 그 자리에 앉아있는데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고요. 내가 갑자기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거 같기도 했고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작아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떨어지긴 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필요한 분이 그 자리를 맡았을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비워진 시간 덕분에 제가 더 나만의 일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해요.
8. 프리랜서로 벌고 싶은 최소한의 돈은 '얼마'이다.
‘최소한의 돈’이라는 걸 한 달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되는 금액으로 생각했어요. 그랬을때 제가 한 달을 사는데 드는 관리비, 식비, 공과금, 카드값, 생활비를 포함하면 약 80만원 정도 되는 거 같아요. 한달에 80만원 정도 벌 수 있으면 딱 30일을 지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슬기 님은 더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럴만한 분이니까요.)
9.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아요. 제가 경기도에 살고 있다보니 회사를 다닐 때면 매번 서울로 가야했거든요.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의 이동시간이 필요해요. 매일 아침과 저녁에 말이죠. 그럼 하루에 4시간은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는거예요. 덕분에 제 다리가 튼튼해지고 여러 팟캐스트를 섭렵해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을 좋았지만, 출퇴근이 없으니 제가 그것에 엄청난 에너지를 썼다는 걸 알게 되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나가고 편의점에서 아몬드우유 한팩으로 오전 시간을 버텼죠. 저녁 6시 퇴근이라도 집에 오면 8시쯤 되니까 배는 너무 고프고 요리할 기력은 없고 식사를 허겁지겁 떼우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많아져서 덜하겠지만 여전히 출퇴근을 필수로 하는 곳이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 프리랜서의 장점은 출퇴근을 하지 않고 남는 체력으로 식사를 잘 챙겨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10.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것'이다.
당장 이번 달의 수익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힘들어요. 수익이 예측이 되어야 소비도 조절할 수 있고 미래 계획도 세울 수 있잖아요. 지금은 내가 얼마를 벌지 알 수 없는 한달, 한달을 보내니 갑자기 큰 일이 내게 생기면 어쩌지 불안해져요. 급히 집을 수리해야한다거나 노트북이 고장난다거나 수술을 해야한다거나 한다는 상황을 대처할 수 없을 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힘든 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게 어려워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동료가 있잖아요. 저는 주로 재택으로 혼자 일하다보니 그런 동료가 없고 내가 겪는 상황을 이해하고 나눌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보니 요즘은 새로운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기존에 친한 몇명과 좁고 깊게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게 좋기도 하지만 가끔 나와 비슷하고 잘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관계들이 많아지면 생활에서도 안정감을 더 느낄 수 있을거 같아요.
11. 내가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제가 조직 밖 노동자로 일하는 이유는 더 이상 조직 안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조직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일을 해내고 인정 받고 승진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이 지금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전처럼 그게 안정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아요. 조직 안에서는 나니까 하는 일도 있지만 내가 해야하니까 하는 일도 있잖아요. 그런데 조직 밖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역량이나 경험을 보고 일을 의뢰해주시거나 논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일이 시작하기도 전에 원하는 인정욕구가 채워지는 거 같아요. 놓아버리고 싶지만 아직까지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래서 일이 진행되든 안되든 기분이 좋아요. 나를 찾아온 거니까요. 그래서 아직까진 이렇게 더 지내볼 수 있겠다는 생각해요.
12.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일을 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그럴려고 프리랜서로 지내는 분들이 많겠지만, 지내다보면 자꾸 놓치게 되잖아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여리여리한 동아줄 같은 말을 계속 붙잡고 하다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저번 달엔 못했으면 이번 달에 하고, 다음달에 하고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의 항목과 범위를 점점 넓고 깊게 키워나가시면 좋겠다고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순간 순간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라게 되네요.
13. 10년 후의 나는 '이것'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부터 이십 대 후반까지 대부분의 인생을 계획하며 살았어요. 일기는 안써도 하루 하루 to-do 리스트를 쓰고 지워가는 삶이었죠. 지금도 그렇긴 한데 긴 계획은 안 세우려고 해요. 당장 내일 내가 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도 해서요. 그래서 막연히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잘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날이 좋으면 산책도 충분히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만들고 새로운 일, 안해본 일을 시도하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을 가지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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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에서 본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아 제 주위의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연재입니다. 앞으로 많은 프리랜서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각자의 프리랜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홍슬기 님은 제가 독립서점에서 만난 한 권의 책으로 알게 된 분입니다. 엄마와의 관계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 책에서도 홍슬기 님에게 남모르게 많은 공감과 친밀감을 느꼈어요. 그 후에 용기내어 요청드린 이 인터뷰에서 '조직을 나온, 조직 밖에 있는 노동자'라는 말에 큰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회사를 전전하다가 프리랜서가 된 지 막 1년이 안 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조직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퇴사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꿈 같기도 하고 불안함을 향한 점프 같기도 한 조직 밖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써 준 슬기님 글을 읽고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감정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는 걸 알려주신 슬기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려요. 다음 인터뷰이는 누굴까요? 모두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