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샐리, 코로나 시대에서 대학교 4학년을 복수전공 하느라 추가학기까지 다니고 나서야 마쳤고, 올해 드디어 졸업을 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번역하는 일, 홍보하는 일, 기획하는 일, 그리고 글 쓰는 일들을 하면서 여러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시도했다.
그리고 앞에 나열했던 일들과 관련된 외주를 받기도 한다. 추가학기를 다닐 때 전화영어 일을 기획해서 지금까지 매일매일 다양한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들의 삶의 궤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2.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이다.
전화영어 일은 매일매일 15분, 주 5회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가 신청하는 시기가 제각각이라서 주마다 참가자 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화영어 대화를 나누고 나면, 15분짜리 대화 녹음본과 함께 그 날의 대화들을 문장으로 정리해서 기록물로 보내준다. 나에겐 매일매일의 기록물을 보면서 참가자랑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 나누고 배워갈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리고 서로 질문을 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매일매일 생기는 중이다. 전화영어 일을 하면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3. 나는 '무엇으로' 먹고살고 있다.
전화영어는 참가자 한 명마다 한 달 치 등록비를 받고 있고, 글 쓰는 일과 번역하는 일은 A4 용지 1장당 원고료를 측정해서 받고 있다. 요즘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월세, 관리비 (아파트 관리비는 봄과 가을에는 15만 원 정도, 여름과 겨울에는 20만 원까지 올라간다!), 장보기 (보통 2주에 한 번씩, 예산은 5만 원 정도!)는 따로 나가지 않아서 혼자 사는 프리랜서 동료들보다는 부담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교통비, 통신비, 정기 후원비 (NGO 아동 후원), 각종 구독료들 (집 인터넷 포함!)만 고정지출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 대해서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예전에 코워킹 스페이스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해본 적은 있지만!)
4.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고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다.
하기 싫은 일인데 해야 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건 오히려 이전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에 더 해당되는 질문 같다.
반면, 더 하고 싶은데 아직 못하고 있는 일이라면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일과 전공인 정치외교학과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관련된 자료조사 일인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이지만, 좋아하는 분야나 새로 관심이 생긴 분야에 대해서는 각종 학술논문을 찾아보고 메모하면서 스스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참고문헌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리하는 것을 특히 좋아했고, 대학교 3학년부터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때부터 마감하는 형태의 일들을 좋아했고, 한 번도 마감을 넘긴 적이 없으며, 오히려 마감 기한 훨씬 전에 제출했다!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는 것과 마감이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아주 잘 맞았기 때문에 프리랜서라는 일의 형태가 나와 가장 잘 맞는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언론사와 함께 아이슬란드의 여성 인권을 취재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협업하게 됐는데, 여기서 자료조사와 번역, 그리고 기사 작성을 맡고 있다!
5. 내가 했던 가장 뿌듯한 작업은 '이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전화영어 일이 가장 뿌듯하다!
기간으로만 보면 아직 엄청 짧지만, 내가 가장 오래 해본 나만의 일이기도 하고, 전화영어 참가자들을 직접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과 일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특히 전화영어의 여성 참가자들과는 페미니즘과 채식에 대한 대화를 계속 나눌 수 있고, 각자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도 나누고,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된 새로운 영어 단어들과 표현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묻고 답해야 할 질문들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가끔은 인터뷰를 매일 진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낸 건데, 지금까지 전화영어를 진행했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인터뷰하는 사람의 한 마디: 꼭 프로젝트 진행해주세요!)
6. 프리랜서로 살려면 '이것'은 꼭 해야 한다.
언제나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C.V. 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SNS 채널들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 포함해서 각종 업무를 위한 도구들을 (특히 노션과 슬랙)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주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오고 가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은 군더더기 없이 최대한 간단하게 작성하는 것이 서로 좋은 것 같다. 자기만의 계약서 양식을 만들어보는 것은 이번에 새로 연습하게 된 과정인데 (그래서 프리낫프리 매거진 2호를 추천!), 포트폴리오와 C.V. 다음으로 언제든지 갖춰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각종 스케줄을 정리하기 위한 구글 캘린더도 필수! 개인 일정과 일의 일정을 색깔로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화영어 일은 '흑연' 색깔로 지정했다.)
7. 내가 가장 억지로 했던 일은 '이것'이다.
아직 억지로 한 일은 없지만, 이전에 했던 모든 아르바이트들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은 든다. 이전에는 모든 것을 다 오케이 했다면, 지금은 하나씩 거절하는 것을 연습 중이다.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나다움을 계속 지켜가는 것이 어렵다는 인생 레슨은 얻은 것 같다. 나다움을 잃으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너무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각종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머리가 너무 짧다거나, 탈색이나 염색을 해서, 타투와 피어싱이 있어서, 심지어 목소리가 너무 높아서 숱하게 거절당했던 경험이 있다. 일하기 위해서 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써야 했다던가 하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이제는 그런 곳을 내가 제일 먼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8. 프리랜서로 벌고 싶은 최소한의 돈은 '얼마'이다.
이것은 많은 프리랜서들이 고민하는 기본소득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 주변에 비슷한 기본소득을 받아본 적이 있는 동료들을 살펴보면, 이미 나와있는 정책들 중에서는 월 50만 원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
경기도는 만 24세 이상인 청년에게는 1년에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어서 작년에 만 24세를 드디어 넘기면서 올해 다 지급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는 1차 재난지원금 후에 추가로 2차 지원금이 똑같이 10만 원이 제공되기도 했다. 각 시마다 청년 정책 말고도 프리랜서 지원 정책들이 더 생겨서 다양한 기본소득의 방법들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월 50만 원으로 기본소득을 정한 것은 가족과 함께 살 경우, 혼자 사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지속 가능한 최소한의 금액인 것 같다.
전화영어로 지난 7개월 동안 벌었던 평균 수입이 (워낙 들쑥날쑥이지만!) 50만 원 정도였기 때문에,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 1년의 기간 동안에는 나의 일을 확장해가는 첫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금액 자체는 엄청 적지만, 적게 일하고 혼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만족하고 있다. 또 다른 수입의 경로들을 언제든지 기획해볼 수 있다는 용기가 있어서 조만간 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비혼에 가깝고, 출산이 계획에 없기 때문에 덜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9.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다.
평일에 마음껏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다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가장 커서, 달리기, 등산, 당근 동네 이웃들과의 배드민턴 모임, 실내 클라이밍, 수영, 자전거 라이딩, 헬스, 줄넘기, 그리고 요가까지 살면서 가장 운동을 많이 그리고 자주 하고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친구들이나 새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도 자유롭게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공휴일뿐만 아니라 월차처럼 휴일을 갖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질 수 있다는 시간의 자율성이 좋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마음껏 채식 집밥을 요리해먹는 것도 삶의 질을 엄청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10.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것'이다.
시간에 대한 강박이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전화영어 일 같은 경우는 15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계를 볼 때 15분 단위로 끊어서 생각하게 되고, 다음 참가자와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도 역시 15분 전이기 때문에 틈새 시간을 엄청 활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강박이 생기기 쉬운 것 같다. 한참 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심했을 때는, 자기 전 알람 시계를 몇 번이나 다시 살펴보고, 음소거 모드를 켰다가 껐다가를 수십 번 반복하는 행동까지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또 조금 나아졌다.
11. 내가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회사 생활은 딱 한 번, 그것도 인턴으로 3개월을 한 것이 전부였고, 그마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기존 회사들과는 업무 환경도 근무지도 회사의 문화도 극과 극으로 달랐기 때문에, 지원하고 싶은 회사 자체가 많지가 않았다. 그마저도 에디터로 일할 수 있는 몇 군데를 찾아서 지원을 해봤지만 (휴학생일 때 지원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류에서부터 떨어졌기 때문에 일단 혼자 일을 시작해보려고 시도한 것 같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한 20대 중반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이 시도를 조금 더 이어가도 괜찮다는 생각도 한 켠에는 있다.
12.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
외주를 거절해 본 적이 있는지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따로 들고 있는 보험들이 더 있는지, 은퇴비용 (노후자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프리랜서로 대출받아서 집을 구해본 적이 있는지, 이러한 아주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들이 궁금하다.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는 들어보지 못했던 대답들인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함은 언제나 불안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속이 편할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계산해서 환산할 수 있는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다들 이런 고민들을 하는지 묻고 싶다. 생각보다 프리랜서 동료들은 주변에 많은 것 같지만,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어떤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같이 나누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종합신고세 신고 서비스인 삼쩜삼에서 환급액 조회한 후 (홈택스 세무대리 수임 동의 후) 수수료를 내고 남음 금액은 모두 돌려받아서 프리랜서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서비스이다! (해촉증명서 무료 양식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13. 10년 후의 나는 '이것'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후면 일단 30대 중반이 되는데, 이때는 일단 덜 호구 같으면 좋을 것 같다! 쉽게 이용당하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때 조금 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소비의 갭이 너무 크고 경제적으로 차이가 많은데, 나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지키는 것이 조금은 더 쉽고, 덜 비교하고 덜 위축된 그런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왜냐하면 아직은 종종 내가 이용당했다고 느낄 때 (한참 후에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속상하고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엉엉 울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을 때가 더 많고, 똑똑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의 나를 지나치게 자주 탓하면서 자책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은지, 언제쯤 쫄지 않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면서! 10년 후의 샐리는 조금 더 강단 있고, 울먹이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조금 덜 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에서 본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프리랜서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채식과 여성의 삶에 고민하며 전화영어로 많은 사람들과 즐거움과 행복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의 동료 샐리님! 샐리님은 달리기, 배드민턴, 등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계시고 그 모든 활동은 모두 참여형 활동이라 언제든 샐리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프리랜서 동료들과 함께 만나 샐리님이 궁금해하는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샐리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hesallypark/
* 팬아트를 그려주신 혜지 님 : https://www.instagram.com/jhyege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