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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May 24. 2021

동료를 찾아서 (3) 프리랜서 이효선 편

1.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인디펜던트 워커 이효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무소속이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여러 분야를 거쳐왔다. 학부 전공이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이라서 대학생 때 영어 과외를 하고 국제 교류 모임을 열어서 용돈을 벌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립 청소년 수련관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을 했다. 초등학생보다 성인과 대화하고 싶어서 기업체 출장 강의를 하게 됐고, 다수보다 소수를 선호해서 임원분들과 일대일 수업을 했다. 영어보다 미술심리가 좋아서 예술강사로 기관 파견 수업을 다녔다.


취미로 독서모임을 6년간 운영하다가 책이라는 도구가 잘 맞아서 지금은 독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이다.


북 테라피 워크숍을 기획하는 코치이다. 책을 매개로 마음을 이야기하는 독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함께 읽고 쓰며 마음 돌보는 습관을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 안에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코칭 철학을 기반으로 자기 발견을 돕는다.

북테라피 툴킷


3. 나는 '무엇으로' 먹고살고 있다.


강사로 먹고살고 있다.


독서 관련 일은 주로 공공기관에서 몇 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서울시 청년 공간, 고등학교, 노인복지관 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또한 모임/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기업 문화의 날에 출장 원데이 클래스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워크숍 참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작년과 올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의 길잡이 일을 담당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무중력 지대 양천 청년 동네 학교_북 세러피 학과 입학식

영어 관련 일은 에이전시를 통해 기업체와 연간 계약서를 쓴다. 대면 수업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고 현재 B 모 컨설팅 회사의 비즈니스 메일 번역을 2년째 하고 있다.



4. 내가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고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이것'이다.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일은 공간 마련하기. 작업실 겸 클래스 공간을 구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기 싫은데 하고 있는 일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만족스럽다.



5. 내가 했던 가장 뿌듯한 작업은 '이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한 북 테라피 워크숍. 상실을 겪은 분들과 함께 애도하는 자리를 여러 번 만들었다. 특히 2,30대 동년배 자살 유가족분들과 정기적인 자조모임으로 이어져서 의미 있었다. 서로 인터뷰하는 글쓰기 모임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며>라는 문집으로 엮었다. 느슨하게 계속 모임을 하고 있고 내일은 브런치 카페에서 만난다.

문집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며>


6. 프리랜서로 살려면 '이것'은 꼭 해야 한다.


몸과 마음 건강 관리.


당연한 말이지만 몸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해야 한다. 점심, 저녁 시간이 정해진 직장인과 달리 일정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늦은 오후 3시쯤 빵 조각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다가 위염에 걸렸다. 랩톱과 책을 매일 백팩에 메고 다니다가 허리 통증이 심해서 필라테스를 했다. 이제 매일 두 끼 이상 건강하게 챙겨 먹으려 노력하고 요가원에 꾸준히 다닌다.  


마음이 건강해야 일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불안을 견디는 멘탈 관리가 필요하다. 일에 매몰되지 않게 사소한 성취를 인정하고 셀프 칭찬하는 회고를 한다. 고립되지 않게 커뮤니티 모임에 참여해서 동료들과 피드백하며 큰 힘을 얻는다. 동기 부여하는 강력한 요인이 발전을 확인하는 것이며, 목표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검토할 때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7. 내가 가장 억지로 했던 일은 '이것'이다.


억지로 했던 일은 별로 없다. 굳이 찾는다면 20대 초중반에 단기 아르바이트했던 기억이 난다.


마포구 일대 지하철역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전단지 나눠주고 일당 5만 원 받은 일.(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했을 때 옆에 내려놓은 가방이 어느새 사라졌다. 근처 고물상에 팔렸나 싶어서 가봤으나 끝내 못 찾았다..)


임상실험에 참여해서 헤드폰으로 소리 듣고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는지 측정하고 5만 원 받은 일.


입시 영어학원에서 파트타임 일. 친절한 원장님과 동료 선생님들은 좋았지만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중고등학생 수업 자체가 안 맞았다. 결정적으로 페이가 낮아서 2개월 다녔다. (너무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다른 환경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더 버텨야 될 것 같고 어디로 가야 되나 싶겠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혹은 만들면 분명히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강사비를 10배 이상 받는다. 그때 그대로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8. 프리랜서로 벌고 싶은 최소한의 돈은 '얼마'이다.


250만 원.



9.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이다.


자유로운 시간!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다.



10.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이것'이다.


불안정한 수입. 주로 기관과 일을 해서 4월-11월에 일이 많고 1-2월에는 일이 적은 편이다. 강사라서 직접 일하는 만큼 돈을 버는 구조이고 아프면 난처하다. 유급 휴가란 없다.


불규칙한 일정. 갑자기 급한 번역을 몇 시간 안에 보내달라는 요청이 오면 영화 예매를 취소하거나 집에서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서 마감을 한다. 주말에도 일을 해서 직장인과 생활 패턴을 맞추기가 어렵다.



11. 내가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 리듬에 맞게 창조적으로 하고 싶어서. 회사 다니더라도 퇴직하면 내 일을 해야 될 테니 처음부터 차근차근 나만의 것을 만들려고 선택했다.



12.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만든 창작물 혹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 스스로 의심하거나 검열하지 말자. 너무 겸손하지 말고 당당하자. 프리랜서로 살아남았다는 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만나고 싶고 같이 무언가 일을 만들고 싶다.

자조 모임


13. 10년 후의 나는 '이것'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 전용 공간 운영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쉬어가는 아늑한 휴식처. 서로 연결되고 존재를 확인하는 안전한 곳을 제공하고 싶다.


자신이 얼마나 충분하고 멋진지, 스스로 가치를 발견하고 알아줄 수 있도록 돕는 코칭도 계속하고 있기를!



이 인터뷰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에서 본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아 제 주위의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연재입니다. 앞으로 많은 프리랜서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각자의 프리랜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인디펜던트 워커 효선 님은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도전하는 멋진 여성입니다. 효선 님의 북크닉 테라피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 느꼈던 자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소통의 행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타고난 테라피스트, 그리고 멋진 프리랜서, 효선 님을 응원해주세요! :)


이효선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incerely_hyoseon


*참고 링크

자조모임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_rRrDiSduSA

북테라피 인터뷰 글 https://brunch.co.kr/@wal8am/43

북크닉 인터뷰 포스팅 http://naver.me/57wl6r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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