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재기문록』의 식물 탐구를 위하여
17세기 문인 신명규申命圭(1618~1688)의 『묵재기문록』에는 그가 1681년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할 때 뜰에 심고 감상했던 특별한 꽃 3종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당시 강진에서 가지를 거꾸로 매달아놓은 꽃이라는 뜻의 ‘가자도괘화茄子倒掛花’로 불리던 자목련이고, 나머지 둘은 ‘승로화乘露花’와 ‘촉천화燭天花’이다. 다음에 인용한다.
“하나는 승로화乘露花이다. 꽃 모양은 매우 커서 손바닥만 하고, 분홍색과 진홍색이 섞여 둥우리를 이루며, 꽃잎 끝은 희미한 금 색을 바른 듯하다. 나무는 장미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또 하나는 촉천화燭天花로 푸른 줄기가 휘어져 한들거리고, 녹색 나무가 덩굴로 얽힌다. 꽃은 사계화四季花나 월계화月季花 같이 상당히 크고, 줄기와 잎은 찔레나무(野棠) 비슷하다.”*
승로화는 덩굴지지 않는 장미 종류(Rosa sp.)로 5월부터 초겨울까지 꽃이 피는 월계화(Rosa chinensis) 종류로 짐작되고, 촉천화는 5월에 한차례 꽃이 피었다가 지는 덩굴장미 류로 보이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촉천화 줄기와 잎이 야당野棠 비슷하다고 했는데, 야당은 해당의 용례에 비추어 들에 자라는 장미류인 찔레나무로 볼 수도 있고, ‘아가위 당棠’이라는 글자에 비추어 팥배나무나 아그배나무로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실제로 『고전종합DB』를 참조하면, 야당野棠을 찔레꽃, 해당화, 돌배 꽃, 팥배 꽃 등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나무가 덩굴로 얽힌다’는 표현에 주목하여 찔레로 추정한다.
위 번역문을 보시고 식물애호가님들, 특히 강진을 포함한 호남의 바다 근처 식생을 잘 아시는 식물애호가님들께서 승로화와 촉천화가 무슨 꽃인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 其一乘露花 花樣甚大如掌 有粉紅眞紅相雜成窠 而依微有金色抹於花端 樹似薔薇而差異 其一燭天花 靑莖嫋娜 綠樹藟繞 花如四季月季而甚大 莖葉如野棠 - 묵재기문록, 권3 (번역은 강독시간의 해석을 바탕으로 보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