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이상문학상 대상 최진영 ‘홈 스위트 홈’
암투병 중인 주인공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대신 미래의 기억 속 홈 스위트 홈을 짓는다. 그의 말처럼 건강의 회복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이지만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니까.
이 말은 주인공의 엄마에게도 똑같다. 주인공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집을 짓는 것처럼 엄마는 암투병을 하는 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일은 열심히 기도를 하거나 딸을 걱정하며 병원에 가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집을 짓는 딸 옆에서 풀을 뽑고 예초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엄마 역시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훗날 떠나간 딸을 그리며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을 못했다고 후회하며 아파하지 않기 위해.
주인공의 미래는 남은 생을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만 엄마의 미래는 딸과 함께 살아가는 쪽으로 흐른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이와 생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이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제를 살아가는 이들이 만나는 곳은 현재이고 거기서 스위트 홈을 짓는다. 주인공이 놓는 벽돌과 엄마가 놓는 벽돌에 담긴 생각은 다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한 두 사람은 어느 시제에 있건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주인공은 삶, 남겨진 이들과 잘 작별할 것이고, 엄마와 어진은 홈 스위트 홈에 깃든 기억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