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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왕 May 10. 2023

겨울 핀란드의 하늘

매일 봐도 감동적이던 그 계절의 하늘 풍경, 핀란드 세 번째

봄, 가을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요즘 한국의 사계,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물론 추억보정이 있겠지만-사계절이 꽤나 선명했던 것 같았던 것 같지만, 지금은 봄가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기분입니다. 특히 가을은 정말, '가을이내 이제'라고 생각하면 바로 추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겨울은 길고 긴 듯해도, 연말 분위기와 연초의 설 연휴 등이 있어 상대적으로 금방 지나가 버리는 느낌도 있습니다. 길게 봐도, 정말 롱패딩을 입지 않으면 힘들 정도의 추운 겨울은 12월 1월 그리고 2월 밸런타인데이 전후가 아닐까요? 대략 3개월 정도가 진짜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핀란드의 겨울은 꽤 긴 편입니다. 

10월부터 4월 정도까지는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에, 눈과 비(환절기에 비가 많이 옵니다), 부족한 일사량까지, 핀란드로 이민오신 분들도 절대 적응이 안 된다는 이 계절의 날씨는, 단순히 온도가 낮아 춥다고 하기에는 아름다운 면모가 있습니다. 하늘 풍경이 그것인데요, 한국에서 때와 장소를 잘 맞춰야 볼 수 있던 드라마틱한 하늘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초겨울 늦겨울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한겨울에는 해가 잘 안 떠서, 석양이고 뭐고 잘 없지만, 여전히 환상적인 하늘을 보여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날좋은 여름날의 핀란드의 디폴트 하늘, 특히 여름의 대부분은 이런 날씨가 유지된다., 왼쪽의 겨울 날씨 오른쪽의 여름 날씨


사실 핀란드의 날씨는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날씨 좋기로 유명한 여름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찬 공기 특유의 뽀얀 느낌은 있지만, 맑은 날씨인적이 많습니다. 고위도 지역의 특징인, 파랗고 선명한 하늘색은 매번 볼 때마다 현실감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단순히 날씨가 좋은 것을 떠나,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마술이 놀랍습니다. 

11월 중순 오후 4시경 찍은 석양 사진, 무보정 아이폰 5s 촬영

위 사진은 시간으로 미루어 볼 때 학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기억나는데, 컬러 보정을 전혀 하지 않은 아이폰, 심지어 5s로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아이폰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보정이 있겠지만,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예쁜 색이었습니다. 


핀란드의 지역별 기후대





핀란드의 기후는 아한대, 혹은 이극 기후라고 불리는 Subartic Climate입니다. 이 기후는 시원하고 선선한 여름과 길고 추운 겨울을 특징으로 가집니다. 

핀란드는 호수가 많고, 산지가 거의 없는 지형이며, 바다의 옆에 자리하지만, 내해인 관계로 대륙과 해양의 영향이 적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기후를 가집니다. 한마디로, 대기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여름에는 구름 없는 투명한 하늘과, 겨울에 바람이 적은 날씨를 보여줍니다. 

겨울에 영하 30- 40도를 넘나드는 온도에도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공기의 안정성 때문에, 한국과 달리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상대적 채감온도가 낮습니다. 

덕분에 간절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맑고 높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오울루 시 인근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서 바라본 뷰, 굴곡하나 없는 완전한 평지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핀란드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형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나라 전체가 약간의 둔덕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지, 숲도 비슷한 높이를 가진 나무들로 구성된 독특한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넓게 열린 하늘은, 눈으로 덮혀지고, 일조시간이 짧아지면서 더욱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Toppila Disc Golf Park에서 본 하늘, 오전 11시경 촬영
지내던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간에 굴둑 오른쪽의 건물은 알바 알토가 설계한 Silo 건물이다. 
한겨울의 핀란드의 눈은 이런 느낌

사진으로는 완전히 담아낼 수 없지만, 다시 맨눈으로 보고 싶은 아름다운 핀란드의 겨울하늘입니다. 아무래도 막상 거주자가 되면, 무뎌지기 나름일 수도 있지만, 겨울하늘은 절대 질리지 않는 핀란드의 자연 중 하나였습니다. 북유럽을 방문하신다면, 저는 겨울도 한번 추천드리고 싶네요. 겨울의 북유럽이야 말로 진정한 북유럽의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북유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오로라, Northern Light 하늘을 빼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겨울이 오고, 밤이 길어지고, 또 기온이 낮아질수록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오로라. 실제로 만난 오로라는, 생각보다 밝고,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생각보다 색도 다양하답니다. (오로라 이야기는 나중에 모아서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해요.)

핸드핼드로 찍어서 형편없는 오로라, Northern Light

한국에서 보는 하늘 풍경도 너무 이쁘고 인상적이지만, 핀란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늘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감으면 생각나고, 날이 조금 추워지면 떠오르는 그 하늘들이 생각납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몇 시간을 달려도 변치 않는 고속도로 옆 숲의 풍경,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로 요약할 수 있는 핀란드의 하늘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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