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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왕 May 17. 2023

Finland? Funland!

핀란드 대학원생은 여가시간에 뭘할까? , 핀란드 네번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 혹은 노르딕 국가 라고 불리오는 나라들을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온화한 사람들에 감탄하곤 합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 특히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에 일주일 이상 채류해 본 경험이 있다면, 한국 대비 즐길거리가 없어서 심심할 것 같다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참고로, 핀란드는 노르딕 국가라는 카테고리에는 포함되지만, 북유럽, 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묶을때는 포함되기도, 혹은 포함되지 않기도 합니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제 핀란드 지인들은, 노르딕 국가들 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정도는 오케이 라고 생각한 듯했습니다. 이에 이어서 북유럽 국가를 칭할때, 일반적으로 핀란드를 포함하는 '노르딕 국가' 를 사용할까 합니다. 


노르딕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도 고객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장은 7시 즈음이면 문을 닫습니다. 술은 9시까지만 살 수 있고, 맥주나 사이더를 제외한 다른 전문 주류점인 Alko 에서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늦게 까지 하는 마트인 Sale 의 경우에도 9시가 되면 주류 파트에 셔터가 내려가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9시 이후에 술을 마시고 싶다면,  바나 클럽에 가야지만 술을 마실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포함되 비싼 가격은 덤입니다. 맥주한잔에 8유로 정도 했었으니,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바나 클럽도 보통은 자정을 전후로 문을 닫고, 클럽은 주말에도 새벽 4시 정도면 문을 닫습니다. 여러모로 한국의 젊은이 기준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을 법한 상황입니다. 

카페나, 식당이 많은 한국대비 수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하거나 많지 않으며, 극장이나 공연장, 미술관등의 문화 시설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핀란드의 경우, 한국처럼 다양하지도 많지도 않습니다. 

쇼핑도 마찬거지, 브랜드 샵이나 부띠끄 보다는 대형 마트 기반으로 생활제의 소비가 이루어 지는 핀란드는, 백화점도 한국처럼 MALLING 이 가능할 정도의 어트렉션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요? 


Finland? Funland!

사실 이 문구는 약간의 자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핀란드 친구들이 핀란드가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힌 나라인지를 비틀어서 이야기 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 친구들에게는, 여행가서 만나는 이국의 번잡함에 비해 변화없이 안정적이고, 특별한것 없는 핀란드가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라 생각하는것도 무리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핀란드에서의 생활이 새로운 즐거움의 연속 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여유시간을 보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다! 핀란드 생활!

1. 일상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겨울동안은 밤이 길어서 실내 활동이 많아 지지만, 늦봄 부터 초 가을 까지는 말도 안되는 멋진 날씨에 긴 낮시간으로, 핀란드의 자연을 만끽할 충분한 기회가 있습니다. 제가 머무르던 Toppila Center 지역은 바로 인근에 세계챔피언쉽이 열리는 디스크 골프 공원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 사이로의 산책로, 그리고 바닷가 까지, 알고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하고 멋진 자연환경이 인근에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하고, 트레킹, 캠핑, 그리고 동네 근처의 지인들과의 BBQ를 하며 하절기의 일상을 보냈습니다. 

바닷가, 깊은 숲속, 공원내 호수 옆 트레킹 코스, 이 모든것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내에 위치!


2. 보드게임은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다

아파트 클럽룸에서 보드게임

한국도 한번 보드게임 붐이 지나고 나서, 지금은 약간 시들해 졌지만, 예전보다는 훨신 많은 분들이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때 하던 브루마블 이나, 화투(미나토) 이후 유학 전까지 거의 20년 넘도록 보드게임과 연이 없었는데, 핀란드에 가니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특히 남자들이 모이면 보드게임을 참 많이 했습니다. TRPG, 아마 D&D 라고 하면 조금더 많은 분들이 아실법한 TRPG 도 즐겼었고, 크고 작은 다양한 보드 게임들과 피자, 그리고 맥주와 더불어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보드게임 나이트 라는 학생 모임이, 집으로 돌아오면 공용으로 쓰는 클럽룸같은 공간에서 모임이, 보드게임은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귀국하고서도 'Bang' 그리고 'Exploding Kitten'은 구해서 즐기고 있을만큼 두 개임은 참 즐겁게 했던 게임입니다. 








3. 공돌이 친구는 신세계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하절기에는 워낙 날씨가 좋고 활동 가능 시간이 길어서 야외 활동이 자연스럽게 많아 집니다. 하지만 겨울동안은 어떨까요? EU,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들은 국가간의 이동이 자유롭습니다. 채류도 자유롭고, 비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나라에 있는 대학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로 넘처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가까운 나라들인지라, 방학이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처럼 먼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비싼 비행기 값 때문에, 방학때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첫 겨울에 이부분을 간과한 나머지, 현지 친구들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네셔널 학생들과 가깝게 지낸 댓가를 톡톡히 지뤘습니다. 겨울 내내 혼자여야 하는것, 그것이었습니다. 다행이 같은 아파트에,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친구가 있어, 첫 겨울 이후 부터는 방학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주로 공대 출신인 친구 (Matti 마티)의 취미생활에 같이 빠져들었습니다. 같이 회로 기판을 설계하거나, CNC 머신을 조립하거나, 용접을 연습하거나, 드론을 조립하거나, 아두이노 같은 마이크로 피씨를 만지작 거리면서 긴 겨울을 보냈습니다. 가끔 서로의 집에서 파티를 하는것은 덤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은 개인의 취향을 타는 부분일 수 있으나, 저에게는 공작놀이 처럼 신기하고 즐거운 일들이었기 때문에, 아주 유익하게 보냈습니다. 재목에도 썼듯이, 신세계였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동네 친구, 마티와 드론조립과 비행


4. 여기도 사람사는 곳

앞서 이야기한 활동들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합니다. 사람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자극이 필요하니까요. 가만히 있는다고 친구가 생기지는 않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적극성은 필요합니다. 한동안은 하우스 파티를 열기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좋은 친구가 생기면 분명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니까요. 물론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친구는 생기게 됩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요. 여담이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닮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흔히 외향적이라고 생각되는 서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안은 내향적인 사람이 많습니다. 너무 가벼운 이야기는 지양하고, 대부분 편한하고 의미있는 진지한 관계를 선호합니다. 가까워지기는 조금 어렵지만, 한번 친구가 되고나면, 핀란드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줍니다. 저에게느 두 명의 핀란드 친구가 긴 유학생활에 많은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언급될 두 친구의 이름은 Matti 와 Nikko 입니다. (마티와 니코) 만나서 술한잔하고, 서로 집에서 놀기도 하고, 밖에서 쇼핑을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트레킹을 하며 우정을 쌓았습니다.  

친구들과 액티비티에 참여하거나, 스타워즈를 같이 보거나

5. 학교 = 노는곳

공부하러 갔으니 당연히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수업듣고 나면 나오는 곳이 아니라 학교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울루 대학은 종합대학입니다. 다양한 엑티비티와 이벤트가 학기중에는 끄니지 않습니다. 타과의 세미나나, 이벤트, 공작실에서 가구를 만들거나, 교육을 듣기도 합니다. 북유럽 복지국가 답게, 대부분의 활동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밥먹고 커피 마시는 것이 물가가 비싼 북유럽에서 부담스럽지 않았냐고요?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복지국가 답게, 학생증만 내밀면 어디든 할인이 됩니다. 학교에서도 권장하길, 학생할인 문구가 없어도 물어보면 분명히 단돈 1유로라도 할인해 준다고 꼭 물어보라고 권장할 정도 니까요. 학식만 먹으면 질리지 않냐고요? 종합대학답게 식당도 여럿에 메뉴도 계속 바뀌고 집도 학교 근처니 저렴하게 한끼 해결하기도 좋습니다. 참고로 뷔페식 한끼에 2.5유로 정도 입니다. 물론 학생할인 가격입니다. 정상가격은 8유로 정도였으니까요. 간간히 학교에서 주최하는 필드트립에 참여하면 핀란드 내나 가까운 다른 유럽국가로 필드트립도 갑니다. 비용이요?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면 대부분 비용을 학교에서 부담하니 안갈 이유가 없습니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았다면 믿으실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컨퍼런스를 열기도 하고, 가끔 파티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외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다른 나라에 여행도 가기도 합니다. 집에서 한국 티비쇼를 보거나 망중한일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루하고 답답해한 적은 없는것 같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Savonlinna 여행중 친구와 한잔


나열해 놓고 보니 역시 한국에 비해서는 컨텐츠가 부족해 보입니다. 외국생활에서의 환상과 시간이 지나서 보니 추억보정이 있어서 그럴까요? 저는 지루하거나 답답하다고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던 핀란드 생활이었던것 같습니다. 정리하면서 돌아보니 너무 그립고 좋았던 기익이내요. 아무래도 관광객으로 그 나라를 스쳐가는 것보다, 실 거주인이 되면, 다른 관점으로 생활을 바라보게 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데 좋은 원동력이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돌아보면 즐거운 일상이 많았던 핀란드 생활, 생각보다 Fun 한 나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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