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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왕 May 30. 2023

삶이 힘들고 헤맬 때 기댈 책

[서평] 걷는 독서 - 박노해

[서평] 걷는 독서 - 박노해

고등학생일 , 아마 2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 시집을 즐겨 읽었다. 서점에서 오천 원 정도면   있었던, 젊은 작가나 신진 작가들의 시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시들이 사랑과 연애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저 친구의 독특한 취향이거니 했었다. 관심도 없고 시는 교과서에 나오던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던 나에게 그저 시시한 일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꽤나 긴 시간 동안 서점에서 시집 코너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괜히 내용도 없는데 비싼 값을 치르는 거 같아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였다. 시집을 보는 사람들도 있겠거니 하면서 이해하는 동작은 취했지만, 정작 진심으로 공감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 중 하나이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를 만난 것은 우연히 들린 대형 서점의 기획 코너에서였다. 관심이 아예 없었던지라, 언제 책이 발매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예쁜 색으로 만들어진 두껍 한 양장본은 호기심이 일어 한 권 들어보았다. 습관적으로 후면( 보통은 책에 대한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이 있으니..)을 확인하고, 단 네 줄의 문장뿐인 후면에서 잠시 멈추었다. 나름 감명을 받은 내 표정을 알아본 내 반려가 선물하여 내 첫 시집은 나와 함께 집으로 오게 되었다.


‘마음아 천천히 걸어라, 내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는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이해하고 느끼고 바라고 희망하지만,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말로 옮기지 못하던 것들을, 박노해 시인의 직관으로 활자로 옮겨진 당연하지만 명확하지 않던 것들의 모음집이다. 한 페이지 한 문장 속에 경험에서 우려진 강한 한방이 명치를 마구 때리는 ‘알고 있으나 망각하여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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