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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왕 Aug 17. 2023

Northern Light, 오로라

Aurora,  핀란드 생활의 가장 독특한 특권, 핀란드 다섯 번째

고요한 밤, 인공의 빛이라곤 하나 없는 영구동토의 깊은 숲 어딘가

숲 속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하지만 나를 해할 것 하나 없는 것이 분명한 그 숲은 오히려 포근하다. 

올려다본 하늘, 수놓아진 별들 사이로 흔들리는 우주의 입자,

파란 점에 사는 내 눈을 어루만지는 녹색의 빛에 빠져,

추위를 잊고 암전 된 숲 안에서 새벽까지 우두커니 경이를 맛본다. 

북쪽의 땅, 일 년의 반이 겨울인 이곳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우리. 



삶을 오로라 보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라면 믿으실까요?

전문 사진가도 아니고, 제대로 된 사진기도 없어서 엉망이지만 너무 멋진 오로라

어떠신가요?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하고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기록할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저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한 오로라는 그냥 무시할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Northern Light, 북극광 = 오로라는 북유럽에 내가 있다는 강한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핀란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몇 번 미디어에 핀란드 사람들이 친근하게 노출된 이유도 있고,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예전만큼 세계 규모의 심리적 거리가 크지 않은 이유인 탓도 있습니다.  복지국가, 추운 곳, 순박한 사람들의 나라, 자일리톨, 사우나 등등. 하지만 북유럽 그리고 북극권의 국가에 머무르는 동안 평생 잊지 못할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건 분명 오로라일 것입니다. 

물론 오로라는 핀란드만의 것은 아닙니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아이슬란드, 알래스카와 러시아 북부에서도 볼 수 있으며, 때가 잘 맞으면,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같은 비교적 아래쪽 지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로라의 현상 자체에 대한 설명은 아래의 위키피디아 링크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8%A4%EB%A1%9C%EB%9D%BC

Toppila Disc Golf 공원에서 본 오로라 하늘

오로라의 이미지는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밤하늘을 흐르듯이 수놓은 녹색의 선이 가장 익숙한 이미지이고, 저역시도 그 이미지를 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느낌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핀란드에 도착한 후 세 달 정도가 지났을 때쯤, 동내친구인  Matti 가 오늘은 오로라가 잘 보일 거라며 알려준 날이었습니다. 처음 올려다본 오라라는 상상하던 그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오로라는 잔잔하거나 멈취있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선명한 색을 보여줍니다. 

색이 선명한 사진들을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지는 보정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저는 이미지만큼 선명한 색은 아닐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설마 저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고 설마 저렇게나 높은 채도의 색은 아니겠지' 생각했었습니다. 가끔 꽃이나 하늘을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 실제보다 선명하고 채도도 높게 보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망한 경우가 있기도 했고, 스스로 이미지를 촬영해도, 눈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경우가 대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로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오로라 헌팅 (핀란드에서는 오로라 헌팅이라는 표현도 쓴답니다.)을 나간 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저는 제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발광' 한다는 표현, 그 자체입니다. 선명한 녹색의 빛이 말 그대로 빛이 나는 녹색의 가늠할 수 없는 커튼처럼 일렁입니다.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불행히도 당시의 저는 이 멋진 광경을 동영상으로 담아낼 만한 기기가 없었기에, 유튜브의 영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onDh9j33k&t=1s

오로라 영상, 타이랩스가 아닙니다. 실시간으로 이런 느낌의 움직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움직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고, 심지어는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상하 좌우로 일렁입니다.  정말 하늘 위로 끝없이 긴 커튼이 바람에 일렁이는 느낌 그 자체입니다. 너무 놀라웠습니다. 저는 오로라가 구름 보듯 느긋하고 천천히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채도와 명도를 보여줍니다. 

정확하게 같은 환경에서 촬영된 것은 아니기에 확실한 비교는 어렵지만, 다양한 톤과 컬러를 보여줍니다.


소리도 납니다. 

미세하지만 어떠한 소리가 나는 듯도 합니다. 이건 제 기분 탓도 있습니다. 실제로 알토대학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오로라는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약 70미터 상공에서 일련의 소리가 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고 하는데, 지상에서 관찰하는 제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지만 소리가 난다니, 신비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토대학에서 연구한 오로라 소리에 대한 내용은 아래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koreaherald.com/common/newsprint.php?ud=20120710000372



인공조명이 이렇게 강한 공원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오로라

오로라헌팅이 잘 성공한 날은, 온하늘이 오로라로 물들기도 합니다. 인근 지역에서 유명한 오로라 헌팅 스폿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오로라를 감상하기도 합니다. 로컬 방송국에서 예보를 해주기도 하고,  Aurora Forecast를 검색하면 나오는 오로라 예보를 찾아서 보기도 합니다. 


유학 갈 국가를 정할 때, 핀란드로 유학할 국가를 정하고 나서, 여느 번화한 유럽국가들과 다른 부분들에 아쉬운 점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생각하던 유럽 유학과는 달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로라를 본 후 정말 다행이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지구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벌써 2015년에서 7년이나 지났지만 , 아직도 눈을 감으면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올려다보던 많은 날들이 생각이 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돌아가서 보고 싶네요. 

혹시 오로라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시기를 잘 보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방문하시고자 하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오로라 시즌이 조금씩 상이하기도 하고, 긴 여정으로 가시는 것이 대부분 아닐 테니, 혹여 기적과 같은 오로라를 놓치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까 합니다. 만약 핀란드로 오신다면,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Lapland를 추천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신비하고 놀라운 일들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길!


*링크를 표시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제외한 모든 이미지는 제가 직접 촬영한 것이고, 소니 A6000과 아이폰 5S로 촬영하였습니다. 삼각대도 없이 막손으로 들고 촬영한 바, 화질이 좋지 못해서 그 감동을 100% 전달 못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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