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행사에 던져진 마케터를 위해
B2B 중소기업의 마케팅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1인 팀이라는 명목으로 주니어 마케터가 혼자 분투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커다란 덩어리의 업무가 뜬금없이 던져질 때도 있다. '한 달 후에 고객 행사할 건데 장소 좀 알아봐 줘' 같은 식이다. 고객 대상 세미나라서 모객은 안정적이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0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없다. 다소 막막할 수는 있으나, 고객 세미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래의 주요 사항을 고려해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성공적인 세미나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1) 주제∙행사명 결정
행사의 주제를 먼저 수립한 후 이를 반영한 행사명을 결정한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왜 이 행사를 하는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냥저냥한 행사로 끝날 것이다. 기업과 제품의 성격, 초청하는 고객 규모나 유형을 반영해 주제와 행사명을 명확하게 결정하길 추천한다.
* 예시:
- (주)가나다 우수고객 초청 행사→(주)가나다 VIP 그리팅 데이 (신제품과 사용 사례를 소개해 추가 구매 유도)
- (주)가나다 고객사 C레벨 초청 행사→(주)가나다 리더스 포럼 (결정권자를 초청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안하고 로열티 강화)
- (주)가나다 식품산업 고객 행사→(주)가나다 식품 부문 미래전략 세미나: 식품 시장의 최신 트렌드와 대응 방안 (해당 분야의 업계 동향과 실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신제품 소개)
2) 규모∙일정 확정 후 대관
초청 규모와 행사 일정이 확정된 후 빠르게 대관을 진행한다.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사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면 해당 지역을 1순위로 고려한다. 대관 문의를 할 때는 행사의 성격, 선호 날짜(다수), 시간대, 참석 인원, 테이블 배치 등을 먼저 제시해야 빠른 조율이 가능하다. 빔프로젝터나 마이크 등의 무료 제공 여부, 주차 관련 사항도 확인한다. 일정이 촉박하더라도 반드시 현장 방문 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테이블 배치의 경우 일반 세미나는 극장식(Theater)이나 교실형(Classroom)이 많으나, 식사를 포함하는 고객 행사라면 연회식(Banquet)이 무난하다. 호텔이나 컨벤션홀의 경우 식대로 대관료를 갈음할 수 있으며, 마루 180처럼 무료 대관이 가능한 곳은 케이터링을 별도로 불러야 한다.
3) 목적과 목표 설정
세일즈 등 유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행사의 목적을 설정한 후,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한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면 콘텐츠나 이벤트 기획에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행사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결과보고서 작성도 수월해진다.
* 예시:
- 목적: 신제품 홍보 / 목표: 신제품 체험 고객 수, 데모 신청 수, 미팅 신청 수, 홈페이지 유입 증가율, 문의 증가율, 자료 다운로드 수 등
1) 연사 섭외
행사 일시와 장소가 정해졌다면 연사 섭외가 필요하다. 고객 행사라고 해도 최소 1~2개의 세션은 외부 연사를 섭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섭외 시에는 행사 개요와 취지, 강연 대상, 섭외 의도, 거마비 등을 안내한다. 또한 어젠다와 최신 이슈 등을 고려해 여러 개의 주제 안을 도출한 후 이를 예시로 제시한다. 섭외 확정 시 연사 사진, 프로필, 발표 주제와 설명, 발표자료 공유 여부 등을 기한 내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주요 일정을 안내한다.
2) 타임테이블 구성
행사 전반에 걸친 타임테이블을 구성한다. 등록, 세션, 휴식, 커피 브레이크는 물론 개회사 및 폐회사, 식사, 네트워킹, 체험, 이벤트 등을 모두 고려한다. 특히 1번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벤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행사 전후와 휴식 시간을 활용해 럭키드로우 진행, 설문조사 진행, 단체사진 촬영, 포토존 사진 촬영, 신제품 체험존 운영, 데모 신청 프로모션 진행 등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할 수 있다.
* 예시:
- 설문조사 진행→안내문 배부 방법과 시기, 럭키드로우와의 연계, 예산, 설문 문항, 활용 방법 등
- 포토존 설치→사진 촬영 인력 배치 또는 포토그래퍼 섭외, 현장 인화 여부, SNS 이벤트 등
포스터 성격의 메인 이미지를 제작한다. 실물 포스터를 인쇄하지 않더라도 초청 메일이나 사전등록 페이지에 사용할 수 있고, 해당 이미지의 컨셉이나 컬러 등을 다양한 콘텐츠 디자인에 적용해 통일성을 높이고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포스터에는 장문의 설명보다는 짧은 슬로건을 넣는 것이 좋다. 이 슬로건 역시 온갖 콘텐츠에 활용 가능하다. 언론사나 정부의 행사 포스터를 참고하면 한결 수월하다.
현수막, X배너, 브로슈어, 연사용 PPT 양식 등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요소를 기획한다. 충분한 디자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빠른 작업이 요구된다. 3번에서 메인 이미지와 슬로건을 정했다면 기획 작업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행사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리스트업하고 렌탈과 구입을 진행한다. 테이블보, 명패 등 행사에서 상시 사용하는 물품은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렌탈 물품은 렌탈 기간, 보증금, 반납 방법, 배송비∙설치비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눚어도 3주 전에는 초청 메일을 발송해야 한다. 메일이 너무 길 경우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초청의 내용과 행사 개요를 중심으로 짧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초청 인원이 많지 않을 경우 메일 회신을 통해 1:1로 RSVP를 진행해도 되고, 메일 내 링크를 통해 사전등록 페이지로 연결하는 것도 좋다. 사전등록 상황은 수시로 팔로업하면서 세일즈와 공유하고, 고객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도록 요청한다.
사회자를 섭외하고 시나리오(대본)를 작성한다. 현실적으로 사회자나 아나운서를 섭외할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므로 사내에서 사회자를 섭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완성도를 높여 실수를 최소화하기를 추천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나 보고서 등에 공개되어 있는 시나리오를 참고하거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전체 행사 영상 등을 참고하면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성이 가능하다. CEO나 임원의 개회사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벤치마킹해 작성한다.
아직 참석/불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인원을 대상으로 2주~10일 전 초청 메일을 2차 발송한다. 예상보다 사전등록이 부진할 경우 연사 발표, 럭키드로우 등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내용을 강조해 참석을 유도한다.
현장 지원인력 대상 교육자료를 제작하고 교육을 진행한다. 현장 인력 배치, 업무 분배, 동선, 도착 시간, 체크리스트, 주의사항, 복장(드레스코드) 등을 포함한다. 많은 인원이 참여한다면 주요 동선과 안내데스크, 행사장 내부 등에 충분한 안내인력을 배치한다. 또한 안내데스크에서 진행할 업무 범위(사전등록 확인, 명찰 배부, 동선 및 좌석배치 안내, 이벤트 안내 등)를 설정하고 공통의 안내 멘트를 정한다.
* 업무 예시: 전체 관리, 사진 촬영, 길 안내, 사전등록 현황 확인 및 공유, 사전등록 지원, 좌석 안내, 장비 운영, 발표자 동선 안내, 휴식시간 종료 안내, Q&A 마이크 담당, 이벤트 운영 지원 등
연회식 테이블 배치를 선택했다면 테이블별 좌석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고객사별 인원, 비즈니스 관계, 참석자 직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배치할 수 있도록 한다. 각 테이블에 세일즈 등 직원이 배치될 경우 입구나 문과 가까운 자리에 앉도록 하고, 중요도가 높은 참석자는 정면을 보기 편한 자리나 좋은 전망이 보이는 자리 등에 배치한다. 좌석 배치를 완료했다면 좌석배치판을 제작해 행사 당일 안내데스크 옆에 전시한다. 참석자의 갑작스러운 불참 등에 따라 당일에도 변동 가능성이 있으므로 탈부착식 제작을 추천한다.
사전등록 시 배부할 명찰, 테이블에 비치할 명패를 제작한다. 미리 제작할 경우 참석 변동에 따라 일을 여러 번 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행사가 임박했을 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단순노동이라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나 이름, 회사명, 직급에 오타가 없는지 확인하며 작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가 발견되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명찰∙명패 작업 파일, 그리고 프레임만 인쇄한 종이 등을 준비하길 추천한다.
참석자를 대상으로 행사 전날에는 리마인드 SMS를, 당일에는 안내 SMS를 발송한다. 안내 SMS에는 오시는 길, 약도, 주차 정보 등을 넣는다. 실시간 발송보다는 미리 작성해 두고 예약 발송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