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주 해 먹는 요리가 있다. 바로 김치볶음밥과,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좋아해서 자주 해 먹는 요리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자주해 먹어도 어느 날은 맹하게 간된 김치볶음밥을 먹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간장을 너무 많이 넣어 까만 김치볶음밥을 먹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가 보내준 김치를 먹으며 자랐다. 김치는 내 음식 생활 중에 빠질 수 없다. 다른 반찬 없이 김치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다. 외할머니의 김치가 내 입맛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먹어만 봐도 이게 외할머니 김치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 다른 김치들은 내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 우리 외할머니는 김치 대회에 나가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다. 재작년부터 깁장하시는 날에 찾아가서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시험기간이거나 또 다른 김장 준비가 있다거나. 할머니의 손맛을 따라 할 순 없겠지만 흉내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막 담근 김장김치보다 익은 신김치를 좋아한다. 아삭하게 익어 김치에 신맛이 입안에 퍼지는 게 좋다. 예전에는 김치의 줄기 부분만 먹었는데 이젠 잎 부분도 잘 먹는다. 안 그래도 맛있는 김치를 볶으면 감칠맛이 더 올라와 더 맛있다. 아무튼 오늘은 김치볶음밥!
한결이와 등산을 하기로 해서 각자 도시락을 싸오기로 했다. 늦잠을 부리다 늦게 일어나 머리도 못 감고 허겁지겁 냉장고에서 김치, 파를 꺼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를 넣고 약불로 파 기름을 내는 동안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가위로 김치를 집어서 싹둑싹둑 잘라 김치를 넣고 볶고 서랍에서 진간장을 꺼내 한 숟가락 넣어 불을 세게 키워 보글보글 간장을 태운다. 그리고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위해 햇반을 넣어 볶아준다. 밥이 익어갈 동안 베란다에서 딸기를 꺼내와 식초물로 한 번 헹구고 체에 받혀 물기를 빼서 도시락통에 넣고 김치볶음밥에는피자치즈를 넣고 숟가락으로 뒤적뒤적 섞으며 치즈를 녹인다. 완성된 김치 볶음박을 도시락통에 부으니 딱 맞다.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계란 2개를 까서 스크램블 에그를 하고 마지막으로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까지 살짝 넣어주면 완성이다.이 모든 걸 15분 만에 했다. 빠르게 프라이팬은 물에 담가놓고 참기름, 진간장, 식용유는 아래 서랍에 대파는 다시 냉동고에 넣고 시간을 보니 15분 정도 지났다. "나 좀 멋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쭐해진다. 자주 해 먹는 요리라 조미료들의 위치나 만드는 내 행동이 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레시피를 보려고 요리하다 멈춰 핸드폰으로 서치를 한다거나, 모든 재료를 다 꺼내놓고 요리를 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식재료가 어디 있는지 알고 필요한 순간에 바로 쓰고 넣을 수 있는. 이런 흐름들이 너무 좋다.
한결이에게 줄딸기잼까지 챙기고 집을 나섰다. 산을 오르고 나뭇잎들로 그늘진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만들고 나서 제대로 간을 보지 않아 맛있을까 걱정하던 게 무색하게 맛있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김치볶음밥은 부재료가 있어야 헉! 할 정도로 맛있다는 것을. 피자치즈와 스크램블 에그가 신의 한 수였다. 내가 먹어도 맛있어서 먹어보라고 한결이에게 권했다. 한결이도 맛있다고 했다. 밥을 다 먹고 땀도 식어 조금 추워진 우리는 햇빛을 받는 의자로 자리를 옮겨 딸기를 먹었다.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밥을 다 먹고 창가에 누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자던 그때가 생각났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 광합성을 하며 딸기를 베어 물었다. 역시 딸기.
전에 이 산을 올랐을 때는 정상의 올라서서 경치를 보던 기억이 있는데 8년이 지나고 나서 올라오니 정상이 없었다. 약수터도 사라지고 아파트가 지어졌고 산에 올라가는 사이사이 보이는 건 공장처럼 세워진 아파트라는 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다람쥐인지 청설모인지 모를 동물이 나무를 타는 것, 깊게 뿌리를 내린 나무의 뿌리, 진달래, 제비꼿,개나리 벚꽃, 안개꽃, 지네 등보았다. 아기 새들이 우는 소리도 들었는데 짹짹이 아니라 고양이 야옹 소리와 비슷했다.
올라갔던 산을 다시 내려오고 버스를 타고 가려고 선 정류장 앞에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 가게가 보였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에그 타르트를 먹어본 적이 없어 맛이 궁금했던 나는 기본 에그 타르트를 1개 샀다. 이제 막 구워서 따뜻한 에그 타르트를 한 입 베어 먹어니 타르트지에 바삭함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필링까지. 진짜 맛있었다. 달걀빵 맛도 아니고 커스터드 크림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아무튼 다음에 다시 한번 올 때 많이 사서 이 맛을 전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은 유명해져야 해. 포르투갈에서 타르트라더니 진짜 포르투갈에서 먹으면 이런 맛 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