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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Mar 24. 2021

당근이랑 대파 뽑아가!

요리 일기-텃밭 편

필라가 커다란 당근을 뽑아 주셨다. 아직 텃밭에는 쓰이지 않고 남아있는 파, 고수, 봄동이 있어  칼과 장갑을 내어주시며 수확해서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다. 집에 사두었던 쌀국수 소스와 쌀국수면이 생각나서 고수를 수확하고 요즘 고기보다 비싸다는 금파를 수확했다. 파 1개는 화분에 심어 키어볼까 생각해 2개를 뽑았다. 뽑고 나니 '흙이 뭍은  어떻게 가져가지' 난감했지만 공책에서 종이 한 장을 찢어 뿌리 부분을 감싸고 이름표 스티커를 붙여 고정시키고 나니 제법 꽃다발 같은 모양새가 나왔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작물을 들고 물 웅덩이를 살피면서 가는데, 묶지 않은 우산의 빈 공간들이 보였다. 딱 꽃다발을 꽃기에 적당해 보이는 우산 속 공간.

우산 속에 작물을 넣고 한 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고 집에 갔다. 너무 똑똑한 발상인 것 같아 스스로 감탄했다.

집에 오자마자 재료를 손질하고 바로 음식을 해 먹으려 했는데 할 일이 많아 3일이 지나서야 겨우 요리를 할 수 있었다. 파는 씻어서 송송 썰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당근은 길게 편으로 썰어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를 뿌려 주물팬에 구워 먹었다. 채소 구이는 잘하면 스테이크보다 맛있다는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중에 채소 모음 구이를 해봐야겠다. 당근은 카로틴 색소가 있는데 지용성이라서 기름에 볶아 먹는 게 좋다. 당근의 주황색과 검은 후추가 뿌려진 색의 조합이 이뻤다.

 고수는 쌀국수의 고명으로 올려서 먹었다.  전에  쌀국수를 해 먹으려고 면과 소스를 사두었는데 마침 고수까지 생겼다. 룰루! 쌀국수면을  한 뭉탱이를 넣고 시판 쌀국수 소스를 넣었는데 면의 양이 부족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면 두 뭉탱이에 1인 분양이라 적혀있었다. 어쩐지 양이 너무 적었다. 이래서 뭐든 설명서는 잘 읽어봐야 한다. 면도 불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리고 면과 소스만 넣어서인지 아주 휑했다. 음식점에서 사 먹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 해서 먹을   너무 팔팔 끓여서 면이 국물을 다 흡수해 불어 터져 쌀국수가 아니라 찌개가 같은 느낌이 되었다. 게다가 모처럼 숙주까지 사서 넣었는데 숙주를 데치지 않고 바로 넣어서인지 숙주가 숨이 죽었는데도 생 숙주 같은 풋맛이 났다. 아아, 면을 낭비하고 소스를 낭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찝찝했다. 먹었는데 맛있게 먹지 못한 기분. 쌀국수 컵라면을 먹는 게 훨씬 맛도 좋고  가성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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