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2

밀린 요리 일기-먹어 치우기 편 2

쌀국수 면은 다 먹었는데 숙주는 남았다. 사실 저번에 대패삼겹살을 사서 대패 숙주볶음을 해 먹으려 했는데 까먹고  그냥 생삼겹살을 사버려서 부추 겉절이만 처리했다. 숙주가 이제 거뭇해져 가면서 썩어가기 직전이라 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 팟타이 소스도 있어서 국수면을 하나 더 살까 하고 집 앞 이래 식자재마트에 가니 국수용 면밖에 없었다. 오늘을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숙주 때문에 그럼 어떤 부재료를 살까 고민을 하다가 새우를 골랐다. 왠지 새우와 숙주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유튜브에 '새우 숙주'를 검색하니 새우 숙주볶음이 떴다. 어쩐지 입안에 착 감기더라니. 오늘 숙주를 다 쓰고 새우가 남겠지만 새우는 활용도가 높으니 파스타에 넣어 먹고, 빵 발효종을 만들고 있으니  바게트를 만들어 감바스에 곁들여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양파를 채 썰고 숙주를 데치고 양념장(굴소스 2T, 참기름 1T, 간장 1.5T, 다진 마늘 1T)을 만들었다.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양파를 볶다가 숙주를 넣고 새우를 넣고 양념을 넣는 순간 이 양념을 다 넣으면 짤 것 같다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만든 양념의 절반만 넣었다. 그리고 냉동실에 저번에 손질해 둔 대파를 꺼내 마무리했다.

아주 맛있었다. 양념장을 다 넣지 않은 나를 아주 칭찬한다. 밥이랑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기회가 생긴다면 또 해 먹어야지!

저장음식이라고 쟁여둔 음식이 더 있다. 딸기잼, 딸기청, 레몬 커드. 딸기잼은 오래 두고 먹는다고 하지만 딸기청은 괜찮나? 걱정됐다. 설탕을 1:1 비율로 넣었어도 보관기간이 1~2개월이라는 블로그 글을 스쳐 본 것 같았다. 그래서 열어보니 하얀 곰팡이가 아주 조금 딸기에 끼어 있었다.  사실 우유를 넣어서 먹으면 시중에 파는 딸기우유맛이 나는데 나는 딸기우유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탄산수를 사 와 딸기에이드를 해서 먹었다. 딸기가 쫄깃한 게 식감이 아주 맘에 든다.

레몬커드는 저장기간이 더 짧은 걸로 알고 있어 스콘을 만들기로 했다, 사실 스콘은 많이 만들어서 다른 베이킹을 하고 싶었는 데 있는 재료를 활용하려면 스콘이 적격이었다.

삶디에서 스콘을 많이 만들었던 게 생각났다. 스콘은 손에 열이 최대한 가지 않게, 글루텐이 형성되지 않게 빠르게 대충대충 뭉쳐서 구워야 한다. 밀가루에 버터를 피복시키는 과정에서 버터를 엄청 잘게 다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반죽을 파이처럼 접어서 굽으면 결이 생긴다. 이제껏 집에서 만든 스콘 중에 가장 맛있는 스콘이 만들어져서 이렇게 부가설명을 쓴다. 굽자마자 3개를 그 자리에서 먹었다. 겉이 아주 바삭했고 간은 조금 짭짤했다. 그래도 모양도 너무 이쁘게 구워지고 맛도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만든 음식은 다 맛없다고 생각하는 언니도 먹을만하다는 말을 했으니 말이다. 후후 레몬 커드를 발라 먹으니 더 맛있었다.